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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온라인 세종시민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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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ine 온라인 세종시민이 사는 법
  • 김재중 기자
  • 승인 2016.03.2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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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집단지성’을 만나다

자성하지 않으면 집단이기주의로 변질

“내년 봄이면 세종시로 이사를 가야하는데 막막합니다. 아이를 어떤 어린이집에 맡겨야 할지, 병원은 어디에 있는지, 자가용 없이 움직이려면 어떤 버스를 타야 할지. 모든 게 낯설기만 했어요.”

내년 봄 행복도시 1생활권 아파트 입주를 준비 중인 한모(38·대전 중구)씨의 걱정이다. 웬만한 생활 정보는 스스로 찾아내야 한다. 하루에 두어 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의 바다를 떠도는 이유다. 그렇게 표류하다 세종시 관련 커뮤니티를 만났다. 앞서 비슷한 고민을 했던 선배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고, 병·의원이나 대형마트 이용 등 최신 생활정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씨는 “아파트를 분양받고서 과연 그 선택이 옳았는지 늘 걱정이었는데,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니 한결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때로는 한 씨와 같은 사람들이 모여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다. 최근 뜨겁게 달아오른 ‘세종시 1생활권 고운뜰공원 정상추진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아직 입주하지 않은 주민들, 즉 입주예정자들이 “내가 살 아파트 주변의 공원을 제대로 건설하라”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압박하고 나섰다.

입주 이후 주변 공원이나 학교가 청사진대로 건설되지 않았다며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번 일처럼 입주예정자들이 조직적으로 나서 공원조성 과정에 개입하는 일은 보기 드문 경우로 읽힌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위상이 이처럼 높아진 이유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와 행정, 그리고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상당수 시민들에게 온라인 커뮤니티는 사회적 갈등사안에 대해 타협점을 찾는 공론장 역할도 하고 있다. ‘집단지성’이 구현되는 곳이란 의미다. 이런 시각은 소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수 시민의 통합된 지성이 올바른 결론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언뜻 온라인 공간에 비방과 욕설이 난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성론이 일면서 여론이 하나로 모아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집단지성의 힘 때문이다. 

다만 익명을 전제로 한 ‘집단의 선택’이 항상 옳은 것인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남아돌더라도 공공재는 크고 많아야 한다는 허영심, 100년의 가치가 아닌 10년의 가치만 내다보는 근시안, 우리의 것보다 내 것을 우선시하는 이기심. 온라인 세종시민이 가장 경계해야할 대목이다. 자성하지 않는 집단지성이란, 집단이기주의와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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