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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다방에서 만나는 한편의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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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다방에서 만나는 한편의 시(詩)
  • 한지혜
  • 승인 2015.12.27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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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팟캐스트 ③ | 김사인의 시시(詩詩)한 다방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앉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김사인, 「조용한 일」 전문


‘시의 시대’가 갔다. 요즘 같은 시대에 시(詩)는 정말 시시한 것이 돼버렸다. 저물어 가는 시의 미래, 여기 시의 부흥을 꿈꾸는 자가 있다. 1981년 등단한 ‘김사인의 시시한 다방’ 진행자 김사인 시인이다. 지난해 12월, 시인은 문학평론가 김나영, 출판사 창비와 손잡고 시 전문 팟캐스트 방송을 시작했다.


시대의 격동기, 1970~80년대를 그는 청년으로 살았다. 진보문학지의 발행인 이자 긴급조치, 개헌, 국보법 위반으로 세 차례 감옥을 다녀온 뒤에도 두 딸과 아내가 기다리는 집으로 들어가지 못해 떠돈 세월이 2년. 시대로부터 매 맞는 일에 앞장섰던 시인이 이제 시로써 시대를 껴안고, 시의 부흥에 앞장서고 있다.


방송은 매 회 다양한 연령대의 시인을 초대해 진행한다. 현재까지 1회 진은영 시인을 비롯해 김용택, 함민복, 이제니, 문정희 등 우리 문단의 걸출한 시인들이 함께했다.


코너는 초대한 시인의 시와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시콜콜’과 초대 시인이 평소 좋아하는 시를 낭독하고 시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는 ‘귓가에 시울림’, 김사인 시인이 직접 시를 골라 낭독하는 ‘가만히 좋아하는’ 등으로 구성된다.


물론 그가 특유의 느릿느릿한 말투와 정감어린 목소리로 시를 낭독하는 시간이 가장 인기가 많다.


김사인 시인의 목소리는 따듯한 저음이다. 무엇보다 말이 ‘느리다’는 설명으론 부족할 만큼 말이 느리다. 아마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 중 가장 알맞은 말을 찾고, 가장 적당한 의미를 찾는데 소요되는 시간 때문일 것이다. 시인의 입 안에서 오랜시간 둥글게 깎여진 단어는 밖으로 나오면서 한없이 진중한 말로 탄생한다.


그는 ‘시시한 다방’이 한 편의 시(詩)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것도 정말 ‘좋은 시’. 아마도 방송을 통해 청취자에게 전해지는 모든 언어자체가 시이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살벌하고 희한한, 상업적인 언어가 횡행하는 시대다. 우리가 왜 시를 읽으며 살아야 하는지 더 절실해지는 때, ‘김사인의 시시한 다방’이 그 해답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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