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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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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
  • 세종포스트
  • 승인 2016.05.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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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화제작 | ‘상의원’

이원석 감독 스타일 주목 받아야 마땅


상의원은 조선시대 왕실의 의복을 만들던 공간이다. 30년 동안 왕(유연석)의 옷을 지어온 상의원의 어침장 조돌석(한석규)은 6개월이 지나면 양반이 된다. 어느 날 왕의 면복을 손보던 왕비(박신혜)와 시종들은 한순간의 실수로 옷을 불태우게 되고, 궐 밖에서 옷 잘 짓기로 소문난 이공진(고수)이 급히 입궐해 하루 만에 왕의 옷을 지어 올린다. 이후 혁신에 가까웠던 공진의 옷이 왕과 왕비를 비롯해 조선을 흔들 정도로 유행하게 되자 조돌석은 묘한 질투심을 느낀다.

  변화를 두려워한 권력

권력은 혁신을 두려워한다. 노력으로 완성된 영재는 선천적인 능력의 천재를 시기한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상의원>은 음악 대신 한복을 놓고 벌이는 조선판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갈등을 담은 작품이다.
결국 천재를 뛰어넘지 못한 살리에리는 한석규, 바느질 하나로 조선을 흔든 모차르트형 천재는 고수가 연기한다. 여기에 권력에 대한 트라우마로 자신의 것을 믿지 못하는 왕에 유연석, 왕의 마음을 열지 못하는 왕비로는 박신혜가 등장한다. 이들은 옷을 둘러싸고 뒤엉키며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고정관념을 깨다

사극이 고상하리라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상의원>을 연출한 이원석 감독은 혁신에 가까울 정도로 변화무쌍한 전개방식을 택했다. 전작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독특한 연출력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사극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유머코드, 판타지와 결합한 재기발랄함으로 극을 이끈다. 이른바 모차르트처럼 전통적 사극 구성을 파괴하며 색깔을 지켰다. 중심은 사람에 있다. 권력다툼이 주를 이루던 궁중 사극에 옷을 둘러싼 사랑, 꿈, 오만, 열등감, 질투, 두려움 등 시간을 뛰어넘어 관통하는 보편적 감정들을 실었다. 요컨대 <상의원>은 사극이라는 탈을 쓴 현대극에 가깝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옷은 욕망이자 권력이다. 예의와 법도가 우선시되던 시대, 옷은 추위를 막고 피부를 보호하는 실용성 혹은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 미적 역할보다 신분 고저를 나타내는 수단으로 더 가치 있었다. 옷 한 벌이 신분을 나타내고 그 옷을 입기 위해 목숨을 건다.
<상의원> 제작진이 의상에 힘을 실은 건 당연했다. 순제작비 72억 원의 15%에 달하는 10억여 원을 의상제작에 쏟아 부은 이들은 50여 명에 달하는 한복 전문가를 동원해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조선 복식사를 스크린에 담았다. 6개월간 제작한 의상만 1000여 벌에 달할 정도다. 그동안 한국영화 사극 고증이 리얼리티에 초점을 맞췄다면 <상의원>의 지향점은 아름다움에 있다.

  배우를 지켜보는 맛

발랄하던 초반부 진행과 비교해 비극이 이어지는 후반은 무게추가 아래로 잡힌다. 한석규, 고수, 유연석, 박신혜로 이어지는 출연진의 무게감이 돋보이는 건 이때부터다.
공진을 질투하는 어침장 조돌석 역의 한석규는 특유의 부드러움 속에 날 선 광기를 담는다. 마지막 대결이 끝난 후 노려보는 눈빛에 영원히 천재를 시기해야 했던 살리에리의 아픔이 담겼다. 자유분방함을 입은 고수와 어딘가 아련함이 느껴지는 박신혜, 트라우마에 갇힌 왕 유연석도 호연했다. 배우를 지켜보는 맛이 <상의원>에 있다.

  사극 패러다임의 변화

어침장 조돌석은 옷으로 인생을 바꾸려 했고 천재 공진은 옷을 바꾸려 했다.
<상의원>은 사극의 패러다임을 바꾸려한 이원석 감독의 싸움이 담긴 영화다. “어딘가 오글거려 사극을 잘 보지 못한다”는 이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로 사극을 재구성했다. 모차르트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었고 살리에리의 방식으로 비극을 담는다. 전작 <남자사용설명서>에서 보여줬던 흥미로움은 <상의원>에서도 이어졌다. 작품에 대한 평가는 둘로 나뉠 수 있으나 이원석 감독의 스타일이 주목받아야 한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제휴기사 스포츠한국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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