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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강화가 생활편의보다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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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강화가 생활편의보다 우선인가
  • 이충건
  • 승인 2013.12.02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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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세종 VS 박근혜의 세종 | 상업용지 공급 왜 늦어지나 했더니…

청사주변 13만 5500㎡ ‘장벽’, 상업지 축소
정부 3.3㎡당 230만원 매입, LH ‘속앓이’
아파트 입주-정주기반 간극 악순환 반복

"상업용지 공급 더디지 않다." 행복도시건설청이 되풀이하는 소리다. 정말 그럴까? 중앙부처공무원들에게 물어봐도, 일반시민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아니오"다. 유치원도, 학교도, 병원도, 학원도, 각종 생활편의시설도 다 부족하다.

세종시에 따르면, 지난 26일 현재 행복도시 내 인구수는 6970세대 2만1977명이다. 지난 7월 입주를 시작한 포스코 레이크파크(511세대)는 이날 기준으로 281세대(856명, 전입신고 기준)가 입주를 마쳤다. 입주율 55%. 입주 4개월째인데 꽤나 속도가 더디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따르면, 정부청사 2단계 이전에도 불구하고 인근 아파트들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12월 입주가 시작되는 포스코 센트럴시티(626세대), 대우 푸르지오(622세대), 한신 휴플러스(696세대) 등이다.

세종해냄(한솔동 첫마을) 양동철 대표는 "1단계 이전의 ‘학습효과’로 2단계 이주공무원들이 대전 노은 쪽 물량을 임시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 복덕방공인중개사사무소 조은학 대표(반석마을1단지)도 "행복도시에 비해 전세가가 2000~5000만원 높은데도 이주공무원들의 노은지역 선호 경향이 뚜렷했다"며 "지금은 노은지역에서 전세물량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주공무원들조차 당장은 행복도시에서 못 살겠다는 얘기다.

입주시점과 정주기반의 시차가 워낙 큰 게 근본적 원인이다. 이런 현상이 악순환처럼 반복되고 있는데도 행복도시건설청과 LH는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가가 부족해 낙찰경쟁이 발생하고 높은 낙찰가가 임대료 상승을 부추겼다. 이는 고스란히 생활물가에 반영됐다. 학원, 공부방 모두 첫마을이 대전보다 비싸다.

행복청에 따르면 첫마을과 청사인근에 음식점과 병·의원, 약국, 학원 등 상점이 올 연말까지 758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공급부족이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워낙 행복도시 내 상업용지가 적다보니 1생활권 상가 분양가격이 웬만한 수도권지역 역세권 상가 수준이다. 실제 수의계약으로 3.3㎡당 450만 원선에 판매된 1-5생활권 내 상업용지에 들어선 단독상가들의 3.3㎡당 분양가격은 3000만원(1층 기준)을 넘어섰다. ‘행복도시에서 돈이 되는 아이템은 상가뿐’이란 말은 괜한 게 아니다.

내년 행복도시 내 아파트 입주물량은 1만 6460세대다. 현재 행복도시 세대 당 인구가 3.15명이니 대략 5만 2000명이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 연말 입주물량과 도시형생활주택(1309호), 오피스텔(2569호)을 합하면 행복도시 인구가 1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짓고 있는 상가만으로 이 인구의 생활편의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더구나 행복청이 입주민 생활편의를 위해 2생활권 BRT 도로변 토지사용시기를 앞당겨준 상업용지에는 대부분 ‘도시형생활주택+1~2층 근린상가’가 건축 중이다.

행복청은 11월 중순이 되서야 상업용지 공급을 승인했다. 2-2생활권 및 3-2, 3-3생활권 등 27필지 5만 4000㎡ 규모다. 이번 공급승인 된 토지를 포함해 상업용지 공급은 약 30만㎡에 이른다. "상업용지 공급이 더디지 않다"는 행복청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다르다. 이번에 공급된 토지는 모두 생활대책용지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원주민 보상차원의 토지공급은 대체로 지연되기 일쑤다. 2011년 10월 공급된 1차 생활대책용지 중 제때 분양이 이뤄진 건 1-2생활권 해피라움, 1-3생활권 몰리브, 1-4생활권 프라이빗시티 정도다. 대부분 조합원의 이해관계, 시공사 선정, 신탁사 등 여러 문제 때문에 사업추진이 늦어지고 있다. 공급부터 준공까지 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1-4생활권 BRT 도로변 상가들은 그나마 빠른 편이다.

일반경쟁 입찰로 공급되는 상업용지는 올해 단 한 필지도 없었다. 당초 1-5생활권 공급이 계획됐다가 정부세종청사의 ‘보안 강화’로 13만 5523㎡를 공공청사용지로 편입시켰다. 이번에 행복청이 공급 승인한 2차 생활대책용지 면적의 2.5배 규모다. 총 매입가 932억원. 3.3㎡당 220~230만원에 사들인 셈이다. 내색은 안 해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LH로서는 속이 터질 일이다. 일반경쟁 입찰로 공급하면 최소 5~7배의 예상수익이 날아가 버린 까닭이다. 일각에서 LH가 개발이익 보전을 위해 일반상업용지 공급의 속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다.

이밖에 1-1생활권은 암반지역으로 건물 시공 시 문제발생 소지가 있어서, 4-1생활권은 토지 인프라공사 미흡으로 각각 상업용지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다.

일반 상업용지는 해를 넘길 공산이 크다. 물론 일반상업용지라고 해서 무조건 토지사용시기가 빠른 건 아니다. 문제는 인식의 차이다. 그동안의 악순환, 즉 아파트 입주시점과 정주기반 사이의 간극이 해소되지 않는 한 행복도시는 결코 행복한 도시가 될 수 없다는 소리다.

상업용지 공급을 기다리고 있는 한 부동산업자는 "정주기반이 선제적으로 마련되지 않으면 행복도시 인구유입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통상 토지공급부터 준공까지 2년이 소요된다고 보면 2015년 이후 상주인구 대비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건 기자 yibido@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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