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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유치원 논쟁, ‘학부모 VS 교육청’ 극명한 인식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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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유치원 논쟁, ‘학부모 VS 교육청’ 극명한 인식차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11.27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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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25일 보도 놓고 시교육청 ‘2019년 데이터’와 '제도 한계' 설명
학부모 정서와 거리먼 ‘법적‧제도적 테두리’ 한계... 근본적 대안 없어
5~6생활권에 가도 혼란 되풀이 불가피... 관계기관 머리 맞대야
세종시 신도시에서 가장 인기가 있고 쏠림 현상이 뚜렷한 반곡동 솔빛숲유치원 전경. 아이들이 체험활동을 하고 있다. (제공=시교육청)

[세종포스트 정은진 기자] 지난 25일 '유치원 입학 전쟁, 매년 운에 기대야 하나' 제하의 본지 보도를 놓고, 학부모 그룹과 시교육청간 극명한 인식 차가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학부모들이 주거지와 가까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자 하는 건 인지상정. 더욱이 매년 합격자 발표 운에 전전긍긍하는 세종시 육아 현실이 답답한 것도 사실.  

반면 시교육청 등 교육 당국은 관련 법과 예산 테두리 내에서 최선안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개발 중인 신도시 특성상 불가피한 성장통으로 이해를 구하고 있다. 또 내심 학부모들이 ‘내 집 앞 유치원’ 인식을 전환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종합해볼 때, 그동안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건 유의미하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앞으로 숙제는 ‘유치원 대란’을 둘러싼 입장 차를 최소화하고,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를 조금씩 줄여가는 노력으로 모아진다. 

본지는 양측 입장을 좀더 듣고 핵심 쟁점을 다시 한번 정리해봤다. 이 과정에서 앞으로 대안도 조금이나마 모색해봤다. 

#. 읍면동 유치원별 충원율 ‘실체’, 학부모 체감도와 왜 다른가  

본지 분석 결과와 교육청이 다시 보내온 자료 상에선 차이가 극명히 드러났다. 교육청이 본지의 정확한 자료 제출 요구에 ‘비공개’ 입장을 밝혔던 만큼, 수치의 차이는 불가피했다.  

시교육청이 본지 보도 후 뒤늦게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1년 개학 시점이 되면 현재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예측을 뒷받침하는 2020년 등원(2019년 모집) 기준 자료다.  

올해 9월 1일 기준 유치원 총 정원은 7757명, 현원은 6838명으로 집계됐다. 여유 정원은 919명이나 됐고, 충원율은 학부모들의 대란 체감도와 다른 88.2%로 나타났다. 

읍면동별로는 동지역 유치원의 여유정원과 충원율은 651명, 90.7%, 읍면지역이 각각 268명, 64.6%로 파악됐다. 

동지역을 보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1생활권 330명, 89.7% ▲2생활권 261명, 86.4% ▲3생활권이 47명, 96.6% ▲4생활권 0명, 100% ▲6생활권 13명 91.4%다. 

결국 앞서 조성된 1~2생활권은 다소 여유로운 데 반해, 순차 조성 중인 3~4~6생활권으로 갈수록 개원 초기 여유 정원이 부족한 현상을 드러낸다는 뜻이다. 

당장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학부모들이 성토하는 ‘유치원 대란’은 과장된 현상이 된다. 

이는 본지에 자료 제출 없이 교육 당국이 설명한 내용과 일치한다. 이를 토대로 세종시 신도시 내 공립 유치원이 부족하지 않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시교육청의 설명이 팩트라면, 합격자 발표일인 지난 25일 왜 수많은 학부모들의 희비가 엇갈렸을까. 

이처럼 극명한 해석 차는 학부모들의 현장 체감도‧선호도와 교육 당국의 인식에서 벌어졌다. 

학부모들은 말 그대로 집에서 가까운 ‘1순위 유치원 등원’이란 이상을 기대했고, 교육청은 조금 멀더라도 ‘다른 생활권에 아이를 보내면 된다’는 현실론을 받아들였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유아당 3개원까지 3순위 지망을 할 수 있는 방식이다. 11월 30일 등록이 완료된 이후 대기자 수가 의미가 있다. 생활권별 편차는 있을 수 있으나 대란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한솔동‧도담동은 채워지지 않은 유치원이 많아 생활권별 갭이 큰 편"이라며 편차 문제점에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처음학교로’ 추첨방식 역시 교육청이 아닌 교육부 소관이란 점도 강조했다. 2021년도 모집 경쟁률은 교육부 방침상 결국 공개하지 않았다. 

#. 학부모 사회 ‘구조적 문제’ 외면, 시교육청 해명에 재반박 

2020년 세종시 유치원 신청 후 받은 대기 번호 (자료=시민 제공)
2020년 11월 25일 세종시 유치원 신청 후 받은 대기 번호 (자료=시민 제공)

본지 보도에 이은 시교육청의 해명에도 학부모들의 공감 체감도는 낮아 보인다. 

지난 25일 유치원 신청 1지망부터 3지망까지 단 한군데도 '합격' 통보를 받지 못한 학부모 A 씨는 아예 포기 입장으로 돌아섰다. 

학부모 B(고운동) 씨는 “대부분 거주지와 가까운 곳으로 통학하는 초‧중‧고와 너무 다른 상황에 실망하는 것”이라며 “초등학교는 다소 원거리로 배정되도 통학 버스가 운영되지만, 유치원은 그렇지도 않다. 맞벌이 부모들 입장을 헤아려달라”고 말했다. 

학부모 C 씨는 “세종시의 (25일) 유치원 합격자 발표 상황을 대전의 직장 동료에게 얘기하니 다시 이사오라고 한다. 청주 지인들도 그렇게 얘기한다”며 “대전은 이미 정주여건을 갖춘 도시고 세종은 아직 신도시로 치부하면 할 말이 없다”라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부모 D 씨는 "대기번호를 30~80번 정도 받았다. 이런 번호는 불가능한 번호라고 여겨진다. 신청한 곳 한군데는 되게 해주는게 맞지 않나"란 의문을 제기했고, 학부모 E 씨는 "유치원때부터 경쟁을 부추기며 추첨식으로 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인기가 많은 유치원을 원하지 않는다. 그저 가까운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싶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2생활권의 학부모 E 씨는 “올해 유치원 신청에서 한군데도 '합격'을 받지 못했다. 3지망 모두 대기번호라 나는 또 다시 아이를 어디로 보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저같은 부모 중 애초에 단순히 '운'에 두는 유치원 추첨 방식에 환멸을 느끼고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고 호소했다. 

2018년 유치원 낙방에 이어 올해 겨우 거주지 인근 유치원에 합격한 아이의 학부모 F 씨는 "유치원이 됐다고 말하면, 지인들로부터 먼저 “축하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이 정도로 치열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치원 수요조사부터 하는 것이 맞다. 수요조사 없이 치열한 곳은 피터지고 읍면지역은 널널하고, 이건 분명히 문제"라고 덧붙였다. 

학부모 G 씨는 "유치원 대상자 아이들의 수와 유치원 모집 정원이 얼마나 갭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근거리에 얼마나 아이들이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지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교육청이 내놓은 자료는 단순 등록율에 불과하다는 재반박도 이어졌다. 유치원에 갈 수 있는 아이들 수와 모집 정원을 함께 봐야 생활권별 유치원 부족 문제가 있는지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G 씨는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들은 계속 연임이 되고 유치원에 떨어진 아이들은 계속 겉돌 수 밖에 없는 구조도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 시교육청, ‘학급 추가 확보, 정원 확대’ 등 방안 검토 

올해로 특별공급 혜택이 종료되는 세종시교육청.
세종시교육청 전경

이에 시교육청은 그동안 충원 흐름 등 개선 노력을 언급했다. 상위 법령인 유아교육법 제9조의2, 유아교육법 시행령 제17조를 지목했다. 

2019년 8월 6일 이전에는 신설 초등학교 정원의 17.5% 이상에 해당하는 공립유치원 설립을 규정했으나, 이후로는 25% 이상으로 늘었다는 뜻이다. 

이를 토대로 유아 교육시설이 부족한 일부 생활권을 대상으로 ‘학급 추가 확보, 정원 확대’ 등 다양한 방안 찾고 있다는 계획을 전했다. 

#. ‘5~6생활권’, 같은 현상 되풀이 불가피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적 어려움은 존재하고, 앞으로 조성될 생활권에서 이 같은 문제가 재현될 공산은 커지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4생활권의 경우, 최초의 숲유치원인 솔빛유치원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입주 초기 생활권은 대체로 어린이집도 부족한 편”이라며 “유치원 수의 한계를 민간 어린이집이 채워줘야하는데, 생활권 형성 후 3~4년 후에야 어린이집이 활성화 되는 편"이라고 밝혔다. 

행복도시건설청이 관할해온 복합커뮤니티센터가 대부분 입주 후 2년이 다 되어서야 들어섰고, 세종시 주관의 국‧공립 어린이집 역시 이 같은 추세에 놓여 있다보니 ‘유치원 대란’의 단초가 되고 있다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교육청이 지을 수 있는 유치원은 관련 법상 한계가 분명한 만큼, 세종시의 국‧공립 어린이집과 민간 어린이집 개원 시기를 단축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얘기다. 

#. 신도시에 전무한 ‘사립유치원’, 숨통 트는 대안될까 

세종시교육청이 본지에 보내온 '사립유치원' 추가 설립 불가 이유.

일각에선 신도시에 사실상 전무한 사립유치원의 설립 허용 필요성도 또 다른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국‧공립 유치원과 경쟁 구도를 형성해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고, 학부모들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한 부분이다. 

현실은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현재 세종시 사립유치원은 만 3~5세 수용 기준 ▲조치원 성모유치원(3학급, 정원 72명) ▲연서면 아이마루유치원(7학급, 175명) ▲전의면 전의유치원(3학급, 103명) 등 모두 3곳. 

단 1곳도 없는 신도시에 사립 유치원을 두려면, 유치원 취학 예상인구가 공립유치원 정원을 초과하고, 사립유치원 수요가 많아야 한다. 

허용규모는 연령별 최소 1학급 등 총 3학급에 걸쳐 58명 이상의 규모가 될 경우다. 또 설립위치는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면 읍면지역에만 가능하다. 동지역 부지는 행복도시 개발계획상 용도가 이미 지정되어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권역별 공립유치원 정원 확보 현황과 취학 수요조사 결과를 고려해 사립유치원 인가 정원을 산출해봤다”며 “현재로선 지역 사립유치원 추가 인가는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학부모들이 사립유치원을 선택하고자 하면, 원거리 읍면으로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 

한 학부모는 “2012년 세종시 출범 이후 예측 가능한 행정을 했으면 한다. 국내 광역 시‧도 어디를 가더라도 공립과 사립 유치원간 경쟁구도는 필연적”이라며 “관계 기관간 협의를 통해 신도심에 중장기 사립 유치원 설립 부지 계획 반영 등도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고 본다. 유보지도 있고, 최근 상가 공실 과정에서 상업용지를 공공용지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적극 행정을 실현해달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이 같은 현실에 비춰볼 때, 세종시 유치원 난제는 시교육청을 넘어 세종시, 행복도시건설청, 교육부, 학부모 그룹간 머리를 맞댄 사회적 합의로 풀어갈 필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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