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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현장에 안철수 정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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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현장에 안철수 정치 있었나?
  • 장수찬 교수(목원대 행정학과)
  • 승인 2014.01.07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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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이야기 | 안철수 현상과 안철수 신당

정면 도전보단 정치공학 의존, ‘헌신’ 없어
정책적 대안 없이 정치 세력화 불가능
CEO 리더십, 시장 조직에서나 적용 가능
조직기술 결핍, 정치리더십 평가 이미 끝나

한국사회에 안철수 현상이 나타난 것은 2011년 10월부터였다. 2012년 12월 대선을 1년여 남겨둔 시점에서 정치적 경력도 정당 배경도 없던 안철수가는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어떤 저명한 사회학자는 안철수 현상을 빗대 새로운 시대정신은 ‘민주 대 반민주’라는 ‘87체제’, 그리고 ‘신자유주의와 사회 양극화’라는 ‘97체제’를 동시에 결산하라는 명령으로 해석했다. 다른 사회학자는 과도한 이념 경쟁으로부터 오는 피로감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통합이 시대정신이고, 이것이 안철수 현상의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회학자는 안철수 현상을 ‘성공한 사람들에 대한 욕망이 투영되어 일어나는 현상’, ‘성공신화에 기반 한 제3의 후보(2002년 정몽준, 2007년 문국현)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정치 무경력자 안철수가 어느 날 갑자기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허약한 정당 구조 때문이었다. 정당지지자들은 개별 정당의 입장에서 볼 때 네 가지로 분류된다. ‘핵심지지층’, ‘잠재적 지지층’, ‘중립지대’, ‘핵심 반대층’이 그것이다.

‘핵심지지층’은 대통령선거,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에서 일관되게 자기 정당을 찍는 지지층이다. 현재 새누리당의 핵심지지층은 전체 유권자중 30~36%수준이고, 민주당의 핵심지지층은 9~12% 수준이다. 대신 새누리당의 잠재적 지지층은 9~12%이고, 민주당의 잠재적 지지층은 30~36% 수준이다. 요약해서 말해서 민주당의 지지층은 유동성이 높은 편이고, 다른 말로 표현하면, 정당구조화가 허약한 편이다. 따라서 성공신화에 기반 한 제3후보(정몽준, 문국현, 안철수)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를 위협할 수밖에 없고, 새누리당에 비해 민주당이 정치하는 것을 훨씬 힘이 들게 한다. 왜냐하면, 정치란 자기가 가지고 있는 세력에다 다른 정파나 정치세력을 붙이는 연합, 연정 혹은 제휴(coalition building)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은 2012년 대선이후에도 계속되는 진행형이다. 그러면 안철수 신당이 성공할 수 있을까? 안철수 신당의 성공여부는 2011년 10월 이후 27개월의 안철수 정치행보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답이 나온다. 우선 결론부터 애기하면, 안철수 신당은 소수정파를 만드는데 그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우선 기존정치질서 혹은 정치행태에 안철수는 정면도전하기 보다는 정치공학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보궐선거 당시 부산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와 정면승부를 회피하고, 쉽게 승리할 수 있는 서울 노원구에서 출마했다. 자신의 인기도를 자본화하는 전략이었다. 안철수의 신당행보는 지지도가 높은 호남, 대전, 서울, 그리고 경기에 거의 국한되어 있다. 지지도가 높은 곳에서만 안철수 정치가 존재한다. 기존 정치질서에 도전하려면 우선 대구, 부산, 경북, 경남에서 안철수 정치가 있어야 한다. 정치공학을 뛰어넘는 도전을 통해서 헌신을 보여줄 때, 대중적 호감도가 대중적 세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

둘째, 정치는 현실에 정면승부하고 현실에 해답을 주어야 한다. 구체적인 정책적 해답을 가지고 대중을 모아낼 때 정치적 세력화가 가능해진다. 철도파업이 일어나는 현장에 안철수 정치가 있었는가? 아니다. 뜬 구름 잡는 선문답으로 호감도를 높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아니면 여론조사는 높게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대중의 지지를 세력화 하지는 못한다. 27개월 동안 현장에서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분명히 드러냈다면 안철수 정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조직화된 세력으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그러면 안철수는 정치에 필요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가? 정치적 리더십은 대체로 5가지 분야로 평가한다. 즉 대중적 커뮤니케이션(mass communication), 조직 기술(organization skill), 정치 기술(political skill), 비전과 철학(vision), 정서적 안정감(emotional stability) 그리고 인식능력(cognitive intelligence) 등이다.

정치적 리더십은 단기간에 쉽게 획득되지 않는다. 특히 조직기술과 정치적 기술은 오랜 경험과 지적능력이 결합한 종합예술이다. 안철수 정치는 현저히 정치적 기술과 조직기술의 결핍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엘리트들 사이에 안철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된다. 정치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안철수 신당의 지지율이 8개월 이상 30%에 육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명도 안철수 캠프로 이전하지 않았다. 안철수 캠프로부터 참신한 학자, 전문가, 활동가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아직도 안철수가 비즈니스 CEO 리더십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CEO 리더십은 시장조직에서나 적용 가능한 낡은 프레임이다. 정치는 가장 세련되고 민주적인 리더십만이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장이다.

지난 2012년 10월 세종시 밀마루전망대를 방문한 대선후보 시절의 안철수 의원. 세종포스트 자료사진.
지난 2012년 10월 세종시 밀마루전망대를 방문한 대선후보 시절의 안철수 의원. 세종포스트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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