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정통 양식 셰프가 만드는 ‘빨간 음식’
상태바
정통 양식 셰프가 만드는 ‘빨간 음식’
  • 한지혜
  • 승인 2016.02.26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창업 ‘세종을 꿈꾸다’ | 종촌동 ‘페로로쏘오구삼’

 

 

 

레스토랑 10년차 셰프의 ‘세종행’
전주 ‘외삼춘네 고기집’ 창업멤버
골목문화, ‘공존’과 ‘연대’가 필수

 

식욕을 돋우는 색, 빨강. 선홍빛 삼겹살과 붉은 연어, 떡볶이와 김치찌개까지. 한국인이 사랑하는 빨간 음식들이 모두 모였다. 10년차 레스토랑 셰프 황정욱씨(37)가 종촌동에 문을 연 ‘페로로쏘오구삼’. 전주 골목상권에서 나름 유명했던 그가 아무 연고 없는 세종으로 왔다. 어떤 사연일까?


“2달 전에 가게를 오픈했어요. 가족들도 다 세종으로 이사왔습니다. 전주에 있는 창업멤버들도 세종행은 다들 말리더군요. 무모한가요?(웃음). 계속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는 곳이야말로 곧 기회의 땅이죠.”
파란만장한 그의 창업기, 시작은 전주에서부터였다.


“서울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10년을 일했습니다. 아무래도 창업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더군요. 첫 번째 창업은 1, 2층 100평정도 되는 임실의 레스토랑을 무상임대 받아 시작했어요. 몇 번 방문해 메뉴개발을 도운 적이 있었는데, 그 덕분인지 친구 장모님께서 흔쾌히 내어주시더군요. 당시 계약서도 없이 1년 반 정도 운영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에 부딪혔어요. 세금문제가 가장 컸죠. 임실에 있는데 남원세무서에 갔다가 전기는 전주, 가스는 또 전북으로. 복잡한 행정절차도 혹독했습니다.


그러던 중 시내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멤버 8명을 모았고, 전주대와 전북대 앞에 ‘외삼춘네 고기집’을 열었죠. 그중 저를 포함해 3명의 멤버가 세종행을 택했고, ‘틸만’이라는 기업의 지원을 받아 펀딩방식으로 창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양식 전공 요리사. 어떻게 한국적인 ‘빨간’ 메뉴구성을 하게 된 걸까?


“페로는 이태리어로 ‘철’, 로쏘는 ‘빨강’을 의미합니다. ‘철’은 재료와 불을 이어주는 매개체라고 할 수 있어요. 빨간색은 육류를 떠올리게 하고, 떡볶이, 연어, 김치찌개 역시 공통적으로 모두 붉은 음식들이죠. 오구삼은 ‘오븐에 구운 삼겹살’의 줄임말고요.


삼겹살, 떡볶이, 김치찌개라는 메뉴구성은 제가 좋아하는 음식 궁합이기도하고, 실제로 이렇게 먹으면 맛있어요. 소스는 청국장쌈장, 새우젓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청국장을 좋아해 직접 개발했어요. 손님들은 떡볶이 국물을 소스처럼 찍어 드시기도 합니다.”


가게 입구에 위치한 정체모를 수조. 놀랍게도 수조 속에는 큰 고기 덩어리들이 줄지어 들어있었다.


“삼겹살은 칠레산인데, 수조숙성을 시켜요. 이유는 딱 하나입니다. 물에 담가놓으면 표면 온도가 일정해지기 때문이죠. 또 진공 포장해 해수에 넣어 놓으면 세균번식도 막을 수 있어요.


고기는 15~17일 숙성시킵니다. 칠레 수입처는 세계 3대회사로 손꼽히는 곳으로 캠핑족들 사이에서는 유명해요. 친환경적이고 도축환경이 깨끗하다는 것이 선택의 가장 큰 이유고, 실제 7개 브랜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선택된 고기이기도 합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항공직송으로 일식전문 친구가 손질하는데, 회도 칼 맛이 있어요. 전문가가 하면 맛이 살아나죠.”


전주대 앞, 너무 푸짐해 손님들이 걱정한다는 ‘외삼춘네 고기집’이 있다. 전주 골목길 상권 활성화에 몸담은 그가 창업멤버로 참여한 곳이다.


“전주 골목상권 만들기 프로젝트에 선후배 할 것 없이 8명이 모여 ‘외삼춘네 고기집’을 열었어요. 처음엔 전주대, 다음은 전북대였죠. 당시 12시에 영업이 끝나면 새벽 2, 3시까지 인테리어 작업을 했어요. 구석구석 허술한 부분도 많죠.


골목은 음식을 파는 게 아니라 문화를 파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음악다방, 오픈마켓 등 음식을 뛰어넘는 골목문화를 만들고자 하는데, 항상 자본이라는 게 발목을 잡죠(웃음).”


그가 말하는 잘되는 가게의 법칙, 손님들이 ‘걱정하는’ 가게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가성비예요. 이는 반대로 제겐 손해이기도 하죠. 하지만 장사는 단순히 장사가 아니에요. 정을 주는 거죠. 450그램이라고 써놔도 고기는 항상 500그램 이상 나가요. 마진율을 낮춰서 제공하다보니 망하는 것 아니냐는 손님들의 걱정도 많았죠. 그렇지만 대중을 상대로 장사하려면 그래야하지 않나 싶어요. 다 같이 먹고 살아야죠.”


청년창업자로서 느끼는 3가지 문제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일단 높은 음식값이 문제죠. 두 번째는 노동수급문제, 세 번째는 공동체의식 부족 문제입니다. 20대 청년들이 없으니 일할 사람이 없어요. 인건비 문제가 아니라 노동 수급 문제가 심각하죠. 전주에서 고기집을 창업했을 때, 같은 업종인 옆집에서 오히려 환영해주시더라고요. 특화상권을 만들어나가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힘은 연대의식에서 출발합니다. 서로 상부상조하고, 서비스를 연계해 나가면서 종촌동, 도담동, 아름동, 고운동만의 특화상권을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서로 공존하는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말이죠.”


‘정’을 요리하는 황정욱 셰프. 세종에서 새로운 음식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그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황 셰프가 추구하는 공존과 연대의 골목문화, 세종에서도 꽃피울 수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