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기자의 눈]‘최저가 낙찰’이 낳은 구조적 문제
상태바
[기자의 눈]‘최저가 낙찰’이 낳은 구조적 문제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4.03.20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공사·하도급업체·감리업체 책임 모면키 어려워

"최저가 낙찰은 결국 하도급업체에 저가경쟁을 유발시키는 구조적 문제다. 하도급업체가 공사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가격으로 수주를 한 뒤 공사과정에서 자재대금·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발주업체에 공사대금 현실화를 요구한다. 발주업체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저 이윤을 보장하면서 하도급업체와 공생관계를 유지해온 게 업계의 오랜 관행이다. 이번 사건은 발주업체인 모아건설이 이런 관행마저 묵살하면서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A건설사 관계자)

세종시 도담동 모아미래도(1-4생활권, 723세대)의 ‘철근 부실공사’ 파문은 ‘최저가 하도급 낙찰’이 빚은 구조적 문제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9일 행복청과 업계 등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철근공사를 ‘최저가 낙찰’을 통해 수주한 하도급업체(청화기업)가 하도급액 증액을 빌미로 철근을 부실하게 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공사부터 따고 보자’는 식으로 수주한 뒤 공사비를 올려 받으려는 하도급업체가 공사비 증액 협상이 결렬되자 고의로 부실 시공했다는 게 지금까지 행복청의 조사 결과다.

사건을 되짚어보면 이렇다.

모아건설이 골조공사를 맡길 하도급업체를 ‘최저가 낙찰’ 방식을 통해 발주했는데 청화기업이 가장 저렴한 가격을 써내 수주했다. 그리고는 현실적으로 공사비용이 부족하니 하도급비용을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모아건설은 계약한 하도급비 이상을 줄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에 앙심을 품은 청화기업은 고의로 배근간격을 넓혀 철근을 부족하게 시공했고, 부실 시공한 현장을 촬영하는 등 자료를 축적했다. 이를 근거로 발주업체와 하도급업체 간 재협상이 벌어졌다. 공사비용이 실제보다 더 소요됐으니 하도급비를 증액하라고. 그렇지 않으면 언론에 관련 사실을 제보하겠다고. 모아건설은 다시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부실시공이 세상에 알려졌다. 설계대로 시공이 이뤄지는지 관리·감독해야 할 감리업체(원양건축·담건축)는 ‘눈 뜬 봉사’였다.

사법당국의 보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져야 진상이 밝혀질 일이지만 보통 문제가 아니다. 고의로 부실시공을 한 하도급체도 공분을 살 일이지만 안전은 도외시한 채 공사비만 줄이고 보겠다는 시공사의 책임도 무겁기는 매한가지다. 사용허가권자이면서 관리·감독 책임을 지닌 행복청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하도급업체가 오죽했으면 같이 죽자고 언론에 스스로 부실 시공한 자료를 넘겼겠느냐"며 "시공사-하도급업체-감리업체로 이어지는 총체적인 부조리가 잉태한 결과"라고 말했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