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로컬푸드 1번지’ 전북 완주를 가다
상태바
‘로컬푸드 1번지’ 전북 완주를 가다
  • 김수현
  • 승인 2013.01.17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산자 조직, 자치단체 의지, 전문가 컨설팅, 합리적 소비의 결정판

도농복합도시인 세종시에서 생산자와 소비자가 상생할 수 있는 모델로 로컬푸드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 14일 시의원과 공무원, 로컬푸드 연구회 소속 20여 생산농가와 함께 우리나라의 로컬푸드 메카로 불리는 ‘완주로컬푸드’를 탐방했다. 전북 완주군은 2008년을 전후로 민관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불과 2년도 안 돼 로컬푸드 운동의 전형을 창출했다. 완주로컬푸드가 명품녹색도시로의 도약을 모색하는 세종시에 던진 시사점을 짚어봤다.<편집자 말>


민관 거버넌스가 이룬 완주로컬푸드 성공신화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한 얼굴 있는 먹을거리’를 의미한다. 완주군에서는 지난 4년간 두레농장, 파워빌리지, 참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 멋있는 마을 만들기 등 각종 마을공동체 활력사업을 통해 100여 가지에 이르는 밥상품목 생산체계를 구축해왔다. 이런 품목 다변화가 ‘건강밥상 꾸러미’와 ‘로컬푸드 운동’의 튼실한 토대가 됐다.
‘건강밥상 꾸러미’는 밥상에 오르는 유정란, 콩나물, 두부, 채소, 축산물 등을 한데 묶어 일주일 단위로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먹을거리 배송사업이다. 완주군이 2010년 10월부터 시행했다. 월 10만원이면 완주지역에서 생산되는 로컬푸드로 건강하고 안전한 가족의 밥상을 차릴 수 있다.
2010년 5월 창립된 영농법인 ‘건강한 밥상’은 직원 수가 16명으로 꾸러미, 직거래, 급식을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연매출 30억원의 성과를 이루고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2011년 6월 창립된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는 로컬푸드스테이션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직원 수가 20명으로 올해 연매출 목표를 100억으로 정했다.
완주군은 연간 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로컬푸드에 대한 통합적 정책지원에 나서고 있다.


직매장 1일 매출, 대도시 하나로마트와 비슷
농업회사법인 완주로컬푸드㈜는 농산물 직매장, 레스토랑, 가공센터, 소비자 가공체험, 주말 농촌체험관광 등을 합한 6차 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완주로컬푸드 1호점인 용진농협 직매장은 완주군과 용진농협이 50%씩 총 5억원을 출자해 지난해 4월 개장했다. 1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일일 방문객 1000명, 일 매출 1000만원 이상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 정도 매출은 광역시 단위의 농협 하나로 마트와 엇비슷한 수준. 시골 면소재지에서 6개월 만에 이뤄낸 성과란 사실이 놀랍다. 건강한 먹거리를 합리적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어필한 덕분이다.
농민들은 용진농협 직매장을 처음에는 꺼려했다. 하우스 시설농이 많았고, 대농이 50~60%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바쁘고 힘들어서 못한다고 했다. 초기 참여 농가는 20~30가구에 불과했다.
판매력이 입증되면서 참여 농가가 자연스럽게 확대됐다. 지금은 쌈채류로 월 700만원 소득을 올리는 부부도 있다. 중간 유통과정이 없고 사람을 쓰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0월 3일 개장한 효자동 직매장은 완주로컬푸드 2호점이다. 전주와 완주의 통합 논의 과정에서 상생 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주시가 효자동사무소를 무상 임대해줬다.
운영 주체는 완주로컬푸드㈜. 축협과 농협 등 8개 법인이 13억원을 공동 출자해 만든 농업회사법인이다. 생산농가가 이미 조직돼 있어 80일 만에 개장할 수 있었다. 초기 참여 농가가 250여 가구에 달한다. 일일 방문객 500명, 일 매출 1,000만원 이상.
다품종 소량생산이 성공의 키워드
30~40년 전에는 돈이 되는 단일품목을 대량생산하기 위해 전업농을 육성했고, 지금은 대량생산 체제로 인한 여파로 하나로 마트에서 조차 지역 농산물을 찾기가 어렵다. 지역농산물을 다양하게 재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컬푸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연중 품목이 300~400 품목은 돼야 한다. 밥상에 올라가는 농축산물 정도는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효자동 매장은 개장 한 달 만에 참여농가가 200농가나 늘었다. 기본적으로 ‘소농’과 ‘고령농’을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례로 대파 같은 경우는 대농이 일괄 납품하는 것이 아니라 5개 정도의 소농이 함께 납품하고 있다. 결국 ‘다품종 소량생산’과 맥이 닿아 있는 것이다. 이렇게 세분화한 결과 650농가가 공동체 형식으로 조직됐다. 다만 지금은 겨울철이기 때문에 200농가가 농산물을 공급하고 있다.
직거래 매장의 성공여부는 농가가 농산물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데 달려있다. 50농가 정도가 150개 이상의 품목을 생산하고 로테이션 형식으로 물량을 연중 공급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경험상 초기 3개월만 버티면 농가가 저절로 늘고 조직화된다.


생산자와 소비자에 대한 원칙은

일관되고 지속적이어야
가격 결정은 도매 경매가의 20~30% 정도로 저렴하게 판매한다. 중요한 것은 생산자들도 경제변동에 구애받지 않고 일관되게 계약재배를 할 수 있도록 연중가격을 균일하게 한다는 것이다.
가장 붐비는 시간은 오후 2~3시. 1000원 하는 시금치는 금세 팔려 나간다. 할인마트 보다 50% 저렴한 수준이다. 어설프게 가격을 올리는 것 보다 일관되게 가격정책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된 이유다.
공동체 650농가를 중심으로 월별 품목수, 월별 공급농가 등을 면접과 기초조사 등을 거쳐 계약재배를 한다. 보통 1~2월에 영농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농가를 조직하기도 한다. 품목이 없으면 손님들은 찾지 않는 법이다.
지역 가공업체의 경우 지역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증빙해야 입점할 수 있다. 증빙은 농가와 가공업체간 계좌이체 등을 통해 이뤄진다. 로컬푸드의 기본철학이 어떻게 지켜지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품질관리 균일하지 못하면 실패

로컬푸드의 실패 원인은 마케팅과 홍보가 아니다. 공급해야 하는 농산물이 없거나 품질이 균일하지 않을 때 실패하게 된다. 그만큼 품질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완주로컬푸드는 품질 관리를 위해 완주군과 MOU를 체결, 2주에 한 번씩 잔류농약 검사를 한다. 지금까지 농약이 검출된 사례는 없었다.
또 랜덤 형식으로 농가마다 품질 조사를 벌인다. 물건에 생산자의 이름, 전화번호, 바코드 인식 기능 등 생산자 실명제를 실시하기 때문에 생산자 스스로 품질 향상에 노력한다.
완주로컬푸드 관계자는 "3평 규모 30동 정도의 소규모 저장시설을 지원할 예정"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친환경 농업을 지향해야 하고, 친환경 농가에 대한 지원도 사후지원이 아닌 사전지원이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재고 처리에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저장채소는 농가가 알아서 교체한다. 낮 12시와 저녁 8시 하루 두 차례 판매량에 대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이렇게 일주일을 공급하다 보면 평일과 주말에 대한 공급량을 파악할 수 있다.


로컬푸드가 도농복합도시 세종시의 상생모델

용진농협 매장은 도로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직장인들이 많이 찾는다. 반면 효자동 매장은 거주지 한복판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40~50대 전업주부들이 애용한다. 일일 방문객이 500명 이상이면 지속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효자동 매장의 경우 일주일에 약1500명 정도의 회원이 매장을 찾는다.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하기 위해 일주일에도 몇 번씩 매장을 찾는 회원이 많다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원수를 1500명 정도 확보하면 중소 규모의 도시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

김수현 기자 nanum@sjpost.co.kr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