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박유하'를 위한 변명
상태바
'박유하'를 위한 변명
  • 김재중
  • 승인 2016.01.22 22:21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계인 포용' 못하는 한국사회

10년 전 인터뷰였다. 그는 자신을 ‘친일파’라고 했다.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대체적으로 호의적인 일본인들을 ‘친한파’라고 칭하는 의미에서라면, 자신은 친일파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펴낸 책 <반일 민족주의를 넘어서>에서도 ‘친일파’인 자신의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맹목적인 반일파나 반한파가 아니라 상대방에 제대로 된 비판이 필요할 때 가차 없이 가할 수 있는 친일파와 친한파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눈치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그는 박유하 세종대 교수다. 박 교수가 최근 법정에 섰다. 검찰은 그가 <제국의 위안부>란 책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박 교수측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한, 진실에 기반한 것(저술)이기에 명예훼손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국민들이 책을 읽고 판단했으면 좋겠다며 인터넷을 통해 책을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시민배심원이 참여하는 국민참여재판도 신청했다. 재판부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박 교수에게 냉혹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박 교수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자발적 매춘부”로 표현한 정신 나간 친일파 지식인이 돼 버렸다. 정작 <제국의 위안부> 안에 어떤 내용이 기술돼 있으며, 어떤 맥락으로 그런 표현이 나왔는지 살펴보려는 이는 거의 없다.


유시민, 장정일, 고종석, 금태섭 등 일부 지식인들만 “국가가 원한다면 위안부 문제를 넘어 역사 문제 일반과 관련해서도 시민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반민주적 관례를 낳을 것”이라며 검찰의 기소에 반대했을 따름이다. 박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학자의 양심에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말라는 게 이들 주장의 요지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박유하 교수만큼 용감한(?) 주장을 펴 온 지식인은 드물다. 특히 한·일 문제에 대해서 그렇다. 10년 전 필자와 나눈 인터뷰에서도 그는 상당히 파격적인 주장을 폈다. “한국과 일본이 독도를 공유하는 것이 훨씬 더 경제적”이라거나 “일본의 야스쿠니 참배는 우리가 국립묘지를 참배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행위”라는 식이었다. 당시만 해도 풋내기 기자에 불과했던 필자는 끈질기게 말꼬리를 물고 늘어졌다.


그는 ‘사실적 근거’와 ‘역지사지’란 관점을 일관되게 폈다. 그때 필자의 호기심을 크게 자극한 내용이 ‘일제 쇠말뚝’에 관한 내용이다. 박 교수는 일제가 민족정기를 끊겠다며 한반도 명산마루에 박았다는 ‘철침’이 어떤 역사적 기록에도 나와 있지 않다며 허구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해 본 결과, 박 교수의 주장이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확인했다. 오히려 ‘일제 쇠말뚝’을 뽑겠다며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가지 거짓을 앞세웠다는 점만 들춰내고 말았다. 그 거짓이 아무런 반박없이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음을 목격하기도 했다.


박 교수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특히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욱 그렇다. 다만, 우리 안의 ‘반일 민족주의’가 한 학자의 학문적 양심을 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유감스럽다.


박유하 교수, 그에게서 뜬금없이 ‘경계인’ 송두율 교수의 모습이 중첩돼 떠오른다. 남과 북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송두율 교수처럼, 박 교수는 한국과 일본 어디에서도 온전히 환영받지 못하는 ‘경계인’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박 교수의 처지가 더 곤궁해 보인다. 내 편과 네편을 가르는 사회. 가장 강력한 경계선은 이념보다 민족인 까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KALYU 2016-08-30 19:41:02
박교수의 주장이 공감이 안 가는 부문도 있지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궤변론자척결 2016-03-14 12:26:56
김재중 넌 우리 민족 그것도 어린 소녀들 수만명이 일제의 성노예로 살았는데 헛소리를 늘어놓는데 당신 엄마가 이런 일을 당했다면 똑같은 헛소리를 늘어놓을건지, 귀향 꼭 보길 원한다

맥스 2016-01-26 15:32:50
이그 칠푼아
니 타이틀이 부끄럽다

고수동굴 2016-01-23 16:10:10
박유하 교수가 어째서 일본에서 한영받지 못한다는 거지요?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