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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세상에서 외치는 인문학의 '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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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세상에서 외치는 인문학의 '평등'
  • 한지혜
  • 승인 2016.01.13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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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팟캐스트 ⑤ | 지대넓얕(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얕음’에 열광하는 시대, ‘인문학’에도 이 형용사가 붙었다. 무명의 작가가 쓴『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지대넓얕)』이 수개월 째 서점가를 휩쓸고 있다. 40만 부, 작년 한 해 국내 저자가 쓴 책으로는 가장 많은 판매부수다.


2014년 4월, 익명의 30대 젊은이들이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라는 이름을 걸고 팟캐스트에 등장했다. 신자유주의, 철학, 예술, 과학, 미스터리에 관심이 많은 저자 채사장을 필두로 김도인, 독실이, 깡선생 등 4명이 모였다. 물론 이 별칭은 그들이 가진 캐릭터에서 따왔다.


채사장은 ‘채’라는 성에 지식가게의 ‘사장’이라는 뜻이 합쳐진 말이지만, 후에 체게바라의 ‘체(채)’와 자본주의의 꽃 ‘사장’을 결합한 아이러니를 꾀했다고 밝혔다. ‘김도인’은 명상과 깨달음에 일가견이 있는 여성패널이고, ‘독실이’는 말 그대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자 이공계 출신 과학 신봉자, ‘깡선생’은 순수학문에 관심이 많은 깡 많은 캐릭터다.


채사장은 2014년 12월, 동명의 책을 발간하면서 누구도 예상치 못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이미 책은 집필돼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팟캐스트를 시작, 방송 홍보를 위해 출간한 책은 열풍의 중심에 서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았다. 30대 남성이 대부분이던 청취자층은 20대, 30대 여성으로까지 확장됐다.


‘얕은’이라는 수식어가 풍기는 B급 정서. 어렵고 점잖은 인문학이 일상으로 느껴질 때, 오히려 사람들은 인문학을 찾는다. 그러나 방송에서 나누는 그들의 대화는 절대, 얕지 않다. 그들이 표방한 ‘얕음’은 ‘지적대화’를 이르는 말이다. 보통 사람들의 대화와 소통에 초점을 맞춘 인문학. 채사장 역시 방송의 목적을 친구나 가족 등 주변사람들과의 원활한 지적 대화라고 밝힌 바 있다.


녹음장은 언뜻 대학교 학술 동아리풍경 같다. 주제를 정하면 준비해 온 한 명이 토론을 이끌어 가는데, 걸출한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종종 “나 진짜 몰랐어”, “정말?” 같은 리액션이 펼쳐지기도 한다.


다루는 주제는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교육 등 굉장히 포괄적이다. 고대 문명, 근대 자본주의의 전개, 세계대전과 대공황, 민주주의와 독재, 보수와 진보의 개념 나아가 어설프게 알고 있었던 철학 상식이나 삶과 죽음, 외계인이나 영적 세계까지 대화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채사장은 한 강연에서 인문학의 주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른바 ‘스카이’로 대표되는 상위권 대학을 가는 학생의 비율은 전국의 3%에 불과한데 TV와 책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스카이 출신이다. 그러나 사실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는 내신 5등급으로 지방대를 나오고, 월100만~200만원을 버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바로 인문학을 향유하고 말하는 주체가 돼야한다.”


불평등한 세상에서 외치는 인문학의 ‘평등’. 세상의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얕은’이라는 간판을 단 지식의 가게로 모여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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