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을이 한꺼번에 이사 가는걸 종종 보게 됩니다.
한 마을이 모두 이사 갈 땐 많은 것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옆집도 사라지고, 장독대도 사라지고, 울타리 담장도 사라지고, 때론 물고기 잡던 개울도 사라집니다. 가장 서운한 것은 추억마저도 사라진다는 것 이지요.
차곡차곡 쌓아 가득가득 싣고 가는 이삿짐 속에 함께 싣지 못하는 것 중엔 누렁이도 있고, 앞마당 패랭이 꽃밭도 있고, 탱자나무 울타리에 울던 참새들도 있습니다. 가장 속상한 것은 어린 시절부터 한 아름 함께 자란 뒷동산 푸른 소나무들입니다.
한 마을이 한꺼번에 이사 오는걸 종종 보게 됩니다.
한 마을이 모두 이사 올 땐 많은 것들이 새롭게 생겨납니다.
하늘만큼 높다란 큰집이 생기고, 마을회관으로 가던 큰길보다 훨씬 넓은 큰 도로도 생기고, 학교 운동장보다 넓은 공원도 생깁니다.
한동네 사람들보다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한집에 살고, 앞마당 패랭이 꽃밭보다 더 예쁜 공원에서 사람들이 산책을 합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새것이어서 추억이 담겨져 있지 않지만 사람의 마음이 담기고 사람의 손길이 닿고 서로서로의 온기로 어루만지면 이사 간 마을이 그리워 할 ‘고향’이라는 이름의 따뜻한 동네가 되겠지요.
햇살 좋은날 뒷동산에 올라 마을 내려다보는 푸른 소나무를 보거든 이사 간 군가와 한 아름 함께 자란 추억을 곱게 쓰다듬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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