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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여고 '특성화 계열' 폐지 수순, 찬·반 양론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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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여고 '특성화 계열' 폐지 수순, 찬·반 양론 격화
  • 이주은 기자
  • 승인 2020.07.16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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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보] 인문·특성화 종합고인 ‘세종여고’, 2021년도 특성화 계열 폐지 예고
학생·교사 등 반대 운동 본격화, 일방통행식 의사결정 반발... 내부 찬반 여론도 분분
하이텍고로 흡수·통합 전망... 시교육청 "지난해부터 충분한 협의 거쳤다" 반박
조치원읍에 위치한 세종여고 전경. (제공=세종여고)

[세종포스트 이주은 기자] “제가 졸업한 곳이 사라지게 생겼습니다.” ‘모교’가 사라진다는 소식을 듣고 본지에 연락을 준 세종여고 졸업생. 도대체 무슨 사연이 담겼을까? 

세종여고가 특성화 계열 폐지와 함께 종합고에서 일반(인문계)고로 전환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다. 이는 시교육청이 '특성화 고교 미래 재설계' 관련 용역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레 알려졌다. 

현재 지역 특성화 고교는 세종여고와 하이텍고, 올해 개교한 장영실고 등 모두 3곳이다. 이들 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리모델링을 하겠다는 게 시교육청의 구상이다. 

세종시 특성화고 현황. (발췌=교육부 포털사이트)
세종시 특성화고 현황. (발췌=교육부 포털사이트)

방향성은 나쁘지 않았다. 시대 흐름에 따른 변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갑작스런 변화가 역효과를 불러오고 있는데 있다. 세종여고와 하이텍고 모두 조급한 의사결정 과정에 문제 인식을 드러냈다.  

소용돌이의 중심에 선 세종여고는 벌써부터 구성원간 입장차에 따른 갈등부터 교직원·학생들의 미래 불안감이란 악재에 휩싸이고 있다. 졸업생들은 자신의 출신 학교에 대한 정체성을 잃는데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고, 진학을 준비해오던 신입생 그룹(현 중학생)도 길을 헤매게 됐다. 

시교육청 본청의 일방적 행정에 반기를 들고 나선 배경이다. 특성화 계열 폐지에 반대하는 학생·학부모·교사들은 본청은 물론 시의회 교육안전위를 향해 재론을 요구하고 있다. 

재학생과 졸업생을 중심으로 ‘2021 세종여고 특성화 계열 모집중단 반대 서명’을 벌여, 현재 594명이 동참한 상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세종여고 특성화 학과를 지켜주세요’라란 구호로 학교 지키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종여고를 지키기 위해 학생들이 발 벗고 나선 모습. 설문조사와 SNS에 '세종여고를 지켜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졸업생 C(22) 씨는 “조치원에 있는 유일한 특성화 고교인데 없어진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모교가 없어지는 중차대한 일이고, 더구나 교육청에서는 소통 과정 없이 긴박하게 진행하는 것 같아 속상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용희 시의회 교육안전위원 또한 “세종여고 결정사항이 최종결정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결정이 된 것 같다”며 “최소한 의견수렴 절차나 소통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시교육청과 시의회, 세종여고, 하이텍고, 장영실고 핵심 관계자간 간담회를 요청해둔 상태”라고 말했다. 

교육청이 진행한 용역에 담긴 설문조사상에선 찬·반 양론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학생 48.9%, 학부모 45.8%, 교원 73.7%가 특성화 계열 폐지 또는 분리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교육청은 일선 학교 교사·학생들과 상반된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이 문제를 가지고 직접 학교를 찾아다니며 설명하고 이야기를 나눴다”며 “세종여고 특성화 계열의 2019년도 입학정원은 미달됐다. 학교 감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심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설명을 전했다.

갑작스런 의사결정이란 일각의 주장도 반박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소통이 이뤄졌다는 상반된 인식이다. 

지난해 학교 현장 방문에 이어, 지난 1월부터 ‘2020 세종 특성화고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시작해 ‘특성화 교육의 중장기 계획 수립’을 해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역 중학생의 사전 입학 수요 조사에서도 10여명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교육청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수요 맞춤형 학과 개편과 특성화고 취업률 하락, 인구 유입에 따른 신설 학교 수요 증가 등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정책 전환 필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변화가 이 같은 갈등의 또 다른 배경이 됐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성화고 D 교사는 “중소·중견기업에 일자리를 얻는 실업계고 학생에게 고용장려금을 주는 부문의 예산이 당초 768억 원에서 3차 추경을 거치며 400억 원으로 47.9%나 깎였다”며 “현 정부가 특성화고 예산을 삭감하면서 이런 사태에 영향을 미친 측면도 있다고 본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당장 2021학년도부터 세종여고의 특성화 계열을 폐지하려는 교육청, 이를 저지하려는 학교 관계자들. 키를 쥔 시교육청이 어떤 선택을 할 지 주목되는 하반기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폐지된 세종여고 특성화 계열은 부강면 하이텍고로 흡수·통합되고, 하이텍고 역시 전면적인 리모델링 수순을 밟을 예정이라 또 다른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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