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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朗讀), 책 읽어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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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독(朗讀), 책 읽어주는 남자
  • 한지혜
  • 승인 2015.12.22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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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팟캐스트 ② |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독특하고 신비로운 목소리로 유명한 가수였다. 그러나 변성기가 되기 전까지 그
는 허약하고 별 볼일 없는 작은 소년에 지나지 않았다...(중략)”


작가 김영하가 낭독을 시작한다. 잠깐의 틈 사이로 ‘사르륵’ 책장 넘기는 소리가 들리고, 다시 낭독이 이어
진다.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은 북 팟캐스트의 시초다. 뉴욕생활 중 우연히 팟캐스트를 접하고 중고 맥북을 구
매, 내장된 마이크로 녹음을 시작한 게 벌써 5년 전이다.


방송은 두어 달 만에 업데이트 될 때도 있고, 어떤 날은 2주 만에 올라 오기도 한다. 특히 소설 집필 시기에는 더 들쑥날쑥한 편인데, 출판사나 기업이 관여하지 않는 순수 개인 미디어의 특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책 선정은 그의 서재에서 이루어 진다. 녹음 준비를 마친 그는 자신의 서재에서 책 한 권을 뽑아 책상 앞에 앉을 것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대목을 펼쳐 투박한 낭독을 시작할 것이다. “작가 김영하입니다” 혹은 “소설가 김영하입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코너랄 것도 따로 없다. 30분 이상을 낭독으로 채운다. 이는 작가 스스로 “책을 직접 읽는 것만큼 가장 정
확히 책을 소개하는 방식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담담한 목소리는 고전과 현대를 넘나든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1920년대 미국 재즈시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1968년의 프라하, 정이현의 「삼풍백화
점」을 통해 한국의 90년대 속으로 우리를 끌어들인다.


대부분의 청취자는 자기 전, 불을 켜지 않은 깜깜한 방에서 방송을 듣는다. 물론 작가도 이 사실을 잘 안
다. 그래서 적당히 흥미 있고, 적당히 무서운, 적당히 뒷부분이 궁금한 책을 골라 안정된 톤으로 읽어준다. 그의 목소리만큼 담담한 배려다.


작가 김영하는 ‘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잠수함. 우리를 저 깊은 곳으로, 갈 수 없
었던 세계로 데려다 주는 것”


그가 수도 없이 압도당한 소설 속으로 함께 잠수함을 타고 가는 한 장의 표,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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