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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가가 본 '2%' 부족한 세종시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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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전문가가 본 '2%' 부족한 세종시 아파트
  • 한지혜 기자
  • 승인 2016.09.13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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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下] 인터뷰 | 아파트 하자 정보 공유 카페 운영자 유옥 오케이이엔씨 대표

최근 아파트 하자보수 문제가 입주민과 시공사 간 소송으로 치닫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종시라고 다를까. 출범 이후 새 아파트들이 대량 공급되면서 세종시 역시 하자 보수와 관련된 민원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지속적인 A/S 요청에도 시공사가 묵묵부답이면 국토교통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서 갈등을 조정한다. 여기서 조정이 되지 않으면 결국 끝은 소송전이다. 승소하더라도 변호사의 배만 불리고 배상금이 적어 '상처뿐인 승리'로 갈음하는 경우가 부지기수.

 

그렇다면 입주민들은 꿈꾸던 내 집 마련 후 소비자의 권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아파트 하자 보수 문제의 현황(上)과 관련 기관의 역할(中), 민간 전문가의 해결책(下)을 <상··하>로 나눠 기획 보도한다. <편집자 주>



최근 세종시에 아파트 하자 관련 커뮤니티가 개설돼 화제다. 세종시 아파트에서 발생한 각종 하자, 보수과정, 잘못된 설계, 소송 사례 등이 담긴 게시글이 매일 업데이트 돼 하자 정보 공유의 장이 열린 것.

 

28년 간 중견 건설사에서 일해 온 유옥(53)씨는 세종에 정착하면서 두 달 전 ‘아하! 행복도시’라는 아파트 하자 정보 공유 카페를 개설했다. 현재 카페는 두 달 여 만에 1000여 명에 육박하는 회원 수를 확보한 상태다.

 

세종에 정착한 그가 이 카페를 개설한 이유는 입주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고, 올바른 방법으로 하자 보수를 진행할 수 있도록 무료 자문을 하기 위해서다.

 

카페를 통해 하자 판명, 시공사 대응 방법, 소송에 대한 조언을 나누고 있는 그를 만나 하자 발생의 원인과 해결 방법에 대한 민간 전문가의 생각을 들어봤다.

 

건설사, 하자 보수는 ‘나몰라라’… 최선의 대응은?

 

유 씨는 우선 “건설사가 1000세대를 지으면 350억에서 400억 정도의 금액을 남긴다”면서 “큰 수익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있고, 똑같은 분양가인데도 하자발생이나 보수 처리는 제 각각”이라고 비판했다.

 

하자 처리가 지지부진 하거나 하자 판정에 대한 시각이 엇갈릴 경우 입주민들의 피해는 더 커진다. 하지만 집값이 떨어질까봐 두려워 아파트 하자 문제를 쉬쉬하는 경향도 많다.

 

이에 대해 그는 “하자 문제를 겪고 있는 아파트들이 많기 때문에 크랙이나 부실시공 같은 치명적인 하자가 아닌 이상 집값에 큰 문제가 없다”며 “차라리 소소한 하자들은 빨리 오픈해 하루 빨리 보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입주자대표회 등의 조직을 통해 건설사에 공동 대응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자가 개인 세대의 문제에서 단지 전체의 문제로 인식되는 변화가 시작된 것.

 

그는 “공동 대응을 통해 건설사를 협상테이블로 불러들여 조정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이 입주자들에게 가장 유리한 방법”이라고 했다.

 

최근 증가하고 있는 기획 소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애꿎은 입주민들만 피해를 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법적 소송 문제는 깊이 살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기획소송의 경우 변호사와 엔지니어링업체가 함께 감정을 한 뒤 배상금을 과다 책정해 현혹하는 경우가 많다”며 “실제 재판부 감정에서는 이보다 배상금이 적게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돌아오는 금액은 몇 십만 원 뿐인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소송을 추진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역할과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고 했다.

 

2달 여간 세종시 아파트 둘러 본 소감, “2% 부족”



그는 지난 두 달 여간 세종시 내 모든 아파트를 돌아봤다. 아파트 내부를 제외한 공용시설·외부 설계·조경·지하주차장을 비롯해 설치된 미술 작품들까지 살폈다.

 

유 씨에 따르면, 세종시 아파트 내 다수의 지하주차장에서는 누수 하자가 발생한 상태였다. 이외 주차장 바닥 크랙과 방치된 고사목, 페인트가 벗겨진 미술 작품 등의 외부 하자도 발견했다.

 

그는 “다수의 하자가 한꺼번에 발견된 아파트도 있었고, 잘 돼있다 싶더라도 2%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내부 하자에 대한 자문 결과 결로나 곰팡이, 주방 싱크대 등 내부에도 다양한 하자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아파트마다 있는 하자 A/S 사무실의 위치도 언급했다. 이 사무실 위치만 봐도 건설사의 하자보수 의지를 알 수 있다는 것.

 

그는 “입주자들이 찾기 쉽고 동선이 편리한 쪽으로 사무실을 마련한 아파트도 있는 반면 될 수 있으면 접촉을 피하기 위해 외진 곳에 간판도 제대로 없이 사무실을 마련한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집중하는 문제는 겨울철 빈번한 ‘결로’ 현상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입주민과 시공사 간 큰 입장 차이를 보이는 문제 중 하나기 때문.

 

그는 “결로의 경우 1년 전 국토부 관련 가이드에는 노코멘트에 가까운 기준이었지만, 최근에는 열화상카메라를 비춰 청색이 나타나는 부분을 확인하는 등 단열을 중점적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곰팡이 역시 벽지를 뜯어내 단열재가 정확히 붙어있는지, 틈새는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 판정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국토부 하자분쟁조정위, 법적 구속력 없어 역할 ‘한계’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하자 심사를 신청하면 현장 조사가 시작된다. 이때 일반하자로 판정이 나면 시공사는 15일 이내에 하자 보수 계획서를 제출하거나 하자 보수를 실시해야한다.

 

하지만 분쟁조정위의 판정 결과는 권고를 어길 시 과태료 부과만 가능할 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그는 “현재 국토부 분쟁조정위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게 큰 문제”라며 “지난해 4244건의 조정 신청이 있었지만, 과거에는 90%에 가까운 조정 성사율을 보인 반면 요즘은 10% 정도에 그쳐 역할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과태료 부과 외에 큰 패널티가 없다보니 건설사들은 오히려 소송으로 가기 위해 조정을 수용하지 않는 추세다. 소송 과정에서는 보수 처리가 전면 중단되기 때문에 결국 패소하거나 적은 배상금을 받게 될 때에는 고스란히 입주민에게 그 피해가 돌아오는 셈.

 

그는 “앞으로 세종시에서는 지속적으로 하자 관련 소송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경기도 군포에 위치한 국토부 하자분쟁위가 벌써부터 현재 오송까지 출장을 나와 접수 건을 처리하는 등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분쟁조정위의 판결이 법적 구속력이 없더라도 이 조정문을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 소송 시 재판부에 제출하면 효력이 있기 때문. 또 지속적으로 하자 보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이 기록을 보관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1년에서 10년차까지 지급되는 하자보수이행증권 6장을 입주자대표회에서 모아 주택도시보증공사에 제출하는 등 하자보수금으로 직접 보수 처리를 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하자 발생과 보수 처리 민원, 민간 전문가가 본 근본 원인은?

 

28년 간 건설사에서 근무했던 유 씨는 건설사의 ‘끝없는 욕심’을 하자 발생과 보수 처리의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건설사들이 최저 가격 입찰제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고, 이 업체에서도 남는 게 없다보니 하자 처리를 적극적으로 해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건설사들은 하자 보수 민원에 ‘하청업체가 부도났다’든지 ‘사장이 도망갔다’는 핑계를 대곤 하는데 이때 주택도시보증공사에 하자이행 신청을 하면 건설사에 압력을 가해주기도 한다”고 조언했다.

 

하자 아파트의 또 다른 원인 중 하나는 기술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다. 1000세대 기준 15명에서 20명 정도의 기술자가 투입된다. 하지만 초과수당은 물론 보수도 적은 편이어서 직원들의 능동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는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 등 품질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는 환경”이라며 “젊은 사원들의 이직율도 높은 편이고, 처우문제로 사기가 떨어져 2번 확인할 것도 1번만 확인하게 되는 등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들, ‘후분양제’ 제안… 정부 지원 등 정책 뒷받침 필요

 

자동차의 경우 작은 스크래치만 발견 되도 바로 리콜이 가능하다. 반면 이보다 비싼 ‘집’은 다르다. 입주자들은 인공조명이 덧씌워진 합판 모델하우스를 보고 집을 사고, 입주 뒤 혹은 입주 몇 년 뒤 문제점을 발견해도 계약을 무를 수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후분양제’를 제시하고 있다. 아파트 실물을 직접 보고 계약이 성사되기 때문에 건설사는 하자에 대해 더 예민할 수밖에 없고, 입주민들은 생활하자를 제외한 하자들을 미리 거를 수 있기 때문.


그는 “후분양제를 도입한다 해서 하자가 아예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훨씬 나은 방법”이라며 “다만 건설사가 아파트를 끝까지 지을만한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 정부가 자금조달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이미 세종시 몇몇 아파트에서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합의를 목적으로 한 공동대응, 정확한 판단을 위한 전문가와의 협조만이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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