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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교육의 장' 위해 뭉친 세종 신도시 젊은엄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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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교육의 장' 위해 뭉친 세종 신도시 젊은엄마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6.03 15:0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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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마을교육공동체] ④ 1생욕심쟁이 공동체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이 속담은 한 아이를 키워내는 것은 학교나 부모만의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그들이 자라는 마을 안의 다양한 자원과 관계들을 통해 비로소 건강하게 성장한다는 것.


지난 수 년 간 ‘공교육은 무너졌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하지만 학교 밖 교육은 이제 시작이다.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은 광주를 거쳐 현재 세종까지 왔다. 학교 담장 너머에 있는 무수한 교육 주체들. 신도심과 구도심에서 운영되고 있는 4곳의 교육공동체를 통해 ‘마을교육’의 가치를 들여다본다. 본보는 총 4곳의 마을공동체를 기획으로 소개한다. <편집자 주>




세종시의 다양한 문화·인문 자원들을 지도에 담아보면 어떨까. 학교 밖 교육이 절실한 신도시에서 교육, 마을, 환경,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 욕심(?) 많은 여성들이 나섰다.

 

지난해 10월 세종교육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가 발족했다. 지역별로 분과를 나누고 활동을 시작한지 채 1년이 되지 않았다. 이중 아름동, 도담동, 고운동 등에서 모인 신도시 사람들을 중심으로 지난 3개월 간 세종시 구석구석을 발로 뛰어 ‘마을지도 그리기’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들이 바로 시민회의 내 한 분과로 조직돼 있는 마을교육공동체 '1생욕심쟁이 공동체'다. 

 

마을 지도, 관내 교육 자원 ‘발굴’

 

1생욕심쟁이 공동체는 마을 지도 그리기 사업과 관련, 신도심의 부족한 교육 자원을 고려해 직접 세종시를 탐색하고 다양한 자원을 발굴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대부분 타지에서 이주해오다 보니 교육과 관련된 궁금증이 많은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통로가 없었어요. 구도심과 달리 신도심에는 문화나 시설적인 측면이 많이 부족한 편이었기 때문에 마을의 정보를 발굴해 알리는 게 최우선이었죠.”

 

'지도에 무엇을 담을 것이냐'라는 고민이 가장 컸다. 복합커뮤니티센터, 체험·교육 기관 등 물리적인 자원도 있었고 자연, 숲길 등 생태적인 자원, 전문가·장인 등의 인적자원도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세종시라는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주고 싶은 생각이 컸다. 이제 막 역사가 시작되는 새 도시이기 때문이다. TV, 스마트폰, 학원 숙제가 아닌 마을의 인문지리, 자연환경, 사람 등도 아이들의 관심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만 오가며 지역과 동떨어져서 살아가는 것은 불행한 일이에요. 자기가 사는 마을 아파트 뒷산에 어떤 나무가 자라고, 어떤 새가 사는지 아는 삶이면 좋겠죠. 학교, 학원 등 정형화된 학습 말고도 마을 어른에게 한문을 배우고, 옆집 형에게 기타를 배우면서 자랐으면 합니다." 


고심끝에 완성된 지도에는 세종시 내 문화·예술·생태 공동체들과 청소년 기관 및 봉사단체, 각종 동호회들이 담겼다.


학부모·교사 등 각기 다른 ‘출발점’

 

고운동 백순주(41)씨는 초등학생인 두 자녀를 둔 전업주부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매주 모이는 저녁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정이다. ‘교육’이라는 거대 담론 아래 내 아이를 방치하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

 

“육아로 인해 본의 아니게 팀에 짐이 된다는 생각도 있었죠. 하지만 이 모임을 통해 우리 아이만 똑똑해서는 살기 좋은 세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주변이 같이 성장하고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잘 커야 우리 아이도 잘된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지금 당장 내 아이가 혜택 받지 못하더라도 세상이 밝아지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참여할 생각입니다.”

 

현재 도담중 교사로 재직하고 있는 박선미(34)씨는 '교육의 주체가 누구일 것이냐'를 고민하면서 교사만이 주체가 아니라고 봤다.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교사에게 배울 수 있는 것은 매우 한정적이에요. 아이들 주변에는 다양한 선생님이 있어야 합니다. 마을교육은 학교의 벽을 허문다는 것이고, 이는 안팎으로 서로 오가며 함께 책임을 나누는 거죠.”

 

인력 네트워크, 마을 교사-학교 ‘연결’ 노력

 

현재 이들은 지도를 그리며 알게 된 것들을 또 다른 프로그램에 활용키로 했다. 문화, 체험 등 구도시의 다양한 자원을 어떻게 신도시로 끌어들일지에 대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마을의 인적 자원과 학교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보려 합니다. 일종의 네트워크, 인력풀 시스템이에요. 올해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면 시행된 자유학기제에서는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봐요. 실제 조치원 등 구도심에는 좋은 사회적 기업들이 많습니다.”

 

마을 내에서는 인정받는 훌륭한 전문가이지만 공적인 명함이나 프로필이 없어 학교로 진입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그래서 욕심쟁이 공동체는 지도를 통해 마을 전문가들을 프로그램화하고, 학교에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둘을 연결하는 새로운 매개체의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젊은 엄마들이 보는 세종교육의 ‘미래’

 

이들은 교육에 있어서 세종시 엄마들의 가장 큰 무기를 ‘젊음’이라고 봤다. 젊다는 것은 곧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

 

“요즘 엄마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빨라요. 그래서 새로운 교육 방식을 도입했을 때 그것을 수용, 긍정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죠. 사실 세종시는 마을교육 도입이 늦은 편이긴 하지만, 엄마들의 수용 속도로 봤을 때 다른 도시보다 훨씬 더 빠른 발전이 기대되는 도시에요.”

 

‘마을교육’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학부모와 기관 간 소통이 중요하다. 이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또 다른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업적이나 성과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교육에 관한 정보를 널리 알리고, 학부모들이 당면한 문제를 교육청에 알리는 것 역시 이들의 몫이다.

 

“좀 더 많은 학부모들과 연대해야 합니다. 교육시민회의가 가지고 있는 ‘소통’이라는 본질적인 역할을 잃지 말아야겠죠. 참여 회원들이 새로운 세종시 학부모들을 교육 주체로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이는 사회가 키우는 것”, 엄마들도 죄책감 없어야

 

 오늘날 교육은 오로지 엄마 탓(?)이 됐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엄마가 어떻게 가르쳤길래’라는 말을 쉽게 내뱉는 사회. 엄마들은 적어도 한 생명 이상을 오로지 책임지는 존재가 돼 버렸다.

 

“이 시대 엄마들은 모두 자책감에 사로잡혀 산다고 보면 됩니다. 뉴스에서는 아이들이 기관에 오래 맡겨지면 난폭해진다고 하는데, 그럼 맞벌이 엄마들은 죄인이 되는 거예요. 전업주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사로잡혀 있죠. 엄마만이 아이의 교육주체가 돼야 한다는 인식은 이제 바뀌어야 해요.”

 

엄마가 행복하면 아이도 행복해지기 마련이다. 이 시대 엄마들이 세상의 아이들을 위해 더 넓은 교육의 장으로 나설 수 있는 기회. 남의 아이를 내 아이처럼 돌봐주는 세상은 곧 ‘마을교육’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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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당대표 2016-06-07 09:14:26
한기자님 좋은기사 잘 보고 갑니다....^^
세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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