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문화관광벨트의 한 축인 문화예술인마을 조성사업이 특별한 이유 없이 지연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 세종특별본부(이하 LH)에 따르면, 문화예술인마을(이하 아트빌리지)은 행복도시 S-1생활권(B1‧C1블록)에 ‘창조문화마을’이란 이름으로 추진 중인 문화예술인 거주단지다. 통상 ‘아트빌리지’로 불려왔다.
문화예술인들이 창작활동을 영위하면서 일반인들과 소통할 수 있는 행복도시 대표 문화예술 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아트빌리지를 기점으로 해서 한편으론 대통령기록관-국립세종도서관-세종아트센터-국립박물관단지로 이어지는 문화벨트가, 다른 한편으론 호수공원-국립수목원-중앙공원으로 연결되는 생태벨트가 완성된다.
아트빌리지를 뺀 모든 시설은 국가가 정책으로 추진 중인 하드웨어다. 아트빌리지가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고민에서 시작된 사업이란 얘기다. 행복청과 LH가 문화생태벨트에 콘텐츠를 제공할 거점으로 이 사업을 구상한 이유다.
소프트웨어는 민간, 즉 문화예술인들의 자발적인 창작활동과 연계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아트빌리지는 2년 이상 구상과 검토단계를 거쳐 지난해 11월 11일에야 사업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 후 같은 달 사업공고가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수개월째 깜깜무소식. 당초 계획대로라면 벌써 사업제안 응모를 거쳐 사업대상자가 선정돼야 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아직까지 공고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도대체 8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세종 아트빌리지가 장기간 예술인마을로 유지‧관리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게 겉으로 드러난 사업지연의 이유다.
행복청 관계자는 “문화예술인에 한정된 사업이다 보니 일반인들에게 특혜성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나 LH 모두 마을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전매제한 등 기준마련을 심사숙고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문화예술콘텐츠의 거점으로서 아트빌리지의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고 사업을 추진할 때가 됐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행복청과 달리 LH의 태도는 미온적이다. 아트빌리지가 LH에서 먼저 구상돼 행복청에서 진척된 사업임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 분원 등 문재인정부 출범과 함께 여건이 변화했다”는 게 LH의 입장. LH 관계자는 “신정부 출범과 국회 분원 설치 등 여건 변화가 발생한 만큼 아트빌리지를 선제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행복청이 전매제한 등 기준 마련에 방점을 둔 데 반해 LH는 여건변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데서 양 기관의 시각차를 엿볼 수 있다. LH는 특히 “S-1생활권에 국회 분원 등 어떤 시설이 계획될지 모른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아트빌리지가 지난해 사업설명회 당시부터 사업적으로 접근할 수 없도록 개발방향이 정해졌고, 새 정부 출범 이전에 얼마든지 공모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LH의 입장변화를 이해할 수 없다는 시각이 크다.
실제 행복청과 LH는 ▲특화를 위한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공간 배치 ▲문화예술 창작 및 체험 공간의 조화 ▲문화예술인 창작 및 정주 공간, 체험형 문화마을, 예술 분야별 커뮤니티 형성 ▲문화예술인 정주환경, 창작활동, 커뮤니티 등이 지속적으로 유지‧관리될 수 있도록 건축협정 등과 같은 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행복청과 LH가 이미 아트빌리지 조성에 대해 상당히 진전되고 구체적인 구상을 가지고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매 제한 등의 기준 마련이나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여건 변화만으로 아트빌리지 사업 지연을 설명하기에는 모자라 보이는 이유다.
이에 대해 문화예술계는 LH가 아트빌리지 대상 부지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아트빌리지 사업부지의 부동산가치가 워낙 높기 때문.
세종시로 이주해 사진과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는 사진작가 A씨는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공고가 나지 않아 (아트빌리지) 사업이 무산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LH가 도시발전보다는 수익성만 바라보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문화예술 기획자 B씨는 “미술관, 공연장, 박물관 등 문화적 자산을 중심으로 판단했던 초기의 문화도시의 척도가 이제는 가치 중심의 척도로 변화하고 있다”며 “한 도시 내 예술가들이 얼마나 사는지를 나타내는 보헤미안 지수가 높아야 예술가들을 존중하고 수용하는 도시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