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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해지고 싶은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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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틱해지고 싶은 가을
  • 김지용 영화감독(중부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 승인 2016.05.25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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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쉐이크 | ‘어바웃 타임’



시간 넘나드는 판타지 속 가족 간의 사랑


문득 창문을 열어보면 아침부터 느껴지는 한기에 시나브로 가을을 느끼게 된다. 봄을 즐길 새도 없이 몰아쳤던 여름의 광풍이 이젠 서늘한 민심으로 뭔가 추수할 거리를 기다린다.


몇 년 전 가을, 영화제 참석차 런던에 한동안 머문 적이 있다. 이제는 관광 명소가 돼버린 영화 <노팅 힐>(1999년)의 집과 거리를 산책했다. 나름대로 감흥을 즐기는 동안 11월 런던의 분위기가 왠지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영국의 유명한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인 리차드 커티스는 이러한 영국의 로맨틱한 가을 분위기를 잘 살린 작가로 내 머릿속에 기억돼있다.


예산에 쫓겨 35일 만에 만들어진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1994년)은 ‘리차드 커티스’ 감독이 일기장을 뒤적이다 10년 동안 결혼식을 무려 72회나 다녀온 것에 착안해 스토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주말마다 누군가의 결혼식 들러리를 하던 한 남자가 정작 자신의 결혼식에서 운명적 사랑을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사랑을 이룬다는 이야기다. ‘운명적으로 맺어진 인연은 결국 맺어질 수밖에 없다’는 운명론적 배경을 깔고 있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저 유명한 미스터 빈의 작가이기도한 리차드 커티스는 작품마다 특유의 유머를 살리며 가을 같은 분위기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데 일가견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도화지에 사랑의 단어를 적어 넘기며 고백을 하는 장면으로 유명한 <러브 액츄얼리>(2003년), 노처녀 존슨의 고군분투 사랑이야기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 2004년)까지 리차드 커티스의 작품엔 유머와 사랑을 관통하는 또 다른 의미의 휴머니즘이 담겨져 있다.


그의 가장 최신작인 <어바웃 타임>(2013년)에서 감독이자 작가인 리처드 커티스는 가족 간의 사랑을 토대로 시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영화를 꽤 진지하고 담백한 느낌이 들 정도로 만들어 내며 화려하지 않지만 절제되고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팀(돔놀 글리슨)은 어린 시절 “여자 친구를 제일 먼저 만들 것”이라 단호히 말한다. ‘사랑’이 인생의 전부라 생각하는 그는 결국 자신이 지닌 특별한 능력으로 메리(레이첼 맥아담스)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팀이 시간 여행을 하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두운 장소에서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감은 채 돌아가고 싶은 장소와 시간을 머릿속에 떠올리면 끝이다. 21살이 되던 날, 아버지(빌 나이 )를 통해 알게 된 당혹스럽고 요긴한 가문의 비밀이다. 하지만 그들은 시간 여행의 능력을 악용하지는 않는다. 다만 주위 사람의 실패를 되돌리기 위해, 자신의 잘못을 만회하기 위해서만 과거로 돌아간다.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바보 같을 정도로 단순하고 소소한 사건에만 능력을 사용하지만, 이런 작은 일들이 모여 그의 삶이 바뀌게 된다.


이제 환갑의 나이에 든 그는 언론과의 한 인터뷰에서 <어버웃 타임> 속 자신과는 전혀 다른 두 사람을 통해 개인적인 삶과 세계관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특히 남자 주인공 팀 역을 맡은 배우 돔놀 글리슨은 <어버웃 타임>이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임과 동시에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인터뷰를 남겨 묘한 호기심을 증폭 시켰다.


언젠가부터 해마다 가을이 되면 로맨틱한 사랑 이야기나 센티한 기분에 빠져 망상에 빠지는 몽환적 기분에 헤매기보다 부산에서 열리는 부산 국제 영화제에 무슨 작품이 화제작이며, 가서 누구를 만나야지 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계산하며 고민하게 됐다. 때문에 올 가을엔 어쩌면 로맨틱 가득한 한국영화 한편을 찾아 극장 여기저기 기웃거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가을비다. 학교로 향해 달리는 고속도로에서 <어버웃 타임>의 OST ‘내가 얼마나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How Long Will I Love You)’를 들으며 순수했던 시절의 사랑을 떠올려 본다.


얼마나 오래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별들이 당신 머리위에 떠있는 한 가능한 더 오래.
얼마나 오래 내가 당신을 사랑할 수 있을까요.
계절이 지나 다시 돌아 올 필요가 있는 만큼.
                       - 영화 <어바웃 타임 OST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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