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반짝반짝 빛나는 고전’ 꼭 읽어야 하는 이유
상태바
‘반짝반짝 빛나는 고전’ 꼭 읽어야 하는 이유
  • 한지혜
  • 승인 2015.12.26 15: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학과 영화 |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와 마크 오스본의 ‘어린왕자’



작가 감성·시적 운율 그대로 옮긴 솔출판사 번역판 호평
제작사와 독점계약으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 장면 수록
번역작가 공나리 “삶의 곤경에 맞서 싸울 용기 주는 책”


애니메이션 <어린왕자> 개봉과 함께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출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10여 출판사가 생텍쥐페리의 오리지널 스토리를 다시 번역했거나 과거 출판했던 <어린왕자>를 다시 선보였다. 이 가운데 솔출판사의 <어린왕자>가 서점가에서 단연 주목받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감성, 시적 운율까지 그대로 옮겼다는 호평을 받고 있어서다. 특히 프랑스 및 미국의 제작사 측과 독점계약을 통해 영화 <어린왕자>의 스톱모션과 애니메이션 장면까지 수록했다.


마크 오스본이 <어린왕자>를 영화화한 목적이 남녀노소가 생텍쥐페리를 읽도록 하는 데 있었던 만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아주 특별한 <어린왕자> 한국어판’을 읽어보기를 적극 추천한다.


솔출판사의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오리지널인 ‘클래식 북’과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구성된 ‘무비 클래식 북’, ‘무비 리틀 클래식 북’, ‘무비 스토리 북’, ‘컬러링북’(일러스트 장선영), 다양한 연령대의 어린이를 위한 ‘무비 그림책’, ‘무비 첫 그림책’, ‘특별 놀이북’, ‘별별 스티커북’ 등 여러 버전이 있다. 클래식북 시리즈는 생텍쥐페리의 원전에 영화 장면을 삽입했고, 무비 스토리 북은 영화 제작을 위해 다시 쓴 <어린왕자>의 21세기 새 버전이다.


번역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전6권, 솔출판사)의 번역작가 공나리(45) 씨가 맡았다. 세종시민이기도 한 그를, 그의 스케줄에 맞춰 서울 북촌에서 만났다.


-애니메이션 개봉을 앞두고 <어린왕자> 출판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유가 뭔가.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출판사들이 경쟁하듯 새 번역을 내놓거나 이미 출판했던 걸 재출간하는 것 같다. 이미 백여 종에 이르는 판본이 나와 있지만 일본어판 번역의 오류를 그대로 옮긴 판본이 적지 않기 때문에 새 번역본이 나오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


-번역하면서 어디에 중점을 뒀나.
“번역작업 전 임우기(임양묵 솔 출판사 대표의 필명) 사장이 신신당부한 내용이 있다. 첫 번째가 원작의 시적인 문체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직역을 우선 고려해 달라는 것이었다. 둘째, 직역을 통해 시적 문체를 살리되 한국어의 일상적 어법과 표현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의역을 최소화해 달라. 셋째, 아름다운 한국어를 찾아 원작의 시적인 문장을 최대한 살려달라.


첫 번째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시적인 문장에 방점을 찍은 것이고, 나도 최대한 이를 고려했다. 한 마디로 축약하면 직역을 통해 원작의 시적인 문체를 최대한 살리고, 한국어의 일상 어법을 함께 살려 번역하며, 최대한 아름다운 한국어 표현을 쓰는 것이었다.”


-생텍쥐페리(1900~1944)와 <어린왕자>부터 소개해 달라.
“비행조종을 빼놓고 생텍쥐페리를 이야기할 수 없다. 비행이 그의 작품세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비행은 모험의 연속이자 혼자만의 공간에서 지상의 인간과 하늘이란 우주적 공간 사이에서 실존을 고민하는 사유의 연장선이었다. <어린왕자>는 그의 작품 활동 중 후반기에 속하는 1943년 미국에서 출간됐다. 당시 작가가 미국에 체류 중이었기 때문에 미국에서 프랑스어와 영어 두 가지 판본이 나왔다. 프랑스에서는 작가 실종 이후인 1946년 출판됐다.


이에 앞서 나온 작품으로는 <남방우편기> <야간비행> <인간의 대지> <전시조종사>가 있다. 이쯤에서 눈치 빠른 독자들은 짐작했겠지만 <어린왕자>에서처럼 이들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공통점이 바로 비행기 조종사란 것이다. 이는 작가 자신이 이십대 청년일 때 시작한 비행기 조종사란 직업적인 경험이 크게 반영된 결과다.”


-하이데거는 <어린왕자>를 ‘20세기의 가장 실존적인 소설’이라고 했다.
“실존주의는 ‘인간은 왜 사는가?’ ‘세계는 무엇인가?’ 등 존재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철학이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기 존재의 의미를 문제 삼는다.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일하고 공부하고 싸움을 하고 때론 그것을 찾다가 죽기도 하는 게 인간이다.


어린왕자는 별들을 돌아다니며 만나는 사람마다 존재 이유를 묻는다. 이것만 봐도 왜 하이데거가 이 작품을 실존적 작품이라고 칭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라고 번역한 단어의 원문은 ‘에쌍시엘(l’essentiel)’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본질적인 것’으로 변역할 수 있다. 정작 본질적인 것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간과하기 쉽고, 언제든지 없는 것으로 여길 수도, 잊어버리고 살아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그런 형태를 이 작품에서는 ‘어른들’이 대표해 보여준다.”


-어린왕자는 죽음에 이른 것인가. 책을 읽었을 때 그게 두고두고 궁금했다.
“작품에선 죽음에 대한 암시가 다소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런 결말 때문에 항간에선 작가의 실종이 자살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생텍쥐페리는 1차 세계대전에서 비행 중 부상으로 전역했지만, 43세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연합군의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성공하고 조국의 독립이눈앞에 다가왔을 때 마지막 정찰을 나갔다가 실종됐다. 프랑스군은 독일 전투기에 의한 격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마치 어린왕자의 마지막처럼 아무도 그의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다. 추후 비행기 잔해가 발견됐지만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생텍쥐페리가 망명지 미국에서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던 것처럼 어린왕자도 자신의 별로 돌아가고자 했다. 작품의 결말은 동화적인 해피엔딩이다. 조종사는 어린왕자가 자신의 별로 돌아갔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이 그려준 상자 속 양, 장미꽃과 함께 어린왕자가 하루하루 잘 보내고 있으리라 짐작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우리가 생각하기에 따라 천지차이로 달라 보이는 법이다.”


-<어린왕자>를 꼭 읽어야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 아이에게 <어린왕자>를 읽고 뭘 느꼈는지 물어봤다. 아이가 답하길 ‘사업가는 일만 하는 사람을 꼬집는 거고, 허영쟁이는 잘난 체 하는 사람, 장미꽃은 애인…, 그럼 가로등 켜는 사람은 뭐야?’ 내가 그러라고 물어본 건 아니었는데, 아이는 답을 찾기에 바빴다. 입시교육에 길들여진 아이라서 그런 것만은 아닐 거다. 어른들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때그때 답을 찾아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온 날 밤, 잠자리에 누워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의미를 생각해보듯, <어린왕자>도 그렇게 읽었으면 좋겠다. 살면서 짬짬이 ‘아, 그게 이런 느낌이구나!’ 하듯 그저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면 되는 거다. 바오밥나무가 당시 프랑스를 점령하고 있던 독일을 상징하는 것임을 알아도 좋고 몰라도 좋다. 당시 상황 같은 건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런 건 아는 척 하기 좋아하는, 혹은 가르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알라고 해!’ 이렇게 생각해도 좋다.


그저 우리 삶을 곤경에 빠뜨리는 무언가는 항상 있기 마련임을 알고, 그에 대비하고 맞서 싸울 용기를 잃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어린왕자> 같은 반짝반짝 빛나는 고전을 손닿는 데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볼 줄 알면 되는 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