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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니의‘인생 3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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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언니의‘인생 3막
  • 최태영
  • 승인 2013.12.15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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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28년만에 한국 돌아온 우호제씨

日 국적 취득 후 충남대 자유전공학부서 수학(修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대학생이 된 것이 그저 기쁠 따름이죠. 이제야 인생의 제3막을 펼친 듯해요"

일본인 남편과 결혼한 뒤 28년간 일본에서 생활하다 학업에 대한 열망으로 충남대에 입학한 늦깎이 대학생이 있다. 올해 충남대 자유전공학부 내 개설된 ‘리더십과 조직과학 전공’의 재직자특별전형으로 입학한 우호제(56·13학번)씨가 그 주인공.

우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다녔을 때가 첫 번째 인생이고, 이후 남편과 결혼해 일본에서 생활한 28년이 두 번째 인생이라면 올해 대학에 입학한 것이 세 번째 인생이다"라고 했다.

그의 원래 국적은 한국이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업한 뒤 우연히 일본인과 결혼하면서 일본 국적을 취득했고, 그렇게 28년간 일본인으로 살아 왔다. 우씨는 "남편은 가끔 못다 한 공부를 할 것을 권유했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것이 급선무여서 공부할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했다.

우씨는 현재 국내 여행사의 일본 도쿄지사에서 20년째 근무하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을 한국에 유치하는 매니저다. 매년 3000~4000명의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한다고 했다.

그는 "28년간 일본에서 살았지만 늘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생각했죠. 은퇴 뒤에는 한국에서 살 수도 있을 것 같아 4년 전에는 대전에 집도 마련해뒀다"며 "그러다 작년 겨울 충남대에 나처럼 고교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준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고 했다.
이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생이 전문계고 출신 직장인을 위한 ‘리더십과 조직과학 전공’을 소개한 것.

하지만 우씨가 입학하기까지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국인이라는 신분상의 문제,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상황 등 일반적인 경우와 달라 교육당국으로부터 유권해석까지 받아야 했기 때문. 그는 "아직도 캠퍼스에 있는 순간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우씨는 "고교 졸업생과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을 했다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은 꿈도 못 꿨을 것"이라며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전형이 만들어졌기에 가능했죠. 어렵게 입학한 만큼 다른 학생들보다 두배 이상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처음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힘들고 두려웠다고 했다. 다른 누구보다 목표와 의지가 명확하다지만 오랜 세월 펜을 놓고 있었다는 불안감 탓이라고 했다. 환갑을 앞둔 나이에다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

우씨는 그러나 "중간에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취업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오히려 내 목표와 이상을 위한 대학 공부를 할 수 있어 더 열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자유전공학부 학사과정을 마친 뒤 대학원에 진학해 일본어를 공부할 계획이다. 몸으로 익힌 일본어를 학문으로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 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우씨는 "한국과 일본, 양국을 위해 남은 여생을 보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태영 기자 ctywo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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