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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류] 어느 중3 학부모가 바라는 '세종시고교평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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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류] 어느 중3 학부모가 바라는 '세종시고교평준화'
  • 정문자
  • 승인 2015.10.04 2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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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성적 나빠 후진 학교 갔다'는 패배감, 아이 아닌 어른 잘못"

 

‘고교평준화’가 세종시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세종교육청이 고교평준화 도입에 앞서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기 때문. 오는 6일까지 진행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평준화 도입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이에 본보는 평준화 도입에 대해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는 두 기고자의 글을 게재한다. 외부 기고 내용은 본보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혀 둔다. <편집자>


난 소위 '뺑뺑이'를 돌린 청주에서 여고를 다녔다. 내가 다닌 학교가 서울대를 많이 보낸 명문학교는 아닙니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며 우리학교라는 소속감이 생겨서인지 우연히 여고 후배를 만나면 너무 반갑습니다.

뺑뺑이로 흩어진 중학교 때 친구를 만나도 우리학교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얘기를 주로 했지, 너네학교는 커트라인 점수가 몇 점이라 후지고 우리학교는 몇 점이라 명문이라는 얘기를 했던 기억은 없습니다.

그런데 중3인 아이들 학교 설명회에 참석했을 때 선생님들께 들은 얘기는 암담했습니다. 내신 몇 등은 A고, 몇 등까지는 B고, 더 아래는 C고. 조치원에 사니까 읍내에 있는 세종고를 가면 되겠지 했던 성적이 300명 중 100등 바깥인 아이들은 그야말로 ‘멘붕’이었습니다.

세종고가 서울대도 한 두명 보내는 명문고가 되어 버려, 외부유입 학생이 많아 정작 조치원에 사는 아이들 200명 가량이 미달인 후진 학교로 가야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답니다.

물론 고교평준화가 되어도 모든 학생이 가까운 곳, 마음에 드는 곳으로 배정 받는 건 아니겠지만, 최소한 마음에 드는 학교에 배정 받진 못해도 내가 성적이 나빠 후진 학교에 가게 됐다는 상실감과 패배감은 없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후진 학교에 가게 된 아들을 둔 친구는 매일 매일이 살얼음판이라고 합니다. 거칠고 공부 못하는 애들만 모여 있어 힘들다는 선생님들의 하소연도 자존심이 상하고, 아이들은 대수롭지 않아 하는 작은 일에도 미달학교라 그렇다는 주변의 수군거림에 아이가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한다며 한걱정입니다.

이 상황이 공부를 못한 그 아이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감당해야 하는 일일까요? 아니면 어른이 제도를 바꿔서 대다수의 아이가 자존심에 상처받지 않게 해줘야 할까요.

저도 아이가 중3이 되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현실은 달라’입니다. 현실이란 말의 다른 뜻은 경쟁, 수월성, 수준차이, 출신학교, 서열, 선행학습, 사교육 등등의 뜻인 것 같습니다. 사교육도 안 시키고, 출신학교에 대한 걱정도 안하며, 선행학습도 못하게 하는 저 같은 학부모는 직무유기 아닌가 하는 자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고등학교에 가면 중학교 때 못했을 지라도 새롭게 맘먹고 출발해 봐야지 하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고교평준화가 되기를 아이 가진 부모로서 바라봅니다. 거기에 교육 전문가인신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하향평준화를 걱정하는 분들의 우려를 씻을 수 있는 보안 장치와 다각적인 제도를 고민해 주십사하고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에게 ‘현실이 이것이니 기본 따위는 무시하고 따라와’라는 비겁한 변명은 어른으로서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루 중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가 말 그대로 행복할 수 있는 꿈의 장소가 되고, 서로 다른 교복을 입고도 서열을 가르지 않는 그날이 빨리 오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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