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교육청, 올해 1급 정교사 자격연수 선발 성차별 논란 야기… 대책도 ‘갸우뚱’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세종시교육청이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상자 선정 기준에 임용 전 군 경력을 포함시키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급하게 내놓은 대책도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시교육청은 교육공무원 승진 규정 제10조 1항을 준용,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상자의 교육경력 산출에 임용 전 군 경력을 포함시켰다. 그 결과 1차로 선정된 대상자 120명 중 남성 교원은 103명, 여성 교원은 17명으로 압도적인 편차가 발생했다.
임용 2, 3년차 남성 교원이 4년차 여성 교원보다 점수가 높아 연수 대상자로 선정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부 세종시 중·고등학교 교원들은 자격연수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법적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민원이 쏟아진 후 시교육청은 지난 11일 77명의 선발자를 추가 공고했다. 추가 선발된 여성교원은 67명, 남성 교원은 10명. 성비 격차는 줄었지만 논란은 여전히 잦아들지 않고 있다. 시교육청이 선발기준의 법적 근거가 미약함에도 올해 연수는 일단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최교진 교육감 “민원해소·기회부여 차원, 혼란은 사과”
이 사태와 관련해 최교진 교육감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 자리를 빌어 “호봉 인정이나 교감 승진 등에는 군 경력이 반영되는데 1급 정교사 연수에만 반영이 안 된다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며 “이들에게 같이 연수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떤가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큰 성비 편차가 발생한 점은 사전에 철저하게 시뮬레이션을 해보지 못한 (교육청의)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이날 최 교육감은 올해 연수는 그대로 진행하되 1급 정교사 자격증 발부는 실 교육 경력이 충족될 시 부여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그는 “임용 전 군 경력 영향으로 연수 대상자가 된 인원을 다시 취소하긴 어렵다”며 “학교 현장에 혼란을 준 점은 해당 교원분들께도 사과를 전했다”고 말했다.
교원자격검정령(대통령령 제28003호) 제8조에 따르면, 교육경력의 범위는 교원 자격이 있는 사람이 교원으로서 전임으로 교육한 경력을 말한다. 즉 해당 교육경력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연수를 받아도 1급 정교사 자격증 발급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행정적 착오에 의해 선정됐다 하더라도 신뢰보호의 원칙 상 일단 연수 기회는 주되 법령 상 문제가 있다면 교육 경력이 충족된 후 자격증을 발급할 예정”이라며 “교육부에 교육경력 관련 질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며 자격증 발급 여부와 관련된 법률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육부 회신이 온다면 구제가 필요한 인원에 대해 추가 선발이 있을 수 있다. 국가인권위 진정에 따른 권고, 내년 연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을 거쳐 다시 기준 정립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교원들 "명백한 교육청 잘못"… 교육부 “임용 전 군 경력 포함 어려워”
익명의 한 교원은 최근 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에게 바란다' 코너에 “기준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특혜와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아야 한다”며 “다음 기준부터 명확히 하겠다고 넘길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이 있다면 바로 시정해주길 원한다”고 썼다.
중등 교원 A씨도 “실제 자격이 되는데도 선정되지 못한 여성 교원들이 상당히 많고, 예산이 부족하다는데 추가 선발이 어느 정도 가능할지도 의문”이라며 “아직 공식 공문이 내려오진 않았지만, 자격이 되지 않았음에도 연수부터 받고 3년 초과 후 자격을 준다는 대책 역시 결국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교육청의 마지막 오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자격검정령에 따르면 교육경력의 범위는 원칙적으로 학교에서 전임으로 근무한 경력을 말한다”며 “임용 전인지 임용 후인지에 따라 논란이 될 수는 있지만 임용 전 군 경력이 교육 경력에 포함될 수 있는 여지는 약해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를 제기한 일부 교원들은 변호사 자문을 구하는 한편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해 전문가 심의를 받을 예정이다. 향후 이들은 해당 기준이 시정되지 않을 시 행정심판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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