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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효자? 주택거래 온기 찾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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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난이 효자? 주택거래 온기 찾았지만…"
  • 송영웅 팀장 (한국일보 신사업기획TF)
  • 승인 2016.07.13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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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해빙기 맞은 주택거래 시장


3년여 동안 팔리지 않던 집, 단 번에 팔려
주택거래 증가 이끈 것은 정책 아닌 전세난
빚내서 집 사자…가계대출 급증은 적신호

경기도 일산 신도시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필자는 며칠 전 살던 집을 팔았다. 필자는 타지로 이사를 가려고 2011년 12월부터 인근 부동산 중개소 여러 곳에 매매를 의뢰했지만 지난 3년여 동안 집을 찾는 사람이 없어 거의 포기 상태였다. 

지난 3년여 동안 집을 보겠다며 두 명 정도가 왔는데 “집 내부 수리를 한 지 오래됐다”, “아파트의 향과 층수가 맘에 안 드니 집값을 대폭 내리면 고려해 보겠다”는 말만하고 돌아갔다.  

그러다 지난달 말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지 내 상가에 있는 부동산 중개소 한 곳에 집을 다시 내놓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날 한 중년 여성이 집 구경을 하더니 바로 계약을 요구했다. 집값을 주변 시세보다 다소 낮게 내놓긴 했지만, 3년 4개월 동안 팔리지 않던 집이 불과 30분 만에 팔린 것이다. 

필자의 사례처럼 국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올해 들어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지난 3년여 동안 ‘거래 절벽’에 빠졌던 기존 주택의 거래가 살아나고 있다. 또 신규 아파트 시장도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등 청약 열기가 달아올랐다. 

국토해양부 조사에 따르면 올해 2월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거래량이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2월 거래량으로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월 기준 수도권 주택 매매 거래량은 3만 7502 건, 서울은 1만 2990여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각각 4.2%, 10.4%씩 증가했다.

지난 3~4년간 꽉 막혀 있는 주택시장 거래의 숨통을 튼 건 저금리 기조나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정부 정책이 아닌 전세난이다. 통상적으로 집값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매매로 이어진다는 통설이 있다. 

2월 현재 전국 평균 아파트 전세가율은 70.6%에 달한다. 2012년 1월 62.8%였던 것이 3년 만에 급등한 것이다. 이 조사도 수치상의 퍼센트일 뿐 필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의 실제 전세가율은 80%를 넘어 90%에 육박한다.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매년 급등하는 전셋값에 지친 실거주자들이 ‘대출을 얻어서라도 내 집을 마련하겠다’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는 높은 월세를 내는 것보다 저리의 주택 담보 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처럼 실수요자들의 가세로 현재 주택 매매시장은 저가의 급매물 중심으로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거래량은 예전 부동산 활황기 수준에 준하지만, 가격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며 올해 2월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1.2%에 불과하다. 주택 투기 붐이 일었던 2006년 2월 10.5%에 달했던 때와는 확연히 구분된다. 비교적 바람직한 형태의 주택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것은 지난해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이후 계속 늘어나는 가계 대출이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을 더한 전체 가계 빚(가계신용) 잔액은 1089조 원에 이른다. 통상적으로 1월은 주택담보대출의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올해 1월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액은 1조 4000억 원 순증했다. 주택 매입을 위한 대출이 늘면서 나타난 결과다. 

정부가 최근 국내 소비시장이 위축되고, 세계 경제에 불황의 골이 깊어지자 추가 금리 인하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에 대비해 선제적 대비를 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현 상태에서의 기준금리 추가인하는 자칫 순기능보다 부작용을 낳을 소지가 크다. 

우선 바람직한 형태로 거래가 이뤄지는 주택시장에 과열 바람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 또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뇌관이 될 수도 있는 가계부채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 자명하다. 여기에 조만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실제 단행될 경우 국내에 투자된 캐리트레이드 자금이 선진국의 안정된 고금리 시장으로 옮겨가는 엑소더스를 피하기 어렵다. 

1970년대 산업화 이후 국내 부동산 시장은 냉탕(급등)과 온탕(급락)을 오가는 시소게임을 해왔다. 모처럼 정상적인 주택거래가 싹트고 있는 현재의 기조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당국, 정치권의 현명한 판단과 대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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