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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지휘자' 수어통역사 김윤희, '수어'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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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지휘자' 수어통역사 김윤희, '수어'를 말하다
  • 정은진 기자
  • 승인 2020.10.06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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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인터뷰 上] 수어통역사 ‘김윤희’에게 듣는 수어의 의미와 현재
'언어'를 뜻하는 수어를 선보이는 김윤희 수어통역사 (사진=정은진)
 
글 싣는 순서

'언어를 지휘하다', 수어통역사 김윤희 (上)

미래 교육의 '수어' 가치, 세종시의 현재는 (下)

[세종포스트 정은진] 섬세한 손짓과 풍부한 표정, 의미를 전달하는 제스쳐까지.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를 꼭 닮은 직업이 있다. 언어를 손으로 지휘하는 직업, 바로 '수어통역사'다. 

수어는 주로 청각 장애인(농아인·농인)들의 의사 전달로 쓰이는 국가 공용어다. 수어통역사는 문화 중계자의 역할을 담당하며, 손짓과 표정, 몸짓 기호를 사용해 생각과 감정, 정보를 전달한다. 이 부분에서 꼭 지휘와도 닮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수어통역이 한껏 주목받으며 현재는 어느 해보다 바쁘게 보낸다는 수어통역사 김윤희(34) 씨. 그는 세종시청 정례브리핑과 더불어 세종시 관련 행사에 참석해 청각 장애인과 농인들의 눈과 귀가 되어 주고 있다. 

세종시 수어통역센터 팀장이기도 한 그는 현재 농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도 하며, 세종시정의 많은 정보까지 전달하고 있다. 어찌보면 농인들에겐 시정을 알리는 대변인 역할로 다가온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문화를 유지하는 중요한 수단인 '언어'. 이를 손으로 지휘하며 정보를 알리는 그녀를 만나 수어통역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세종시청 정례브리핑에서 수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김윤희 팀장 (자료=세종시)

다음은 수어통역사, 김윤희씨와 일문 일답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다면?


"세종청각·언어장애인지원센터(수어통역센터) 김윤희 팀장이다.

수어통역사이자 농인의 의사소통을 위해 수어통역 업무 및 청각·언어 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인권을 위한 사업연구와 사례관리업무를 같이 하고 있다. 현재 세종시청과 교육청 등 정례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 수어가 무엇인가? 수어통역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언어의 구성요소인 '수형(손모양), 수동(손동작), 수위(손위치), 수향(손방향), 비수지(얼굴표정)'를 모두 갖추고 있는 수어는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통과되며 수어가 공식 언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청력 손실이 없는 사람을 뜻하는 청인은 음성언어로, 농인은 보이는 수어언어로 의사소통을 한다. 농인을 위해 음성언어를 보이는 언어로 수어통역을 하여 원활한 정보 제공 및 소통을 하는 것이 수어통역이다." 


◆ 수어를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저의 부모님이 농인이다. 예전엔 능숙한 수어실력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수어를 할줄 알던 상태였다.

과거에는 천안에서 자동차 설계팀으로 근무하는 등 수어통역과 무관한 일을 했었다. 그러다가 고향인 연기군(현 세종시)의 수어통역센터에 인력 부족의 어려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잠시 근무해줄 수 있는지 요청을 받게 되면서 이직하게 되었다. 그게 벌써 9년 전이다.(웃음) 

돈보다는 마음이 부자가 되는 이 일의 매력을 느끼며 일에 매진 중이다." 

코로나 이전에 개최됐던 세종시 수어통역센터의 행사 사진 (사진=세종시 수어통역센터)

 우리나라와 세종시는 현재 수어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나? 편견과 오해 등 다 좋다.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된지 4년 넘었는데, 농인의 당연한 정보제공을 위한 수어가 자리잡는데까지는 너무 오래걸린 것 같다. 요번 코로나19로 인해 정부 브리핑에서 수어통역이 함께하며, 수어가 언어라는 인식의 변화를 준 큰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수어 교육때 마다 꼭 하는 말이 있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수어를 쓰는 농인은 물속에서 전혀 장애를 못느낀 다는 것". 외려 너무나도 자유롭게 소통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편이다. 

오히려 음성언어를 쓰는 청인이 물속에서는 소통의 장애를 느끼는데, 물밖으로만 나오면 농인을 장애인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환경이 장애를 만들고 있으며, 모든 정보와 일상생활에서 수어통역이 제공된다면 이들은 장애인이 아니다." 


◆ 최근 수어통역사도 마스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하는 수어통역사들이 가장 안전에 취약한 것 같은데, 수어통역을 하면서 고충이 있다면?


"음,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 수어는 시각언어다.

앞서 말한대로 수어의 구성요소로 '수형, 수동, 수위, 수향, 비수지' 가 있는데 입모양 얼굴 표정 등의 요소를 '비수지'라 일컫는다.

이처럼 수어의 기본요소에 '비수지'가 들어가 있듯 얼굴 표정으로 뜻이 달라질수 있기에 얼굴 노출은 꼭 필요하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는 정확한 의미전달에 어려움이 있기에 민원 통역을 할 때, 저희는 입이 보이는 투명마스크를 착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투명 마스크도 장시간 착용시 습기가 차고 입모양을 보는데 어려움이 있어 현장의 수어통역사들이 현재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 

수어통역사에게 가장 중요한 손. 손톱을 길러서도 반지를 껴서도 안된다고 한다. (사진=정은진)

 농인에게는 어떻게보면 시정을 대변하는 사람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수어통역이라고 생각한다. 언어 전달자로서 책임감은?


"사실 병원, 법원, 결찰서, 관공서(시의회, 시청의 브리핑등)등 여러 영역에서 수어통역을 하는 입장에서 통역사의 꾸준한 역량강화가 필요하다. 전문용어가 많고 이해가 난해한 브리핑도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종시 수어통역센터의 종사자도 꾸준히 수어 재교육 및 역량 강화 교육은 참여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내용을 이해하고 있어야 수어통역을 잘할 수 있으니 언어 전달자로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최근 세종시 출입 기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되며 공무원들과 함께 자가격리 상태를 보낸 것으로 알고있다. 자가격리 당시 어땠는지 전체적으로 궁금하다. 


"사실 접촉한 다음날 세종시농아인협회 소규모 회의에 수어통역을 진행해서 큰 위기감을 느꼈다. 코로나에 걸렸으면 큰일이었기 때문.  그래서 사무실에 있는 수어통역사들에게 자가격리 해제 되기 전까지는 대면 통역을 금지하기도 했다. 

격리되있는 동안 만에 하나 최악의 상황으로 '수어통역센터가 셧다운되면 어쩌나', '임산부 통역사도 있고, 농인들의 민원통역은 어쩌나' 하는 등 불안 속에 있었다. 다행이 격리 해제전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고, 현재는 통역사 개인 방역활동과 사무실 방역에 더욱더 신경쓰고 있다." 


동영상 : '수어는 언어입니다', '박수', '세종포스트' 세가지 수어통역을 선보이는 김윤희 수어통역사. 박수를 뜻하는 수어는 앞, 뒤, 옆에서 다 보일수 있게 양손을 머리뒤로 흔드는 모습으로 보이는 표현한다.  


◆ 제일 좋아하는 수어가 있다면? 


"제일 좋아하는 수어 중에는 사랑, 수어, 언어 등이 있다.

그 중 수어의 수형(손의 모양)을 이용한 '언어'를 가장 좋아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대화를 하는 손 모양이고 따라하기 쉽다.(웃음)"


수어통역을 알릴 수 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수어로 만든 이모티콘이 있다. 카톡에서 ‘히로’라고 검색하면 귀여운 캐릭터가 수어로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기업의 한 농인이 디자인부터 제작까지 도맡아 보급되었는데, 최근 그 기업은 수익성에 어려움을 겪고 문을 닫았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했다. 농인을 위한 사회적 기업에 많은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참, 다큐멘터리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박수소리' 등도 농인과 수어를 이해하기에 큰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


"청각·언어장애인을 전담한 유일한 시설로 세종시에서는 기존 수어통역센터의 시설 이름을 청각·언어장애인지원센터(수어통역센터)로 이중 표기하고 있다. 이는 수어를 쓰는 농인뿐 아니라 소리를 기계음으로 듣게 해주는 인공와우 수술을 한 난청인, 노인성 난청인을 포함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도 있다. 

일부 광역시에서는 청각·언어장애인복지관을 운영하여 청각 장애인의 복지 서비스를 세분화하여 맞춤형으로 제공하고자 연구하고 있기도 하지만 아직 세종시는 걸음마 단계같다. 

세종시에는 1723명의 청각·언어 장애인이 지체장애인 다음으로 많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세종시에서도 청각‧언어 장애인 지원 및 교육, 수어통역, 속기 자막지원, 재활서비스 등 전반적인 청각‧언어장애인 지원서비스를 포괄하여 운영이 가능할 수 있었으면 한다. 또한 수어통역사만이 아닌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가 가능한 사례관리 전담 사회복지사, 재활상담사, 야간 수어통역사 등의 최소 인력이 청각·언어장애의 복지서비스를 일원화하여 만족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더 나은 청각·언어장애인지원센터(수어통역센터)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현실을 돌파하고자 시에 2021년 예산 계획에 시설 증원을 요청한적 있다. 그러나 우리 시의 제정이 어려워 현실화 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어 걱정이다. 그래도 계속 노력하겠다." 

수어에 대해 얘기하며 소녀처럼 활짝 웃는 김윤희 수어통역사

"청각·언어장애인의 목소리는 현장에서 아직도 너무 작게 전달되는 것 같아 속상하다. 그래도 꾸준히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여 목소리를 내는 수어통역사가 되고 싶다"며 순수한 눈으로 말하는 수어통역사 김윤희.

가득한 자부심으로 빛을 내는 그의 손짓을 통해 세종시의 수어통역에 대한 관심도를 한층 더 높이고 청각 장애와 농인에 대한 인식 개선 또한 한발짝 더 나아가기를 기원해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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