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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보여주는 평생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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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보여주는 평생의 가르침
  • 김기남(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승인 2014.08.20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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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이야기 | 엄마의 기도

좋아졌다는 군대서 왜 자꾸 불상사 생기는지 불안
자식 내놓기엔 너무 험한 세상, 스스로 지킬 수밖에
최면이든 세뇌든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알게 해야


어느 할머니께서 주말만 되면 아침에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저녁에는 성당에서 미사를 보시고, 또 주중에는 절에 가셔서 부처님께 기도를 드렸단다. 옆집 새댁이 하도 신기해서 할머니께 왜 그러셨는지 여쭈었더니, ‘죽을 때 누구 덕을 볼지 몰라 그런다’고 하시더란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울 아들 녀석 참 복도 많다. 뭔 일이라도 있는 날엔 할머니 할아버지는 절에 가셔서 부처님께 비시고, 외할머니 외할아버지는 성당에 가셔서 주님께 기도하시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신 고모는 하나님께 기도해 주신다. ‘누구 덕’을 떠나서 모든 분들의 정성과 사랑으로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듯하다.


이젠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 법한 일이 되긴 했지만, 옛날 우리 어머니들이 이른 새벽 장독대 앞에서 정안수 한 사발 떠 놓고 빌고 또 빌었던 그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을까 싶다. 그게 ‘전지전능하신 신’이건 ‘끝 발 있는 조상’이건 ‘나름 신경 써 주실 것 같은 돌아가신 할머니’건 바라는 건 오직 하나 ‘내 자식 잘 되게 해 주세요’였을 것이다.


오전에는 학원 상담 다니고, 오후에는 로드 매니저 역할을 하며 아이를 쥐 잡듯 잡는 엄마의 마음도, 아이가 잠든 후 퇴근해서 그저 자는 아이만 보며 안타까워하는 엄마의 마음도, 우울하고 심란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대놓고 짜증을 부리고 후회하는 엄마의 마음도, 시간 대신 용돈이라도 듬뿍 주어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이 그걸 알 리가 없다.


하지만, 이른 새벽 엄마들의 기도는 아이들에게 분명 감동의 메시지일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적 내 기억 속의 할머니는 늘 소박한 성모상 앞에서 몇 시간이고 묵주를 돌리며 기도하시는 옥색 치마저고리의 쪽진 뒷모습이다. 챙겨야 할 자식도 많고 손주들도 많아 그리 오래 앉아계셨나 싶기도 하다. 아마 그 중에서도 제일 오래 공을 들이셨던 건 3대 독자 내 동생이었음에 틀림없지만, 그래도 분명 할머니께서는 늘 나를 위해 기도하고 계셨을 것이다. 지금도 어렵고 힘든 일이 있으면 문득문득 어디선가 우리를 위해 기도하고 계실 것 같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링컨은 아홉 살 때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전에 자신을 위해 했던 기도를 평생 마음에 담고, 큰 어려움을 겪을 때 마다 떠올리며 힘을 얻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어머니의 기도가 나를 키웠다‘고 했다. 반기문 총장 역시 평생 매일같이 사찰을 찾아서 기도를 드리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가르침을 얻었다고 한다.


그 어떤 잔소리 보다 ‘곰도 사람이 된다는 100일 동안’의 기도나, 매일 새벽 평생을 하는 엄마의 기도는 참 무시무시할 것 같다. 어쩌면 아이들에겐 자신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엄마가 몹시도 ‘큰 부담’일 것이다. 평생을 따라다니는 몸으로 보여주는 큰 가르침임에 틀림없을 테니.


요즈음 주변의 많은 사건 사고들을 보면 우리의 ‘젊은 아이들’이 쉽지 않은 세상에서 힘겹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통통하니 귀엽기만 한 1학년 준영이한테 전화가 왔다. 군대는 내년에 가겠다더니 휴학하고 다음 학기에 입대하기로 했단다. 마냥 철부지 같은, 먹는 거 좋아하는 준영이가 군인이라니. 작년에 카투사 추첨에서 떨어지고 현역병으로 간 형섭이, 체구도 작고 얌전했던 그 아이는 잘 지내고 있을지. 나라를 위해 꼭 가야하는 군대인데, 도대체 군대는 어떤 곳인지. 요즘 많이 좋아졌다고 하던데 왜 자꾸 이런 사고들이 생기는 건지 마냥 불안하다. 피해자도, 가해자도 모두다 우리 아이들이어서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이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 존재인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고 있다면 나중에 후회할 일, 지금은 어려서 멋모르고 하는 끔찍한 일들을 할 수 있을까. 그럴 때면 한 번쯤 엄마의 기도를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애들은 내 놓고 키워야 한다는데 그러기엔 세상이 너무 험하다. 하도 품고만 있어 요즘 아이들은 책임감도, 자립심도 부족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모든 걸 스스로 하라고 하기엔 세상이 너무 바쁘게 돌아간다. 폭력과 왕따, 불량배와 성추행범들, 유괴범들, 사기꾼들, 컴퓨터 게임에 이상한 동영상들까지도 우리 아이들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호랑이 같은 발톱을 세우고 매의 눈길로 살핀다고 한들 허점투성이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조차 그저 엄마의 한심한 걱정과 간섭으로 보일 뿐, 아이들은 오히려 빈틈을 찾아 빠져나가려 한다. 아직은 밖으로 내 놓기에 너무 험한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줄 수밖에 없다. 엄마가 늘 너를 위해 빌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세뇌를 시키든 최면을 걸든 아이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걸 알게 해 주면 좋겠다. 이 세상이 조금만 더 따뜻해지면 좋겠다.


수능을 위한 100일 기도가 막 시작이 되었다. 이렇게 대학 입학을 위해 범종교적으로 전 국민이 기도하는 나라는 없지 않을까 싶다. 그간 수고한 아이들 모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남은 기간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선을 다 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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