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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재산, 아이들이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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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재산, 아이들이 줄고 있다
  • 김기남 교수(대전대 식품영양학과)
  • 승인 2014.10.13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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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이야기 | 학구열과 저출산

저출산 원인 양육비, 그 중심에 사교육비 부담
교육열 통제 아닌 균등한 기회 제공 신경 써야
학원만큼 잘 가르치려면 교사 업무부담 줄여야


할머니의 보릿고개 이야기, 일제강점기 징용 가셨던 할아버지의 ‘옛날이야기’에 재밌어 했다. 유난히 ‘자’자로 끝나는 이름들이 많은 엄마나 이모들의 피난 이야기며 옥수수 빵, 칼국수, 미군부대 초콜릿 이야기를 듣곤 했다. 반공포스터를 그리고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소년의 이야기에 흥분하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우리 세대가 그랬다. 아빠는 바쁘셨고, 엄마는 육아를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교육열을 불태우셨다. 미제, 일제에 열광하던 시절을 지나 언제부터인가는 물건을 살 때 ‘국산’인지를 확인한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된장녀’라는 단어가 유행하더니 이젠 나조차 밥값만큼 하는 비싼 전문점 커피를 아무렇지 않게 마시고 엄청 멋진 외제차도 그저 부딪히면 견적 많이 나오는 차정도 이상으론 별 감흥이 없다.


생각해 보면 참 놀랍다. 불과 30년, 아니 어르신들 세대까지 길게 잡아 한 60년 정도 될까? 그 동안 만들어진 대한민국의 변화가 놀랍다. 한반도의 면적은 세계 육지 면적의 0.1%도 안 되는데 그 나마 반으로 쪼개져 있다. 게다가 산지가 3분의 2나 된다. 정작 살 수 있는 땅은 참말 작다. 그렇다고 어느 나라처럼 앞마당서 석유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하자원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이 와중에 국산 휴대폰이 미제 ‘아이폰’과 싸우고 있고, ‘간지’나던 일제 소니는 국내 매장에서 노트북을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조선 산업 경쟁력 1위, 정보통신 활용도 1위, 학업성취도·인적자원 2위, 경제 경쟁력 3위, 전자제품 생산 4위에 자동차 생산 5위다.


이 정도면 우리 아이들이 자부심을 가져도 되겠다. 아무것도 없는 전쟁 폐허에서 시작해 이 정도 남겨주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세대들. 덜 입고 덜 먹어도 아이들 학교에 보낸 대단한 교육열을 지니셨던 분들 덕에 문맹률, 대학진학률, 인터넷 보급률이 지표로 들어가는 선진국 순위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이름이 당당히 12등에 올라 있다. 순 부지런함과 열성, 그리고 악착같은 근성 하나로 어디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물려주셨다.


우리의 교육열은 과거제도를 통해 신분을 극복할 수 있었던 조선시대 때부터 유래됐을 정도로 뿌리가 깊다. 이제 먹고 살만하다고 교육열이 사그라지기는커녕, 이 만큼 생긴 여유를 모두 아이들의 교육에 쏟아 붓고 있다. 일찌감치 외국으로 보내 공부하는 아이도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외화 낭비에 많은 사회적 문제를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어쩌면 세계화의 밑거름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교육열이 오히려 역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저 내세울 거라곤 사람 밖에 없는 우리나라에서 점점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양육비 부담’이다. 양육비라고 해야 아이들이 먹으면 얼마나 먹겠으며, 따로 집을 내 줘야하는 것도 아닐 터. 초·중 의무교육에 무상급식, 비싼 대학 등록금을 벌써부터 걱정할 일도 아니다. 결국 사교육비다.


지난 20년간 국내 가구 소득은 4.1배 증가한데 비해 교육비 지출은 6배 증가했다고 하니 나머지는 모두 부채다. 그야말로 ‘할아버지의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남부럽지 않게’는 아니어도 ‘남들만큼’ 아이 공부시키기 위해선 처녀 총각 때처럼 우아하게 살기는 힘들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버둥거림만큼 잘 해주지 못한다. 허덕이는 언니들을 본 동생네 세대들이 이젠 아이를 낳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한다. 2023년에는 대학 입학 신입생도 줄어들 예정이어서 대학마다 고심이 크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주도해 온 고급인력도 줄어들 태세다. 열심히 공부시킨 덕에 아이들이 예전보다 훨씬 영어도 잘하고 똘똘해지긴 했지만, 절대적으로 숫자가 부족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지도 모른다.


아무도 사교육 시장의 끝을 모른다. 교육부도, 교육청도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규제하고 어떻게 해보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다. 얼마 전 자사고 폐지 논란 속에서 “공교육이 제대로 되면 사교육은 저절로 없어질 텐데, 학부모라고 뭐 하러 돈 들여 사교육 시키고 싶겠느냐”던 한 학부모의 말이 생각난다. 어쩌면 교육열에 열정을 불태우는 우리 엄마들을 통제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그런 엄마를 가지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똑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몇 안 되는 학령기 인구들 틈에서 소외되는 아이가 없도록 꼼꼼히 챙겨 ‘상향평준화’하는 건 어떨까. 왜 학교 선생님들은 학원 선생님처럼 아이들 챙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쁘고 일이 많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속 편하게 학교만 보내도 학원만큼 배울 수 있으면 좋겠고, ‘학력’ 보다는 ‘능력’이 대우받을 수 있도록 해 주면 좋겠다.


해서 우리 윗세대가 만들어 주신 우리 땅에서 누구나 부담 없이 우리 재산인 아이들을 많이 낳고 잘 길러 우리나라를 더 살기 좋고 행복한 나라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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