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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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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빠진다?
  • 박태선(대원당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9.17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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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선의 한방읽기]






맥의 조그마한 변화와 차이에도 인체 상황의 작은 변화가 반영되는 것이고, 그것을 감지해 낼 수 있는 한의사라면 실을 통해 전해오는 작은 맥의 변화만으로도 모든 진단이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일반 사람들은 한의학에 대하여 질문할 것도 많은 모양이다. 일단, 지금까지 배운 서양학문과 다르고, 신비로운 의학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한의사는 모두 ‘돌팔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한의학과 관련된 모든 것은 일반인들에게 항상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고 한의사만 만나면 물어보게 되나 보다.

그 중에 "맥을 짚고 병이 있는지 어떻게 알죠? 맥에 그런 것까지 다 나와요?"라는 질문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면서 일반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기가 참 난감하다. 더구나 "TV 사극을 보니까 전의가 손목에 묶인 실만 잡아보고, 왕비를 진맥하던데 그게 가능한가요? 거짓말이죠?" 이쯤 되면 한의사로서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친 ‘진맥(診脈)’이라는 것에 대해서 일반인의 생각에도 납득이 되게 설명할 뭔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여기서는 맥이 몸 여러 군데서 뛰는데, 왜 하필 손목에서 맥을 볼 수 있는지, 그 손목은 한의학적으로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손목에서 뛰는 맥으로 어떻게 인체 내의 상태를 파악하고 병을 알아낼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한약에 대해서 일반인들에게 잘못 알려진 상식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땀이 많은 여름철에는 한약을 먹으면 땀으로 약 기운이 다 빠져나간다"는 것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과연 한약이 땀으로 빠져나갈까? 우선 한약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에 변화를 보여야 할 때다. 좋은 약재를 총집합시켜서 펄펄 끓여놓은 것이 결코 좋은 약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약재라도 불필요한 데 들어가면 그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하게 넘치는 부분을 덜어주어 전체적인 몸 상태를 호전시키고 증상을 완화시킨다면 그게 좋은 약이지 좋은 약이 따로 있겠는가? 이렇듯 한약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개인에 따라 허약한 부분을 보충해 주거나 질병을 이겨내려는 바탕을 만들어주고 더 좋은 건강상태를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귀한 약을 먹고 나서도 여름인지라 당연하게 땀을 흘리면 약효도 덜한 듯하고, 땀으로 약효가 다 빠져 나갈 것 같은 심리에서 "여름철 한약은 땀으로 빠져나간다"는 말이 생긴 듯하다.

한약을 떠나서 땀과 기운과의 관계를 볼 때 유난히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 있다. 한방에서의 땀은 ‘주리’라고 하는 땀구멍으로 유출되는 심장의 액(液)으로서 약간의 활동으로 유출되거나 가만히 있어도 줄줄 흐르는 자한(自汗)과 잘 때만 몰래 흐르는 도한(盜汗)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각각 기운이 허하여 땀구멍을 치밀하게 닫아주지 못하는 경우와 음(陰)이 허하여 생긴 열로 내부에서 쪄져서 땀이 나는 경우이다. 두 경우 모두 치료를 요하는 경우이므로 약 기운이 빠져나갈 것을 걱정할게 아니라 한약으로 몸의 진액이 빠져나가는 것을 조금이라도 방지하는 치료가 필요하다.

체질적인 면에서 살펴보자. 소음인처럼 몸의 기가 내부로 수렴되어야 할 사람이 땀으로 기의 소모가 많아지면 균형이 깨지면서 건강이 나빠진다. 즉 지나친 운동이나 사우나 등으로 다량의 땀을 흘리면 저절로 힘이 빠지고 피로해지며 식욕도 떨어진다. 이 시기에는 한약을 복용하더라도 큰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 약 기운이 빠져서가 아니라, 그나마 보충을 해줘서 그 정도라도 견디는 경우이다. 반면에 이런 사람이 다른 계절에 한약을 먹으면 개인적으로 느끼는 효과는 여름보다 휠씬 크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별다른 과로를 하지 않아도 땀으로 인해서 기력이 약해지는 사람들은 여름철을 잘 지내기 위해서 여름의 초입이나 여름에 오히려 한약을 복용하여 여름을 큰 병 없이 지낼 수 있게 체력을 길러 주는 것이 합당하다.

앞서 말한 체질 외에 태음인이나 소양인은 적당한 땀을 내면 몸의 균형을 이루어 건강이 더욱 좋아지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한약을 복용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적당한 땀을 흘리는 것이 좋다. 물론 활동이나 가벼운 운동으로 땀을 내는 것이 좋지만 가만히 앉아 있는데도 흐르는 땀은 치료의 대상이 된다.

일반적으로 태음인은 봄, 가을, 겨울에 한약을 복용하고, 소음인은 여름, 겨울에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사실상 한약을 복용하는 시기가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니, 말 그대로 약은 자신의 몸이 허약해졌을 때나 개인의 불편한 증상이 드러날 때 먹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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