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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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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소나무
  • 박석신(한국화가)
  • 승인 2013.02.22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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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붓이 선을 그린다.

풀뿌리 붓이 선을 그린다.
가냘픈 둥근 곡선… 무얼 그릴까?
산, 강, 나무가 차례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림은 가족사진이 되었다.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풀뿌리로 그어진 단순한 선 하나엔 한 사람의 애틋한, 그러나 서투른 사랑의 표현이 담겨져 있다. ‘말하는 소나무’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했던 그림과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필자는 한 달에 꼭 한 번은 종합병원 병동에 찾아가 화구를 펼치고 환자나 보호자들과 그림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오랜 병원 생활과 사랑하는 이와 헤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타인이 내어주는 어떠한 위로에도 마음의 한자리를 내려놓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림은 마음의 장벽을 잠시 허물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처음 보는 화가에게 그들은 그림 한 점으로 위로를 청하며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애틋한 감정들을 담아주기를 원한다. 부인이 많이 편찮으시다는 이제 막 육십을 넘은 아저씨. 그 돌이킬 수 없는 병마의 아픔이 자신의 탓 같아 미안하고 안쓰럽다며 아내에게 마음의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다 하신다. 길가에 투박하게 자란 풀뿌리 붓을 쥐어드리고 부인을 닮은 선 하나를 그려달라고 청한다.

풀뿌리 붓은 아저씨의 마음이 되어 아내를 둥근 곡선 두 개로 그려냈다. ‘애들 엄마는 산 같은 사람이에요’ 그 아저씨는 자신이 그린 가냘프고 여린 둥근 곡선 안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이내 눈시울이 붉어지는 아저씨.

어떤 위로의 그림을 드릴까… 산, 강, 나무를 그리고 화제를 달았다. ‘당신에게서 가족의 태양이 떴고 당신에게서 나무같이 다섯 아이가 자랐고, 당신에게서 가족이라는 강물이 만들어졌지요.’ 그림을 받아 안고 병실에 누워있는 아내에게로 가시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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