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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만들기 쉬워도 없애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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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만들기 쉬워도 없애긴 어려워
  • 송영웅(한국일보 미디어전략사업팀장)
  • 승인 2016.08.16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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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규제 완화 신문고를 제안한다
송영웅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사업팀장)
송영웅 (한국일보 미디어전략사업팀장)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한국일보사는 2009년 서울시가 마포구 상암동에 조성한 디지털미디어시티(DMC)의 한 부지에 대한 매입 계약을 체결하고 본사 사옥을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상암동 DMC는 서울시가 언론사와 엔터테인먼트, 정보기술(IT) 기업들로 이뤄진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추진해온 야심찬 프로젝트다.

서울시는 DMC를 조기 활성화 시키기 위해 토지 분양가를 낮추는 대신, 공모에 참가할 수 있는 업종 제한을 두는 등 각종 장치를 걸어두었다. 그 중 대표적인 규제 장치가 전매제한과 지정용도 제한이다. 전매제한은 DMC에서 토지를 분양 받을 경우 10년 동안(현재는 5년으로 단축) 매매를 할 수 없도록 한 조치다. 지정용도 제한은 언론사, 엔터테인먼트 등 허용 업종들로 전체 건물 연면적의 90% 이상을 채운 상태를 10년간 유지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만약 이를 못 지키면 서울시에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그런데 2009년 말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경기 침체와 함께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 되면서 제한된 업종만으로는 상암동 DMC 건물에 임차를 채우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상암 DMC의 건물주들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곤혹을 치러야 했다. 일부 건물에서는 지정 업종에 맞지 않는 기업들을 입주시키는 불법 사례까지 일어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의 경우 그룹 계열사와 협력사들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컨소시엄 멤버들의 경영난으로 사업이 장기간 표류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외부 투자자 유치를 수차례 시도했지만 지정용도와 업종 제한에 걸려 곤혹을 치러야 했다.

더구나 서울시는 이런 상황에서 ‘한국일보컨소시엄과의 계약에 근거한다’며 무려 연 31%에 달하는 각종 연체 부담금을 수년째 부과하고 있다. 연 31%의 연체율은 일반 대부업체의 연체율에 버금가는 초고금리다.

박근혜대통령이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참에 못된 규제를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가령 일반인이 규제 완화를 제안할 수 있는 ‘신문고’ 같은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
박근혜대통령이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참에 못된 규제를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가령 일반인이 규제 완화를 제안할 수 있는 ‘신문고’ 같은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토지 대금 연체료로 연 31%의 연체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서울시 담당자들도 과다하다는 점을 인정한다. 10여 년 전 부동산 시장이 활성이던 때 만들었던 규정인 만큼 저금리 상태인 현재 상태에서 보면 비상식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솔직히 연체 부담금이 과도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마땅히 삭감해 줄 명분도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담당 공무원도 불합리한 규제를 인정하지만 이를 폐기하거나 완화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자칫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간 나중에 ‘특혜를 베풀어준 장본인’으로 낙인 찍힐 수 있어 누구도 나서길 꺼린다.

이처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규제는 한번 만들어지면 없애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새 정책을 추진할 때면 기존에 있었던 규제에 추가 규제를 더하면 더했지, 규제를 낮추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다 보면 당연히 규제는 눈덩이처럼 커져 나중에는 사업성을 떨어뜨리거나 아예 사업을 망하게까지 하곤 한다.

박근혜 정부가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은 이런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규제는 공직자 입장에서는 권한이자 책임지만, 일반 사업자 입장에선 투자나 사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물론 규제 중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규제가 상당수 있다. 이런 ‘착한 규제’까지 풀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규제는 다수를 통제하고, 공평 질서를 지키게 하는 장치다. 착한 규제는 살리되 못된 규제를 과감히 풀어야 한다.

최고책임자가 규제를 풀겠다고 선언한 만큼 이참에 못된 규제를 풀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든다면 일반인이 규제 완화를 제안할 수 있는 ‘신문고’ 같은 장치가 마련됐으면 한다. 신문고에 제안된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정부 최고 책임자가 공정하게 평가를 해서 이를 실천에 반영해야 한다. 말로만 떠드는 규제 완화보다 작지만 실현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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