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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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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가 바뀌어야 한다
  • 강수돌 교수(고려대 경영학부)
  • 승인 2014.11.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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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의 어깨동무사회 |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논란

“정리해고 요건 완화” 남발, 노동부 “금시초문”
50년간 유지한 기업 수익 증대 정책 변화 필요
타 부처 군림 말고 일 하게 도움 주는 구조돼야

정부가 12월에 ‘비정규직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인데, 기획재정부가 11월 24일, “(비정규직 대책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정규직에 대한 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고용의 유연성이 균형을 잡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방향을 잡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정규직 해고에 대한 절차적 요건을 합리화 하는 내용들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정리 해고 4대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법적 제약을 줄이겠다는 뜻이다. 기재부 담당 국장은 “비정규직 처우개선은 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부담이 생기는 것인데, 이익의 균형을 어디서 잡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얘기하고 있다.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이뤄야 할 부분”이라 토를 달았다.

사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고용 대책과 관련해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 정년이 60살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누가 정규직을 뽑으려 하겠나. 이 부분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말해온 바 있다.

이러한 기재부의 입장에 대해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은 크게 분노했다. 24일의 기재부 입장 발표에 대해 한국노총은 즉각 성명을 내어 “고용 안정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인데 고용 유연성만을 강조하며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검토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사용자 편들기이자 노동자들을 벼랑으로 밀어내는 처사”라며 “정리해고 요건 완화 방침이 사실로 드러나면 정권 퇴진 투쟁도 불사하겠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정책실장도 “정규직 노동자도 해고되면 자영업자나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며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원인은 과도한 이윤을 추구한 기업과 이를 보장한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있는데 그 책임을 정규직한테 전가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노동관계를 전담하는 고용노동부는 ‘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라는 기재부 발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얘기”라거나 “경제 부처에서 늘 하는 얘기”라고 말했다. 어느 정책관도 “그런 내용은 전혀 검토한 바가 없고, 기획재정부와 협의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현재 노동자를 비롯한 국민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노동관계에 대해 정부 부처 간에도 전혀 사전 의견 조율이 없는 상태에서 기재부 중심의 입장이 걸러지지 않은 채 마구 터져 나온다는 점이다. 기재부는 한편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총괄하지만 다른 편으로는 노동의 이해보다는 자본의 이해를 대변한다. 물론 고용노동부조차 노동의 이해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노동관계 전반의 흐름을 책임성 있게 관장하기 위한 국가 기구다. 그런 면에서 고용노동부와 기재부 사이의 소통 부재는 노동자나 시민들로 하여금 과연 이 나라의 정책이 얼마나 균형 있고 일관성 있을지에 대해 의심을 갖게 만든다.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 기업의 수익 증대를 위한 정책을 50년 정도 펼친 결과 1인당 국민소득이 300배 이상 증가해왔음에도 ‘국민 행복’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행복감보다 스트레스가 더 증대하는 추세이며, 소득 증대조차 상위 10~20%에 해당하는 일부 계층만의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또, 지난 50년 간 남북 간 평화공존이나 평화통일의 분위기보다는 상호 대결과 군비 경쟁만 증가했다. 나아가 온 국토는 더 이상 ‘애국가’에 나오는 ‘삼천리 화려강산’이 아니라 삼천리 오염강산으로 변해버렸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변해야 한다. 기재부가 다른 부처 위에 군림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부처들이 일을 잘 할 수 있게 기재부가 자원 배분 차원에서 적극 도움을 주는 구조로 변해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이렇다.

첫째, 비정규직을 양산하거나 인건비 따먹기에 기초한 경제 성장 논리를 버려야 한다. 인간 존중 경영과 생명 존중 경제를 키워야 한다.

둘째, 대기업이나 재벌 중심의 생산 구조 및 분배 구조를 타파하고 농업과 공업, 서비스업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각종 자유무역협정들의 실체는 농업이나 중소기업을 희생시켜 대기업들이 돈을 버는 것이다. 농업, 그 중에서도 유기농이나 자연농을 정책적으로 키워서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식량자급률을 9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셋째, 정규직의 노동시간을 과감하게 단축하고 보다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정규직을 쪼개서 비정규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일자리 나누기가 아니다.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바람직한 방향이다.

넷째, 주거, 교육, 의료, 노후 문제를 사회 공공성 차원에서 풀도록 정책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선진국은 1인당 국민소득 1만5000달러 이전에 이미 사회복지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가의 참된 역할은 복지 사회 건설이지 감시 사회 건설이 아니다.

다섯째, 개성 있는 평등화 정책이 필요하다. 고교부터 대학, 직장에 이르기까지 한 청소년이 진로를 선택하더라도 아무 두려움 없이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 경제, 사회가 평등해져야 한다. 차이는 있되 차별은 없는, 그리하여 사람들이 누구나 자부심, 자존감,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농림부, 노동부, 복지부, 교육부 등이 제대로 된 행복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기재부가 뒷받침을 해주는 그런 국가를 만들어야 바람직한 미래가 창조된다. 비전을 가진 미래 디자인이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기업 이윤 증대’에만 이바지하는 정책을 아무리 펼쳐봐야 사회 화합이나 행복 사회는 오지 않는다. 진심으로 역사 발전에 기여하려면 국정에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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