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유치원 입학' 전쟁, 매년 운에 기대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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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유치원 입학' 전쟁, 매년 운에 기대야 하나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11.25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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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유치원 합격자 발표날, 각 가정 희비 엇갈려
"유치원 또 탈락됐어요", 매년 학부모 전전긍긍 되풀이
신도심 생활권별 3순위까지 경쟁 치열... 유치원 부족 현상 노출
시교육청의 행정편의적 인식, 학부모들 부글부글... 근본적 대책 촉구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유치원 또 탈락됐어요.” 25일 1순위 유치원 합격자 명단에서 아이 이름을 찾지 못한 학부모들의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세종시 신도심 유치원 입학을 놓고, 매년 학부모들간 총성 없는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다. 

어느 가정이나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에 보내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 막상 현실과 마주하면, 입학 정원에 여유가 있다는 세종교육청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늘 부족한 유치원 인프라가 학부모들이 느끼는 정확한 체감지수다. 올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처음학교로'를 통해 유치원 입학이 신청됐고, 이날 드디어 기다리던 합격자 발표일을 맞이했다. 

지역 학부모들은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아이의 유치원 합격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한편,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희비가 엇갈렸다. 

#. 아파트 청약 당첨 만큼 어려운 ‘유치원’ 입학 

1생활권 거주 학부모 A 씨는 지난해 3세반 유치원 모집 과정에 신청했으나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대기번호는 상당기간 유지됐고, 맞벌이 현실상 울며겨자먹기로 인근 어린이집에 보내게 됐다. 

대전에서 세종으로 이사온 그는 “세종시가 이토록 유치원이 부족한지 몰랐다”며 본지에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A 씨는 “유치원 낙방 이후 어렵게 어린이집을 알아봤으나 학반 증설이 어려워 아이들을 받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며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만으로 큰 일이었다. 유치원을 보내는 게 아파트 청약 당첨보다 더 어렵다는 말을 주위에서 하고 있다. 대학교도 아니고 유치원부터 이런 고비를 겪어야 하는지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확인 결과 A 씨 자녀는 올해 1순위 지망에 합격했으나, 떨어진 다른 학부모들 토로에 마음이 아팠다. 

고운동에 거주하는 또 다른 학부모 B 씨는 "학부모들은 만나면 유치원 얘기만 한다. 어떤 학부모는 지난해 유치원 낙방으로 인해 눈물을 보였다. 어떤 곳은 경쟁률이 7대 1을 넘었다. 신청한 아이들 중 6명은 집 근처 1순위 유치원에 갈 수 없다는 얘기"라며 하소연했다.

새내기 학부모 이모(소담동) 씨도 "(시교육청에선) 3지망으로 유치원 신청을 받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집과 가까운 안전한 유치원에 보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가까운 유치원 경쟁률은 너무 높아 입학이 하늘의 별따기다. 별 수 없이 먼 곳으로 아이들을 보내야한다"고 소회했다. 

#. 올해 역시 반전 상황은 없었다 

2021년도 신도시별 유치원 경쟁률 ('처음학교로' 자료취합/ 분석 = 정은진 기자)
1. 상기 자료는 행정중심복합도시 내 국공립 유치원만 조사하였음
2.  상기 경쟁률은 '처음학교로'사이트에서 3순위 지망 포함 분석률임

2021년도 세종시 신도시 생활권별 유치원 입학 경쟁률은 얼마나 됐을까. 

유치원 부족현상에 대한 시민사회의 불만이 고조된 점을 감안, 본지가 직접 경쟁률을 분석해봤다. 시교육청은 이와 관련한 자료 요청에 비공개 입장을 전해왔다. 

역시나 생활권별 경쟁률은 천차만별의 결과를 드러냈다. 

세종시 1호 숲유치원을 개원한 반곡동 경쟁률이 8.2대 1로 가장 높았고, ▶해밀동(7.2대 1) ▶소담동(5.4대 1) ▶아름동(4.7대 1) ▶다정동 (4.7대 1) 순으로 나타났다. 한솔동과 대평동을 제외하면, 대부분 2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다. 3순위 지망자까지 포함한 수치다. 
 
신규 유치원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배경은 아이들 수요 대비 부족한 유치원 인프라 때문으로 해석된다. 숲유치원처럼 선호도가 반영된 배경도 담겨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한 근본적 처방전이 없다면, 신규 입주를 앞둔 집현동(4-2생활권)과 5‧6생활권 유치원 대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해밀동의 경우, 33명 정원 모집에 237명이 신청하는 등 턱없이 부족한 유치원 인프라를 여실히 보여줬다. 

#. 학부모들은 왜 ‘유치원’을 선호할까 

지역 학부모들은 대체로 "유치원에서 탈락되면 공교육에서 멀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인식을 보이고 있다. 

예고된 유치원 탈락을 앞두고 미리미리 어린이집을 알아보고 있는 학부모들도 다수로 확인되고 있다. 

그렇다고 어린이집 여건도 여유롭지는 않다. 만 3세 이상 자녀를 받아주는 어린이집은 부족한 상황이다. 

한번 유치원에 합격한 아이들은 다음에도 연속해 다닐 수 있는 점도 구조적 문제로 부각된다. 한번 탈락된 아이들은 지속적으로 겉돌 수 밖에 없는 기이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처음학교로’ 신청 시스템을 몰라 신청을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학부모들도 있었고, 이에 대한 홍보 강화 필요성을 제안해왔다. 

학부모 D 씨는 "유치원 신청 하는 방법을 몰라 못했다. 새내기 부모는 유치원 입학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없다”며 “시교육청에서 홍보물을 보거나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고 성토했다. 

#. 교육청 인식과 데이터,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세종시 행복도시 4-1생활권 괴화산 인근에 위치한 솔빛숲유치원 전경. 지난 4일 개원해 128명의 원아가 재원 중이다.
세종시 반곡동(4-1생활권) 괴화산 인근에 위치한 솔빛숲유치원 전경.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올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제공=세종시교육청)

본지는 앞서 살펴본 대로 신도심 유치원 입학 경쟁률 자료를 요청했으나, ‘비공개’란 입장에 자체 분석에 나섰다. 

이어 신도심 유치원 부족 현상에 대해 물었다. 생활권별 유치원 등록인구를 비롯해 탈락되는 유아수가 얼마인지에 대한 자료도 재차 요청했다. 

세종교육청은 신도심 유치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진단을 내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신도심 유치원만 보더라도 충원률이 90% 정도고 10%가 남는다. 단순 유치원만 따지면 몇개 정도 남는다고 보면 된다“며 ”학부모들은 유치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비교적 빠른 시기인 11월에 원아모집을 한다. 유치원을 보험 성격으로 들어놓고 어린이집으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부족에 아우성인데, 시교육청은 전혀 상이한 인식을 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본지가 '처음학교로' 시스템에서 올해 유치원 경쟁률 데이터를 2시간 가량 취합해 다시 알아봤다. 

그 결과 충원률이 못미치는 곳은 대부분 읍면지역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의 설명이 읍면지역과 동지역 결과를 더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신도심 유치원 경쟁률은 평균 3.39대 1를 넘어섰다. 단순 데이터만 보더라도 유치원 신청자 3명 중 2명은 탈락되고 있고, 모든 학부모가 3순위 모집까지 신청했다고 가정하면 1000명 아이 중 120명은 유치원에서 탈락한다는 이야기다.

유치원 대신 어린이집을 택한 이유에 대한 해석도 달랐다. 

맞벌이 부모의 경우, 방과후 과정이 없는 유치원은 선택지에서 배제할 수밖에 없다. 유치원 운영 시간에 맞춰 아이를 하원시키면 아이를 봐줄 이가 없기 때문이다. 

#. 유치원 대란, 학부모들의 그릇된 인식 때문인가 

시교육청은 거리가 조금 멀더라도 아이를 보낼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을 당부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새로 생기는 생활권일수록 유치원 경쟁률이 높은 것은 맞다. 민간 어린이집도 부족할 뿐더러 유치원밖에 유아교육시설이 없어 그렇다"며 "학부모들도 양보해서 조금 멀더라도 경쟁률이 적은 유치원을 보내려 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유치원이 따로 있어 그곳만 쏠림 현상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이를 위해  70~80억 원 이상 들어가는 유치원을 막 지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란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학부모들은 교육청의 행정편의주의적 대응에 일침을 가한다. 미취학 아동의 안전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을 고려치 않았다는 뜻이다. 더욱이 맞벌이를 하는 젊은 부부가 많은 세종시 특수성을 외면한 처사란 비판도 쏟아냈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차량에 아이를 두고 내리는 사고도 빈번히 발생해 걱정스런 내색도 했다. 

학부모 F 씨는 "아이를 먼 유치원으로 보내라는 것은 단순 이론적 발상에서 비롯된 인식이다. 어린 아이일수록 집과 가까이 통학하는 것이 맞다”며 “행복도시 설계 당시 유치원이 적게 설계되거나 생활권에 가까이 설계되지 않은 것도 의문점이다. 수요예측이 어려운 것은 알겠으나 해마다 되풀이되는 문제에 어느 정도 대처는 해야했어야 했다”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총정원 426명 중 169명이 신청한 읍면지역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는 “읍면지역 일부 유치원의 경우 신청자가 없는 경우도 있다. 한창 교우관계 등을 배워야할 나이에 동급생이 없거나 부족한 유치원에 어느 학부모가 아이를 보내고 싶겠나”라며 “시교육청의 입장과 발언은 현실을 외면한 처사이자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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