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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관심을...송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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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에 관심을...송대헌
  • 송대헌(농부)
  • 승인 2012.07.12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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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닭을 키우고 있는데, 이 녀석들을 풀어놓으면 산으로 마구 다닙니다. 500마리밖에 안되지만 이 녀석들이 산을 헤집고 다닌 흔적이 보입니다. 주변 산에 풀이 남아날지 걱정입니다. 그래서 가금 좀 먼 곳에 있는 풀도 베어다가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풀을 먹으면서 자라게 할 수 있고, 말 그대로 [방사유정란]을 낳을 수 있지요.

요즘 시장에 나오는 방사란이라는 것은 대부분 허구입니다. 대형마트에 달걀을 낼 정도의 양계장이라면 수천에서 수만마리를 키울 터인데, 이런 닭을 들이나 산에 풀어 놓는다고 해도 이 녀석들이 풀을 뜯어 먹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500마리를 산에 풀어놓아도 풀이 남아 있을까 걱정이 되는데, 수천마리를 풀어 놓아서 기른다고 할 경우에는 풀을 먹거나 벌레를 잡아먹을 가능성은 거의 없죠. 이 녀석들이 다니는 땅은 사막이라고 보면 됩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 집에서 500마리 이상 키우는 경우에는 제대로 관리가 힘듭니다. 풀을 베어다 주는 것도 그 정도 이상이면 불가능해집니다. 그냥 포대사료를 주는 형태로 키울 수밖에 없지요. 그래 놓고 유정란, 방사란. 무항생제...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믿을 것이 못됩니다.

이처럼 지금처럼 소 수십 수백 마리, 닭 수만 마리를 기르고 있는 대형화되어 있는 축산형태에서는 풀을 먹일 수 없습니다. 당연히 포대에 들어있는 수입사료를 먹일 수 밖에 없지요. 돈을 생각하면 현재로서는 그 방법이 가장 편하고 경제적입니다. 사료 주는 것조차 기계화되어서 커다란 사료통에 트럭으로 사료를 가져다가 부어놓고 스위치만 넣으면 사료가 공급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그 많은 동물을 키울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그런 기계시설을 하기 위해서 빚을 얻어야 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서 규모를 늘여야 하는 악순환이 있기는 합니다. 그러다가 축산 파동이 한번 있으면 야반도주를 해야 하는 것이구요.

소나 돼지는 값이 떨어졌다고 해서 출하를 늦출 수 있는 농산물이 아니라서 가격변동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저온창고에 보관했다가 값이 오르면 내다 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데리고 있으면 있을수록 손해가 나지요. 그 사이에 사료를 계속 먹게 되므로 일정한 크기로 자라면 얼른 팔아야 합니다. 그러니 값이 떨어져도 팔아야 합니다. 값이 떨어져도 물량이 계속 출하되니 값이 더 떨어지게 되고.. 결국 폭락이 되어도 내다 팔아야 하지요.

요즘 주변의 축산농가를 보면 일종의 [도박]을 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지난 몇 년 한우값이 좋았거든요. 그래서 키우는 소의 마리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우리 동네 주변에도 우사 신축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소값이 내렸지요. 여기에 국제 옥수수값이 오르면 축산농가는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옥수수 값이 오르고 있습니다.

닭의 경우에도 닭장에 밀집해서 키우지 않으면, 그리고 항생제가 포함된 사료를 주지 않으면 닭똥냄새가 그리 심하게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닭똥이 닭장에 쌓여있는 건초와 낙엽 등에 떨어지면서 발효가 되면 훌륭한 닭의 먹이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연 양계에서는 닭장의 똥을 1/3 이상 치우지 말라고 합니다. 거름으로 쓰겠다고 닭똥을 걷어 내버리면 닭의 산란률이 뚝 떨어집니다. 닭이 생활하는 닭장이 똥이 쌓이는 더러운 공간이 아니라 건초나 낙엽과 같은 유기물과 섞여서 발효가 일어나는 건강한 공간이 되는 것이지요. 닭들이 그런 것을 모이로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것이구요.

사람들은 먹는 것에 대해서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애이 뭘 그래. 이것 저것 가려내면 뭘 먹어?’라고 말하면서 그냥 아무거나 막 먹습니다. 마시는 물은 좀 가리는 것 같습니다만, 음식에 대해서는 그리 가리지 않습니다.

식재료가 좋지 않은 것들은 대부분 아주 매운 맛으로 포장을 해서 내어놓지요. 닭고기 질이 좋지 않으면 양념치킨이 되듯이.. 술에 취해서 맛도 모르고 막 퍼먹지요. 정말 건강하고 싶으면 외식을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걸 생각하면, 육식을 줄이는 것이 해답이 되겠네요. 풀을 먹여서 키우려면 가구당 사육 마리수가 적어져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땅의 면적을 보면 지금과 같은 사육 마리수로는 불가능하죠. 게다가 앞으로 옥수수 값은 반드시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당연히 사료값이 오를 것이고, 대단위 축산농가는 장기적으로는 버틸 수 있을까 걱정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좋은 음식이 무엇이고, 좋은 식재료가 무엇인지 잘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껍질을 다 깎아내서 탄수화물만 남은 흰쌀, 보기 좋으라고 표백시킨 백설탕처럼 부드럽기만 하고, 보기만 좋은 음식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포장 음식물의 첨가물을 꼼꼼하게 읽어보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어린이들에게 과자 봉지 뒤쪽, 라면봉지 뒤쪽에 적혀 있는 식품첨가물에 대해서 교육하는 운동이 필요합니다. 수입농산물에 대한 교육도 필요하구요. 보존제, 농약이 범벅이 된 수입농산물의 문제점에 대해서 알려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축산물에 대한 것도 알려 주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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