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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30대 여성 사무관 '과로사 논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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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30대 여성 사무관 '과로사 논란' 확산
  • 이희택 기자
  • 승인 2017.01.17 09:2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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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녀 여성 공무원, 일요일 아침 시간대 출근했다 사망…공직사회 '초과근무'에 우려 목소리 커

 


지난 15일 보건복지부 소속 30대 여성 사무관 A씨의 사망사고와 관련, 시민들 사이에서 애도 분위기와 함께 공직사회의 업무여건 개선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부처의 과도한 초과 근무 관행이 이번 사고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어서다.

 

A씨는 중앙공무원 신분을 떠나 세종시에 거주하며 다자녀를 키우는 주부였다. 사고 당일은 주말 일요일 아침 7시. 세종시의 평균 연령이 31.4세로 A씨와 비슷한 여건에 놓인 주부들이 많다보니 그의 사망사고가 미치는 파장이 컸다. 

 

세종시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인 세종시닷컴(회원수 9만4234명)에 올라온 본보 기사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하는 애도의 글부터 중앙부처의 강도 높은 업무강도에 대한 비판까지 줄을 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일요일 7시 출근... 이 분이 어떻게 근무를 했었는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네요”, “정말 공무원 고강도 근무 없애지 못하면... 후진국일거에요. 야근하는 사람들을 무능력자로 보는 문화 없애고, 야근하는 것을 치켜세우는 거 지양해야합니다”, “일요일 새벽에 출근하게 만든 상사들을 제대로 문책해야 한다” 등의 의견과 함께 초과근무가 만연한 공직문화의 후진성을 꼬집었다. 


“초과 근무수당 없애고 국가 차원에서 저녁 8시 이후 전원을 차단시키면 어떨런지요”, “정말 전시행정 넘 많은듯요ㅜㅜ”, “퇴근시간도 밤 10시는 보통이라는군요. 30대에 과로사로 사망했다면...”, “어제 스웨덴 다큐 보니, 아이있는 부모는 1일 6시간 이상 일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제한하고 있더군요” 등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들도 적잖았다.

 

정부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은 “비상식적인 야근이 너무 많다. 그것도 6급 이하 하위직으로 갈수록 더욱 심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초과 근무에 대한 보상도 지극히 제한적"이라며 "주간 평균 3일 이상 밤 10시 퇴근이 기본이라면, 국정감사와 예산안 편성 시점이 되면 그 빈도와 강도는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사고 현장의 아이러니한 상황도 가까이서 A씨를 지켜본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A씨가 빠듯한 일상 속 짬짬이 건강을 챙기려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16일 오전 사고현장인 보건복지부 건물 7층을 찾았더니 경찰이 설치한 ‘위험 출입금지’라는 노란색 안전띠 앞에 ‘축하합니다. 1~7층 계단오르기 완전정복’이란 캠페인 문구가 벽면에 부착돼 있었다. 


CCTV 분석 결과, A씨가 당일 아침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통해 자신의 사무실(6층)로 발걸음을 옮긴 이유가 일상 속 건강생활 실천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계단오르기'는 정부세종청사 등 주요 공공기관들이 에너지 절약과 건강실천을 위해 오랫동안 권장해왔다. KBS도 지난해부터 계단오르기를 범국민 캠페인으로 진행 중이다. 많은 공무원들이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것도 사실.



A씨가 쓰러진 곳이 7층 계단이었던 걸 보면 운동 삼아 계단을 올랐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6층 사무실로 직행하지 않고 굳이 7층까지 올라갔기 때문.


7층은 옥상정원으로 이어지는 통로. 옥상정원으로 나오면, 눈앞에 호수공원과 국립세종도서관이 펼쳐진다. 이곳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 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A씨가 인적이 드문 일요일 아침 시간대 계단에서 쓰러져 최소 2시간 이상 방치됐다는 점도 두고두고 주변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경찰과 소방본부는 A씨가 조금만 일찍 발견됐으면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동료 직원 B씨가 A씨를 발견했을 때 119 전화요원의 안내를 받아 진행한 심폐소생술 외에 자동제세동기(AED)를 활용할 수 있었다면 소생률은 더욱 높아질 수 있었다고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 건물 1층 로비에 설치된 자동제세동기(AED)는 이날도 우두커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AED는 성인 남녀 기준으로 계단 또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왕복 5분 이내 거리에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활용률은 0%에 가깝다는 게 소방본부의 설명이다.


더욱이 보건복지부는 우리나라 자동제세동기의 보급 확대를 권장하고 의무설치 관련법을 관장하는 기관이다.


복지부가 현재 운영 중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응급의료정보’도 무용지물이었다. 이 앱에는 자동심장충격기(AED) 찾기란이 있는데, 정부세종청사에서는 버젓이 비치된 AED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


시민 P씨(도담동41)는 “아이 2명에 중앙공무원 아내를 둔 입장에서 남일 같지 않다”며 “밤 12시 넘어서 아내에게 업무 전화가 오는 일도 적잖다. 그리고 나서 아침 6시에 서울로 출장 가는 일이 연간 수시로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로 정착한 공무원들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평소 수도권 출퇴근에 국회와 청와대 등에 수시로 출장을 다니는 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와 청와대의 세종시 이전’을 골자로 한 대선후보들의 신행정수도론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정부세종청사의 업무비효율을 떠나 국회청와대 중심의 수도권 권력구조가 중앙공무원 삶의 질 전반을 떨어트리는데 일조하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란 지적이다.


한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정부부처와 국회간 물리적 거리가 떨어지다 보니, 과천서울청사 때보다 자료요청을 더하게 된다”며 “이는 중앙공무원들에게 업무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A씨의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요청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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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시 2017-02-12 19:12:30
작년 10월쯤 세종청사에서도 40대초반 사망했는데 세종시 안타깝네요

미카 2017-01-19 10:48:50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으로써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나네요.
하늘에가서도 아이들 걱정에 잠못들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부디 좋은곳에서 아이들을 지켜주시길

아침이슬 2017-01-17 07:52:5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더 좋은 곳에서 영면하시길..

혜빈 2017-01-16 17:53:04
마음이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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