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야구 인프라 부족 속 빛나는 ‘성과’
전용구장서 맘껏 연습하는 게 ‘소원’
중·고등 야구부 없어 ‘인재유출’ 걱정도
지난 12일 열린 제2회 하드스포츠배 전국리틀야구대회 예선전. 세종시 리틀야구단은 양평군 리틀야구단과의 경기에서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었다. 6회까지 4점을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지막 끝내기 안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5일, 그 감동이 채 가시기 전에 안상국(36) 감독을 만나 세종시의 리틀야구단 현실을 들어봤다.
“세종시 리틀야구단은 대한체육회 연맹 승인 이후 2013년 4월 정식 창단했습니다. 현재 참가중인 전국대회는 리틀연맹에서 여는 공식적인 첫 대회로 전국 112개 팀이 출전하고 있고, 현재 본선 16강에 진출했어요. 우리 야구단의 슬로건처럼 ‘전국 제패’를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그는 대전 신흥초등학교에서 야구를 시작했다. 이후 충남중, 대전고, 중앙대를 거쳐 2003년 삼성라이온즈에 입단했다. 야구선수로는 엘리트 코스를 밟아 온 셈. 그러나 부상으로 은퇴한 후 2012년 세종시 첫마을로 이사를 하면서 리틀야구단 창단을 준비했다.
“첫마을부터 조치원까지 아이들을 실어 나르고, 선수 모집을 위해 아침마다 직접 전단지와 물티슈를 들고 학교를 찾아다녔어요. 물론 이런 방법을 아직도 고수하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학교 몇 곳을 방문하고 왔어요(웃음).”
리틀야구단은 취미반과 선수반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50여 명의 아이들 중 16명이 제2의 박찬호를 꿈꾸는 선수반에서 뛰고 있다. 말 그대로 프로야구 선수가 꿈인 아이들이다.
야구단 운영은 지자체나 외부 지원이 없어 안 감독과 학부모들이 십시일반 낸 돈으로 꾸려가고 있다. 안 감독은 “지난 1월 떠났던 11박12일 전지훈련도 학부모들이 상주하며 밥과 간식, 빨래를 챙겨준 덕분에 겨우 가능했다”고 했다.
“아이들은 가슴에 ‘세종시’라는 세 글자를 새기고 경기를 뜁니다. 자부심도 대단하고요. 지난해에는 용산구청장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준우승, 제주 서귀포시장기 전국 리틀야구대회 우승을 거머쥐었어요. 열악한 상황 속에 거둔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어서 의미가 큽니다.”
리틀야구단은 연맹 규정상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 아이들까지 활동이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세종시 내 중·고등학교 야구부가 없는 실정. 그래서 리틀야구단 소속 아이들은 이후 성장하면 대전, 공주, 청주 등 인근 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거나 다 같이 이사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형편상 이사마저 불가능하다면 기숙사가 있는 학교로 진학해야 한다. 안 감독은 “실제 대전으로 중학교를 진학한 한 아이는 최근까지 왕복 2시간 거리를 통학하다가 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훗날 이 아이들 중 제2의 박찬호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나올 수도 있는데, 미래의 인재가 유출되고 있는 겁니다. 세종에 이미 야구를 시작한 아이들이 있고, 앞으로 이 숫자도 점차 늘어나게 될 텐데, 이제 세종시도 야구부를 신설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전용구장이 없는 것도 문제다. 연습 중인 조치원 야구장은 좁은 논길과 비탈길을 지나야 하며 라이트 시설도 없는 등 열악한 상황이다. 그는 “구장은 물론 장비를 보관할 창고도 없어 3년째 매일 차에 싣고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아이들이 다른 시·도로 친선경기를 갈 때마다 부러워하는 게 있어요. 리틀야구장이 건설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거죠. 일기장에도 쓸 정도라네요. 정식 규격이 갖춰진 안전한 구장에서 맘껏 훈련하고 싶은 게 이 아이들의 소원입니다. 현재 쓰고 있는 조치원 야구장은 주말에는 사회인 야구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두 시간 정도 연습이 가능하고, 라이트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해가 일찍 지는 계절이면 자동차 라이트를 켜고 훈련해야 해요.”
세종시는 현재 성남고 뒤편 다정동에 리틀야구장을 조성, 2017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훈련을 지켜보던 박유민 선수의 어머니(40)는 “현재 충남중으로 진학하기 위해 대전으로 이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은 고된 연습으로 손바닥이 짓물러 세수를 못할 정도로 집념이 강하다. 맘껏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만 갖춰져도 더 바랄게 없다”고 했다.
최석진 선수의 아버지는 “일찍부터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들은 행복한 사람”이라며 “야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사회성, 인내심 등 인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했다. 안 감독이 강조하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그는 “야구장이 곧 인성교육의 장”이라고 했다.
“야구에는 희생번트라는 게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운동이기도 하죠. 스스로를 아웃시키면서 주자를 한 베이스 보냈을 때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운동입니다. 희생을 몸소 경험한 아이들은 새로운 감정을 느낄 거예요. 아직 어리지만 아이들은 야구에서 인생을 배우고 있을 겁니다.”
흔히 야구를 ‘3할의 예술’이라고 한다. 7번 실패해도 3번을 성공하면 예술이 되는 운동. 이는 곧 한 번의 안타를 치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감내해야 함을 뜻하기도 한다.
안 감독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내년이면 아이들도 꿈꿔온 구장에서 ‘플레이 볼!’을 외칠 것이란 기대감을 가져본다. 그때쯤이면 ‘전국 제패’라는 목표도 한 걸음 더 가까워져 있지 않을까.
열심히 훈련하는 우리 세종리틀선수들 정말 대견스럽고 전략과 전술을
잘 구사하여 야구의 진가를 보여주시는 안상국 감독님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하루빨리 세종시리틀야구장 전용구장이 만들어져 마음껏 야구를 할 수 있게 관할기관의
신속한 협조 및 지원을 당부드립니다.
세종시리틀야구단 전국 제패를 향하여 화이팅...^^ 이동현 선수 깡을 심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