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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문화도시 세종, 원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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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도는 문화도시 세종, 원안은 어디에…
  • 김재중
  • 승인 2017.03.19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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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사박물관 빠지고, 아트센터 건립도 답보상태

자연사박물관 빠진 박물관단지 
1200석 아트센터 건립은 요원

세종시 최대 문화인프라인 박물관단지와 아트센터 건립에 적신호가 들어왔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이 입안한 계획이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조사’라는 사전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우선 박물관단지의 경우, 핵심 시설인 자연사박물관 건립계획이 빠진 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행복청은 지난달 말 “박물관단지 사업의 타당성 검증이 완료됨에 따라 행복도시 중앙공원 서남쪽 7만 5000여㎡의 부지에 450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3년까지 건설을 끝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기록박물관, 디자인박물관, 도시건축박물관, 디지털문화유산영상관, 어린이박물관 등 5개 박물관과 통합수장고, 통합운영센터 등 2개 통합시설을 건설할 것이란 게 행복청 설명이다. 

그런데 기존 박물관단지 건립계획에 포함됐던 ‘자연사박물관’이 포함되지 않아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행복청에 확인한 결과, 예비타당성조사 과정에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사업계획에서 제외됐다. 

“원안 마이너스 알파냐” 비난

행복청 관계자는 “사업시기가 미뤄진 것으로 이해해 달라”며 “워낙 큰 예산이 들다보니 국가에서 부담을 갖고 사업 속도를 조절하자는 의도다.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가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업이 백지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복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앞으로도 자연사박물관을 비롯한 국·공립, 민간 문화시설을 주변 문화시설용지에 추가 건립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물관단지 건립에 한껏 기대를 하고 있는 시민들은 “알맹이가 빠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실망을 넘어 분노까지 감지된다. 한 인터넷커뮤니티에 글을 올린 시민은 “원안 플러스 알파가 아니라 원안 마이너스 알파로 가는 것이냐”며 “다음 선거에서 표로 보여줘야 한다”고 현 정부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표현했다. 

이번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박물관단지 건립규모를 보면, 당초 계획과 상당히 동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초 행복청은 19만㎡부지 위에 국립자연사박물관을 포함한 5개 박물관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까지 6044억 원을 쏟아 부어 사업을 완료하면 관람객 수가 연간 31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계획이 크게 후퇴했다. 자연사박물관을 빼고 나니 부지면적이 절반 이하로 줄었고, 투입예산도 약 1500억원 가량 축소됐다. 준공시점도 2020년에서 2023년으로 연기됐다. 사업연기가 아니라 사업백지화로 충분히 오해를 부를 만한 대목이다. 


“연기군보다 못한 공연시설”

1200석 규모 아트센터 건립계획도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예비타당성조사도 끝마치지 못한 상태로, 건립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행복청은 지난 2013년 10월 700석 규모 대극장과 350석 규모 소극장을 함께 건설하겠다는 아트센터 기본설계를 중단한 바 있다. 700석 규모 대극장으로 세종시 핵심 문화시설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는 여론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아트센터는 다목적극장으로 음악, 뮤지컬,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도록 구상됐다. 그런데 700석 규모로는 다막으로 구성된 무용,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을 소화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향후 행복도시에 인구가 집중될 것인데, 옛 연기군 시절 조치원에 건설된 현 세종문화예술회관(870석 규모)보다 작은 규모의 다목적극장을 세운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난도 쇄도했다. 

김명곤 전 문화부장관(아리인터웍스 대표)도 본보 인터뷰를 통해 “700석 극장은 작은 규모의 지역예술을 위한 공간에 머무를 수 밖에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결국 행복청은 아트센터를 1200석 규모로 키우기 위해 예산증액을 요청했고, KDI가 사업성검토를 위해 다시 예비타당성조사에 들어갔다. 여기까지가 지난해 9월까지의 이야기다. 그런데 지난 연말까지 결과물을 낼 것으로 기대했던 KDI가 아직까지 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복청 관계자는 “아직 예비타당성조사 중간보고가 진행 중”이라며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사업진척과 관련해서는 행복청도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수 없어 더 설명해 줄 이야기가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아트센터가 1200석 규모로 부활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란 이야기다.  

허공 맴도는 문화도시 구호

박물관단지와 아트센터 사업이 당초 사업계획에서 크게 후퇴하거나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한 것은 ‘예비타당성조사’라는 검증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KDI는 아트센터의 타당성 재조사 분석과 국립박물관 단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위해 각각 조건부 가치측정법(CVM, Contingent Valuation Method)을 적용했다.

‘조건부 가치측정법’은 생태공원이나 문화·과학시설 등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아 가치 측정이 어려운 공공재의 평가에 널리 이용되는 기법 중 하나다.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처럼 경제성분석(B/C, Benefit/Cost)이란 단순계산 방식으로 경제적 가치를 도출할 수 없을 때 활용된다. 의견조사를 통해 비(非)시장적 재화의 가상적 변화에 대해 어느 정도 지불의사(WTP)가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달리 말하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면담조사를 진행해 ‘아트센터와 국립박물관단지를 세종시에 건립하는데 당신이 낸 세금을 써도 좋겠느냐, 건립 후 기꺼이 돈을 내고 관람하겠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져 사업타당성을 검토한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의 조사에서 세종시의 상징성과 특수성이 얼마나 반영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한 도시를 문화도시라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문화자산의 점유율이다. 공연장과 미술관 등 문화 인프라가 얼마나 구축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물론 해당 지역의 자치단체 예산에서 문화예산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도 고려되어야 한다. 과연 지금 세종시의 모습이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충족시키고 있을까. 문화도시 구호가 허공을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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