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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최민호, 콤비플레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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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최민호, 콤비플레이 가능할까
  • 김재중
  • 승인 2015.12.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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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세종시 '숙명의 라이벌'

정치에서 ‘만약’이라는 가정법을 가지고 말하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 있을까.



그러나 아직까지도 지난 6·4지방선거에서 이춘희 현 세종시장과 최민호 현 국무총리 비서실장이 맞붙었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까를 논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직력에서 열세를 보였던 최민호 실장이 당시 현역이었던 유한식 전 시장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서 ‘이춘희 대 최민호’의 본선대결이 좌절된 바 있다. 당시 두 사람이 진검승부를 벌였다면 이춘희 시장이 낙승을 거두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리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본보가 지난 지방선거 전 여섯 차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만 돌이켜봐도 해답이 나온다. 본보는 ‘이춘희 대 최민호 구도’로 선거가 치러진다면 박빙 내지는 최민호 후보가 우세할 것이라 예측했다. 국내 언론 중 유일하게 직접면접 조사방식을 도입하고 교차분석을 통해 실제 선거결과에 가장 근접한 예측을 했던 본보 보도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왜 1년 전 일을 다시 끄집어 내 무의미한 가정법을 늘어놓는지 의아해 하는 독자들이 있을 수 있다. 그저 과거를 회상해 보자는 의도는 아니다. 이춘희 현 세종시장의 가장 막강한 라이벌이었던 최민호 당시 새누리당 후보가 ‘국무총리 비서실장’이란 직함을 달고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복귀했기 때문에 꺼내는 이야기다. 비록 ‘이완구’라는 실력자의 후광을 입었다고는 하나 최민호의 비서실장 기용은 ‘세종시 정치판의 지각변동’이라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예측된다.



공·사석에서 만난 최민호 실장은 금배지를 달고 여의도에 입성하기 보다는 지방행정의 한 축을 담당하길 더 선호하는 듯한 인상을 풍겼다.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그는 국회의원보다 시장이 되기를 더 바라는 인물로 보였다. 때문에 절치부심하던 최 실장의 제도권 ‘컴백’은 ‘이춘희 대 최민호’의 리턴매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임기 초반의 이춘희 시장에게 ‘차기’를 운운하는 것도 어불성설일 수 있다. 그러나 상황을 마냥 점잖게 바라볼 수만도 없다. 어쨌든 두 사람은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고, 앞으로도 같은 숙명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역설이 등장한다. 라이벌인 두 사람이 좋든 싫든 서로 도와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중앙정부를 상대로 치열한 예산확보 경쟁을 펼쳐야하는 이 시장 입장에서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적극적으로 협조를 구해야 할 대상이고, 시민들을 위해서라면 읍소해야할 상대이기도 하다. 물론 국가행정 전체를 컨트롤해야 할 국무총리실이 특정지역 이익을 위해 중앙부처에 입김을 발휘하는 게 부적절해 보이지만, 최 실장 개인은 세종시에 더 많은 관심을 둬야 할 입장인 것은 분명하다. 주군격인 대통령과 총리가 정치적 명운을 걸고 ‘세종시 원안사수’를 고수했었고, 그 또한 세종시 농촌마을 한옥을 구입해 ‘세종시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춘희, 최민호 두 사람은 일단 서로에게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세종시 발전을 위해 서로 돕겠다고 약속했다. 최 실장은 비서실장 임명직전 기자와 사석에서 만나 “이 시장이 세종시 발전을 위해 도움을 요청한다면 당연히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고 나아가 지원할 것이 있으면 내가 찾아서라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고 충청도 발전을 이루는 것이 목적인 것이지 조그만 개인적 입지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지도자로 자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까지 덧붙였다.



이춘희 시장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경쟁자였던 최민호 씨의 비서실장 기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본보 기자의 질문에 “경사스런 일”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최민호 실장은 세종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관심과 애정도 많은 사람”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 “세종시를 위해 큰일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는 덕담을 건넸다.


‘숙명적 라이벌’이 돼 버린 두 사람. 두 사람이 서로에게 건넨 약속과 덕담이 ‘립서비스’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한다. 누가 더 많이 상대를 도왔는지를 두고 경쟁하기를. 훗날 시민들은 바로 이 대목을 평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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