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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만 바뀌면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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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만 바뀌면 되는 걸까
  • 김항중 대전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천주교대전교구
  • 승인 2014.10.27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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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항중의 행복교육 |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

경쟁만 배우는 아이들, 행복지수↓ 자살률↑
가정교육부터 교육방향에 대한 재조명 필요
부모 모두 자녀에 물려줄 정신유산 성찰해야


우리나라 부모들은 이웃나라들과 비교할 때 유독 자녀교육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매우 높다. 교육이 개인과 가문에 신분상승과 성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중·고교 학생들은 하루에 15시간가량을 학교와 학원에서 보낸다.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아침 8시 정도 집에서 나와 5시까지 학교를 마치고 밤 8~9시까지 학원을 오가며 배회한다. 집에 돌아오면 컴퓨터와 TV, 혹은 자거나 공부하는 일상을 반복한다. 과연 그들이 배우는 지식이 미래에 꼭 필요한 지식일까? 나름대로 진로계획에 따라 배우고 익히는 지식들일까?


점수의 높고 낮음이 학생의 모든 것을 결정해 버리는 분위기가 사회를 지배한 지 오래고, 학생들은 학교에서 서로간의 우정을 쌓기보다 경쟁의 관계로 개인주의 성향이 몸에 배어 가고 있다. 높은 점수가 성공과 출세의 지름길이라는 틀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행복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 행복지수는 유니세프(UNICEF)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 결과에서 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고 청소년 자살률은 으뜸이다. 필자는 학교교육은 차치하더라도 가정교육에서부터 교육 방향이라는 큰 틀에 대해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주말(1박 2일)을 이용해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에서 강의봉사를 하고 있다. 참여하는 부모들과 우리나라 교육현실에 대한 공유, 올바른 자녀교육 방향에 대한 성찰, 부모 자신의 행복도를 살펴본다. 그동안 많은 부모들을 만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고 생각나는 것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아버지학교 입교하는 첫날 모습은 많은 아버지들이 아내들의 등에 떠밀려 입교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내들은 일상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가 남편이면서 아이들의 아빠에게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즉 아내들은 우리 가정이 변화되기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하는 것은 바로 가장인 아버지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억지로 입교한 후 교육을 받는 아버지들의 굳었던 표정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환하게 펴진다. 교육내용에도 공감하고 나중에는 아내들도 함께 수강했으면 하는 바람을 표시한다. 1박 2일 일정을 마친 아버지들 대부분은 흡족한 표정으로 새롭게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귀가한다.


그런데 아버지들이 수료하면서 자녀교육을 위해 아내들도 꼭 들었으면 하는 바람과는 달리 어머니들은 그럴 의사가 별로 없는 듯 보인다. 필자가 9년 전부터 좋은 부부, 좋은 부모 역할을 위해 운영해오고 있는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는 수료생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주말에 마친 아버지학교는 44기생이 수료했지만 어머니학교는 지금까지 고작 21기 수료생을 배출했다. 사실 많은 가정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육아와 자녀교육을 맡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어머니학교는 적어도 아버지학교의 3배인 120기 정도는 운영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박 2일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어머니학교 모집공고 후 수강희망자 미달로 번번이 폐교되는 일은 안타까움 그 이상이다. 무조건 자녀교육 문제를 어머니들 탓으로 돌리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바람직한 자녀양육과 교육에 대해 어머니들의 보다 더 큰 안목, 진정으로 자녀들에게 물려줄 정신적·심리적 유산에 대한 성찰, ‘나와 가까운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다함께 만들어가야 할 사회상 등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공유가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어려운 퍼즐에는 반드시 완성된 그림이 제공된다. 퍼즐을 한 조각 한 조각 맞춰가려면 완성 된 그림이 있어야 하나하나를 비교하며 제대로 잘 완성할 수 있다. 마치 퍼즐게임처럼 자녀교육에도 부모들이 나름 참조할 수 있는 완성된 그림이 필요하다. 가령 아이들이 갖춰야할 덕목, 습관, 가치관 등이 그런 것들이다.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의 존재 이유도 거기에 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라. 여태껏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나 경험, 순간을 떠올려보라. 아마도 어린 시절이든 청년시절이든 어느 시기 어느 누구건 그 장면에는 반드시 다른 누군가가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최고의 순간이나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은 나와 누군가의 교류 속에서 남겨진 경험들이다. 특히 사람이 태어나서 성장하면서 가정에서 부부와 부모-자녀 사이에 쌓아가는 기억들은 ‘애증’으로 오래오래 대를 이어 가족들에게 기억되는 관계다. 누구를 위한 교육이고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진지한 고민을 많은 부모들이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를 통해 느끼고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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