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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업무추진비는 쌈짓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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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업무추진비는 쌈짓돈?
  • 김재중
  • 승인 2016.03.2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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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탄’ 받는 행정과 ‘박수’ 받는 행정의 차이

이춘희 세종시장이 취임 후 3개월 동안 사용한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꼼꼼히 살펴본 결과, 실망스런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 시장은 유한식 전 시장이 6개월 동안 쓴 업무추진비 보다 많은 5023만원을 취임 후 3개월 만에 써 버렸다. 초선인 시장이 직원들과 얼굴도 익혀야 하고 다른 기관과 업무협의 할 일도 많으니 그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이해하려 해도 수긍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이웃 대전시장이 취임 후 다양한 시민단체 구성원과 만나는데 업무추진비 대부분을 할애했다면, 이 시장은 내부 직원들에게 밥을 사는데 많은 부분을 썼다. 횟수론 54번, 금액으로 1000만 원이 넘는 액수다. 시민의 눈으로 볼 때, 시장 업무추진비가 공무원들의 식비로 과도하게 사용되는 게 달가울 리 없다. 

이 시장은 언론계 인사들에게도 후하게 밥을 샀다. 3분기 안희정 충남지사가 기자들에게 딱 한번, 그것도 치킨을 돌리는데 18만원을 쓴 반면 이춘희 시장은 언론인들에게 10번에 걸쳐 430만원어치 밥을 샀다.

심지어 지방언론 사주 모임에 초청돼 100만 원짜리 밥을 사는 ‘스폰서’ 역할도 마다치 않았다. 행사 주최자가 아닌 초청자가 밥을 사는 경우는 사인(私人)끼리도 흔치 않은 일이다. 하물며 이런 일에 ‘시민의 혈세’인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면, 누가 쉽게 납득할 수 있겠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모습도 불친절했다. 이웃 대전·충남·북 광역단체장이 매월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공개하고 있는데 반해 이춘희 시장은 분기(3개월)에 한 번 공개하고 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어차피 공개해야 할 내역을 시간 끌어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의아스런 대목이다.

사실 본보가 세종시를 권역으로 하는 신문이기에 이춘희 시장에게 훨씬 더 강도 높은 평가기준을 들이댔을 뿐, 다른 자치단체장의 업무추진비 집행과 공개 관행도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다 말 할 수 있다. 공개 자료의 내용이란 게 ‘직원 격려, 유관기관 협의’와 같은 추상적인 내용 일색이어서 단체장이 어떤 목적으로 누구를 만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곤란하다. 그런 측면에서 업무추진비 집행대상을 공개하고 있는 세종시교육청 사례가 본받을 만하다.

지난 7월 2일, 이춘희 세종시장과 최교진 세종교육감, 이해찬 국회의원 등은 조치원읍 C일식집에서 만찬을 가졌다. 밥값은 세종시장과 세종교육감이 반분해 업무추진비로 지불했다. 그렇다면 세종시와 세종교육청은 이 내용을 시민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개했을까.

두 기관 모두 사용내역을 ‘유관기관 업무간담회’라고 추상적으로 공개했다. 다만 세종시가 집행대상을 밝히지 않은 반면 세종교육청은 ‘이해찬 국회의원, 세종시장 외’라고 표현했다. 세종교육청이 집행대상을 밝혔기 때문에 기자가 두 기관 공개 자료를 비교해 어떤 만남이 있었는지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불투명한 행정’을 ‘투명한 행정’으로 바꾸는 일이 엄청난 도전과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박수 받는 행정을 위해 대단한 결단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단체장이 ‘이런 관행은 문제가 없을까’라고 의심만 해도 행정은 반드시 진일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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