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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순위 없는 ‘학생중심’ 운동회, 변화는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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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순위 없는 ‘학생중심’ 운동회, 변화는 시작됐다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7.05.02 14:1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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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2-2생활권 새롬초 개교 첫 운동회, 학부모 참석 없이 즐기는 운동회 풍경

[세종포스트 한지혜 기자] 학교 운동회 풍경이 바뀌었다. 학부모도 없고, 꼴찌도 없는 운동회.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응원 소리도 사라졌다. 경쟁을 벗어나 ‘학생중심’ 소규모 체육대회로 변화한 것.

운동회 시기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가을에 주로 열렸지만, 가정의 달이자 연휴가 많은 봄에 개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2일 오전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2-2생활권 새롬초등학교 첫 운동회 현장을 찾았다. 올해 3월 개교한 이 학교에는 총 230여 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아직 입주가 마무리되지 않아 운동회 당일 전학 온 학생들이 65명에 이르지만, 운동회 전학 첫날이어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운동회를 위한 사전 연습도 없었기 때문이다. 

승부도 내빈도 없는 운동회, 아이들의 희망대로 1교시부터 4교시까지 쭉 ‘놀이판’이 된 운동회 현장을 찾아가봤다.

경쟁·연습 없는 운동회, 소규모 ‘민속놀이’ 단연 인기


뙤약볕 아래 입장과 퇴장을 줄 세워 연습하던 풍경은 자취를 감췄다. 학부모와 내빈에게 보여주기 위해 몇날 며칠 손발을 맞춰가며 연습했던 곤봉체조나 부채춤, 반 아이들의 응원을 등에 지고 달려야 했던 계주 종목도 사라졌다.

이날 개인 달리기 종목은 1등이든 꼴찌든 ‘도전왕 1등’이라는 동일한 도장이 아이들의 손목에 찍혔다. 달리기가 끝난 뒤 아이들은 너도 나도 “일등이다!”를 외치며 웃음꽃을 피웠다.

새롬초 체육대회는 총 6개 코스의 활동마당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딱지치기, 투호, 고리던지기, 공기놀이, 비석치기, 제기차기 등 사전 연습이 필요 없는 민속놀이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1코스 개인달리기는 운동장에서, 2코스는 보건실과 다목적실을 장소로 활용했고, 3코스와 4코스는 1층 옥외놀이마당, 5코스와 6코스는 3층 실내 체육관에서 진행해 학교와 운동장을 순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순위나 승패가 정해지지 않다보니 운동회가 끝난 뒤 아이들은 모두 똑같은 상품(공책 2권)을 받았다. 체육을 잘하는 아이, 잘 못하는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종목에 참가해 동일한 성과를 얻은 것. 

특히 과거의 운동회가 학부모 참여 종목까지 마치고 오후까지 이어졌다면, 요즘 운동회는 오전 중 마무리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추세다.

허용지 새롬초 체육부장교사는 “세월호 사건 이후 전국 학교에서 일어난 변화 중 하나가 바로 운동회 문화”라며 “과거에는 학교 정규수업시간에 운동회 연습을 하고, 순위를 매기고 경쟁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소규모로 아이들끼리 즐기는 체육대회가 되고 있다. 도전에 초점을 맞춘 학생중심 운동회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락 대신 다같이 ‘급식’, 맞벌이 학부모 부담 덜어


체육대회는 학부모 참석 없이 학생 중심으로만 실시됐다. 김밥 등 도시락을 바리바리 싸와 돗자리에 늘어놓고 먹던 풍경도 당연히 사라졌다. 대신 아이들은 평소와 같이 친구, 선생님들과 함께 운동을 마치고 학교 급식을 먹는다.  

학부모 참석 문화가 사라지면서 맞벌이 가정의 부담도 확 줄었다. 미리 휴가를 내거나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쌀 일도, 사정상 참석이 어려워 난감한 상황도 사라졌다. 

지난해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학부모회나 반장 어머니가 음료수나 아이스크림을 돌리고, 담임교사의 도시락을 챙겼던 문화도 없어졌다. 학교 역시 운동회나 소풍날 단체 음료수나 간식 등을 보내오는 것을 가정통신문을 통해 제재하고 있다. 

허 교사는 “학부모 없는 운동회를 추진하면서 ‘그래도 가봐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는 학부모님들도 아직 계시지만, 이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며 “낯설긴 하겠지만,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보여주기식, 경쟁적인 운동회가 아니라 그저 친구들과 체육을 많이 할 수 있는 운동회”라고 했다. 

신규교사 양은지(24) 씨도 “학창시절 한 달 동안 운동장에서 부채춤을 연습하고, 한복을 입고 내빈들에게 선보이는 운동회를 했던 기억이 있다”며 “학생과 교사가 다같이 즐기는 것이 운동회의 진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OECD 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과잉경쟁 시대, 운동회 만큼은


한국 학생들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유니세프의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활용해 전국 초·중·고교생 73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인 22개 OECD 회원국 중 20위에 그쳤다. 한국보다 행복지수가 낮은 국가는 벨기에와 체코뿐이었다. 

주관적 행복지수 조사 항목은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건강 상태 등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물질적 행복지수'에선 핀란드에 이어 2위에 올랐지만,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 있다고 답한 비율은 초등학생 17.7%, 중학생 22.6%, 고등학생 26.8%로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어렸을때부터 경쟁에 뛰어들어야 하는 한국의 교육 환경은 ‘탈(脫)한국’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과잉경쟁을 벗어나고자 이민이나 해외취업을 결심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 

새롬초 이외자 교장은 “개교 첫 운동회를 열면서 옆 친구와 비교해 1등을 해야한다는 경쟁의식을 희석시키려고 노력했다”며 “과거 운동회도 나름대로 장점이 있지만, 요즘 같은 맞벌이 시대에 참석을 못해 마음아파 하는 학부모들도 많다. 또 학부모를 위한 경기를 마련하는 등 형식적인 부분도 사라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오는 5일은 제95회 어린이날이다. 아이들을 행복한 어린이로 키우는 사회, 어쩌면 변화한 운동회 문화에서 그 작은 움직임을 찾을 수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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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방향 ^^ 2017-05-14 10:10:34
경쟁 때문에 상처 받는 학생
순위 때문에 상처 받는 학생을
고려한 미래지향적인 방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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