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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교육청'의 한계는 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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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북 교육청'의 한계는 무엇?
  • 안성원
  • 승인 2016.03.21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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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교육 현안 점검 | 최교진호(號) 1년

 

학생수급 불균형, 예산부족 문제 교육청 ‘권한 밖’
행복청, 첫마을 ‘반면교사’ 안 삼아 결국 또 문제
무리한 공약추진 보단 현실 반영한 단계적 추진 과제

       

아파트부터 도로, 신호등 하나까지 도시의 모든 것이 사전 계획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세종시. 그런데 유독 교육과 관련된 사안들은 예상과 달리 매번 논란에 휩싸인다.

 

교육수요 예측이 빗나가고, 선호학교와 기피학교가 갈리면서 한쪽에서는 과대학교가 한쪽에서는 신입생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관이 번듯한 신설학교지만 정작 도서관 책꽂이엔 책이 없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같은 감염병 경보만 울리면 학부들의 불안감은 더 커진다. 보건교사 배치율이 전국 꼴찌 수준 이어서다.

 

최근에는 지역 언론들까지 가세해 공약이행률 평가 최하위 등 최교진 교육감의 정책의지와 소통방식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연일 쓴 소리를 해댄다. 이쯤 되면 세종시교육청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긴 한 건지, 명품교육이 가능한 건지 의구심마저 들게 된다.

 

<세종포스트>는 최교진호(號)가 봉착한 난관은 무엇인지, 일련의 현상들이 교육청 탓인지 그 이면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학생수급 불균형…행복청은 뭐했나?

 

세종시의 가장 큰 교육문제는 학생수급 불균형이다. 최근에는 1-2생활권 아름동 학구에 학생들이 몰리면서 과대화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도담동 역시 내년엔 같은 문제에 봉착할 것으로 예견된다.

 

원인은 빗나간 학생유발률(인구당 학생 발생 비율) 예측. 행복청은 학교계획을 일반 신도시 수준(0.316%)을 적용해 세웠지만, 실제로는 0.7%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아름초는 당초 24학급에서 53학급까지 늘어난 상태다.

 

시교육청은 정확한 수요예측을 위해 입주자 전화조사 등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전세입주가 많고 개인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어 애를 먹고 있다. 단기적인 대책으로 아름초와 도담초 사이에 있는 늘봄초를 공동학구로 묶는 임시책을 내놨지만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1-2생활권 내 학교 신설이다. 시교육청도 학교 신설을 모색하고 있지만 이미 개발이 진행된 뒤라 부지 확보가 쉽지 않다. 결정권도 행복청과 LH, 교육부가 쥐고 있다.

 

초등학교 부족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첫마을(2-3생활권)에서 똑같은 현상이 발생해 부랴부랴 미르초가 건립된 사례가 있다. 그런데 행복청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았다. 이때도 교육청은 1생활권 내 기존 계획보다 13개교를 더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행복청은 5개교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중학교 신입생 배정결과 아름중은 323명이 입학한 반면 성남중은 달랑 19명. 17배나 차이가 났다. 신규 학교인 두루중(8명)이나 면지역 연동중(8명), 장기중(19명)도 마찬가지. 고등학교 역시 신설학교 기피현상으로 특정학교에 우수학생이 몰리면서 서열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최 교육감 역점 공약인 고교평준화를 추진 중이지만 여론조사결과 60%이 상이 찬성해야 실행이 가능하기에 확정 여부는 미지수다.

 

교육감 가용 예산 5% 미만

 

시교육청의 올해 예산은 1차 추경 1499억원을 포함한 6821억 원. 지난해(8657억 원)와 비교해 78% 수준이다. 이중 인건비(29.6%)와 시설비(50%)가 80%를 차지하고 학교운영비 (4.9%)를 제외하면 사업비는 15.2%, 1039억 원뿐이다.

 

이마저도 지방교육채 상환, BTL사업비 등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품목을 제외하면 전체 예산의 5%에도 못 미치게 된다. 최 교육감이 자신의 의지대로 쓸 수 있는 게 이 정도다.

 

그렇다면 시교육청 예산은 어떻게 마련될까? 전체 예산의 80%는 교육부, 16%는 세종시가 지원해줘야 한다. 자체수입(고교수업료, 시설 임대료, 부지매각, 이자수익 등)으로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은 4~5% 정도다. 교육부가 가까이 있어 타 교육청보다 특별교부금을 많이 받는다는 ‘혜택’이 그나마 위안이다.

 

이런 구조로 인해 명품을 표방하는 세종교육이 내실을 다지는데 구멍이 생기고 있다. 이를테면 도서관 책 살 돈이 없어 책 모으기 운동을 벌이고 있고, 값비싼 스마트교육 장비를 설치했지만 중·고등 과정 소프트웨어 개발비가 부족해 방치하는 일이 생기고 있다.

 

정원배정권한도 교육부가 갖고 있기에, 보건교사나 상담교사 확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

 

시교육청 관계자는 “시·도교육감이 교육예산으로 배정되는 내국세 수준을 현 20.27%에서 25.5%로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안되고 있다”며 “법적으로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세종시가 정상화가 돼도 교육예산의 자율성은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약이행률 최하위 성적, 배경은?

 

지난 4월 메니페스토 실천본부 발표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들을 대상으로 후보 당시 주요 공약을 평가한 결과 최교진 교육감은 D등급으로 최하위 점수를 기록했다.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정도 5307억 원으로 충남, 제주, 전북, 광주는 물론 인구가 20배 가까이 많은 부산시(4973억 원)보다도 많다. 즉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이 부분에 대해 시교육청은 자신들의 ‘미숙함’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의욕이 앞서다 보니 많은 사업을 계획했고, 현실성을 기준으로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 생겼다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83개 공약 중 22개 공약을 재검토 중이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7~8월에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천공약이 늦다 보니 메니페스토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것 같다”며 “공약이라고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실현가능성을 고려해 단계별로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종교육 현안들은 시교육청의 의욕과 교육감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엔 버거운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교육청이 교육부와 행복청으로 향해야 할 불만과 분노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모양새로도 비쳐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교 신설 민원만 해도 은근히 학부모들의 강력한 항의를 반기는 교육청 내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런 민원이 쌓여 교육부와 행복청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이 쌓이길 기대해서다.

 

물론 최 교육감이 풀어야할 숙제도 많다. 혁신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직사회, 경직된 교직원 문화, 학교현장을 장악한 일부 구태권력까지. 최교진호 출범 1년,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그의 교육철학이 어떤 성과로 나타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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