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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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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교진이 자랑스럽다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4.08.1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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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사회 | 세종교육, 희망 있다!

아이들 고통 공감하고 용기 북돋우는 선생님
수능이 12년 인질 못 잡게 우리 같이 노력해야
희망, 바로 우리들이 몸소 걸어가며 만드는 것


“선생님이 교육감이 되시면 저희 숙소 좀 새롭게 고쳐 주세요. 꼬~옥요.”


“그래, 알았어. 교육감에 당선 되면 잊지 않고 해결해 줄게.”


요즘처럼 ‘공약(公約)’이 쉽사리 ‘공약(空約)’으로 돌변하는 시절, 이 약속을 지키는 분이 있다. 현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이다. 그는 지난 6·4지방선거 후보 시절에 조치원읍의 길을 가다가 우연히 검게 그을린 여학생들을 만났다. 조치원여고 테니스부 선수들이었다. 얘기를 듣던 최 선생님은 이들의 합숙소 시설이 너무 낡아 ‘귀신 나올 지경’이란 말을 들었다. 바로 거기로 달려갔다. 장난이 아니었다. 선수 9명과 코치 1명이 사는 합숙소는 방 두 칸, 거실 하나의 건물인데, 이미 20년이나 된 것이었다. 지역 군부대 공병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지어 기부한 것이라 설계도도 없었다. 바닥은 균열이 생겼고 건물도 약간 기울었다. 학교와 교육청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놈의 예산 때문에 ‘땜질’만 하던 차였다.


이런 환경 속에서도 여고 테니스 팀은 금년 출전한 5개 대회에서 모두 3위 이내 입상을 할 정도로 우수하다. 당시 최 후보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후보자 이전에 교육자로서 애잔한 마음을 느꼈던 것이다. 코앞의 ‘표 계산’만 하는 후보였다면 유권자도 아닌 여고생들에게 신경을 썼을 리가 없다.


최 후보는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관사를 ‘희생양’으로 바치기로 했다. 교육감 관사를 없애버리고 확보한 2억 7500만원에 교육청 예산 1억 1000만원을 보태어 그 학생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 정도면 최 교육감 말처럼 ‘자랑할 만한 일’이다. 사실, 우리 모두의 자랑이 아니고 무엇인가?


또 하나 ‘자랑거리’가 있다. 오는 8월 4일은 수능 100일 전이다. 그래서 세종시 아니 전국의 고 3들에게 바치는 시를 최 교육감이 직접 썼다. 제목은 ‘12년을 기다린 아이들에게’다.


“12년을 기다렸구나 / 하고 싶은 축구 참아가며 / 하고 싶은 얘기 참아가며 / 자고 싶고 쉬고 싶고 / 놀고 싶고 먹고 싶고/ 가고 싶고 날고 싶고 / 참고 참으며 〔…〕 / 장하다 / 이것 하나로도 박수 받을 일이다 / 그리고 이제 기다린 그 날이 백일 앞으로 다가왔다 〔…〕 / 얘들아 / 말이야 바른 말이지 / 이게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 / 여기가 인생의 막다른 골목 아니다 / 실패하면 끝나는 마지막 게임 아니다 / 다만 너희 인생길 첫 고비일 뿐 / 너희는 청춘이 〔…〕  지금 너희는 / 그 인생문 스스로 열고 무엇이든 할 수 있고 /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 / 창창한 청춘이다 〔…〕 / 앞날을 두고 미리 걱정할 필요 없다 / 내가 해온 만큼만 / 거기서 최선을 배워라 / 인생은 길다 / 절망하지 않는다면 / 신념 잃지 않는다면.”


그렇다. 우리는 이런 스승을 갈구해왔다. 아이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에 용기를 북돋우며, 혹시 아이들이 실수나 실패를 해도 ‘괜찮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고 말해줄 그런 어른이 필요했다. 세종시에 이런 교육감이 있는 것은 우리 모두의 축복이요 자랑이 아닌가?


앞으로 우리가 같이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수능이 아이들의 12년을 인질로 잡게 만들지 못하도록, 그리하여 검정고시처럼 일정 기준만 넘으면 모두 합격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공부를 즐기며 할 수 있고 선생님과 아이들의 인간적 관계도 회복된다. 그렇게 공부가 부담이 없어야 아이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과제가 하나 더 있다. 그 아이들이 이 사회에 나왔을 때, 시인이 되건 버스 기사가 되건, 농부가 되건, 빵을 굽건 사회적 시선이나 경제적 대우에서 차별이 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가 자부심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과제다. 나 홀로 오늘만 꿈꾸면 꿈으로 남지만, 모두 매일 꿈꾸면 현실이 된다. 우리의 최 교육감도 그런 꿈을 오래 꾼 결과 만들어낸 것 아니던가.


아이들을 끔찍이도 사랑하고 참교육을 위해 반평생을 길 위에서 다 보낸 최교진 교육감이 선거 이전에 펴낸 책이 하나 있다. 그것은 <사랑이 뛰노는 학교를 꿈꾸다>(작은숲, 2013)이다. 이 책에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최교진 선생님이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때로는 웃다가 때로는 울게 된다. 또 다시 들추어보기 위해 표시해놓은 곳만 해도 수십 군데다. 그런데 이 책 안엔 내 눈을 번쩍 뜨게 만든, 신동엽 시인의 ‘산문시1’이 인용되어 있다.


“스칸디나비아라던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 꽃리본 단 딸아이의 손 이끌고 백화점 거리 칫솔 사러 나오신단다. /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 기름 묻은 책 하이덱거, 럿셀, 헤밍웨이, 장자 / 휴가여행 떠나는 국무총리, 서울역 삼등대합실 매표구 앞을 / 뙤약볕 흡쓰며 줄지어 서 있을 때 / 그걸 본 서울역장 기쁘시겠오라는 인사 한마디 남길 뿐 / 평화스러이 자기 사무실문 열고 들어가더란다 〔…〕 /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 삼십 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더란다.”


아, 우리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국무총리가 서울역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대통령이 자전거에 막걸리병을 싣고 시인의 집으로 놀러 가던 시절이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야기다. 비록 신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을 막아내진 못했지만, 비록 민중의 힘을 곧추세워 세상을 갈아엎어버린 지도자로 서진 못했지만, 나는 인간 노무현을 사랑했다. 그 마음이 신동엽 시인을 거쳐 또, 최교진 선생님을 거쳐 마침내 내 가슴을 파고든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나 탄광 광부나 결국은 하는 일이 다를 뿐, 모두 같은 인간이란 점이다. 사회적 시선의 차별도 없고, 모두가 수수하며 겉멋에 물들지 않았다. 그렇다. 우리는 이런 세상을 원한다. 사회적 차별과 불평등이 줄어들고, ‘입시 지옥’도 없으며, 사람들이 ‘돈맛’에 병들지 않아 살아 있는 그 자체를 행복으로 여기는 그런 세상 말이다. 우리가 현재 살아야 하는 세상도 그런 것이며,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세상도 바로 그런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세상은 절대 저절로 오지는 않는다. 내가 원하고 너도 원하며, 우리 모두가 간절히 원해야 한다. 좋은 책을 잃고 제대로 된 공부를 해야 하며, 열린 대화와 토론을 나누면서 희망의 미래를 같이 그려내고 같이 꿈꾸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배기 공부다. 지금 학교에서 하는 입시 공부와는 전혀 다른 공부가 필요하다. 가정과 학교, 직장과 사회 전체가 그런 공부를 해야 한다. 그리고 바로 서야 한다. 돈이나 권력에 굴복하지 않고, 오로지 사람 그 자체로 다시 서야 한다. 자존감과 겸손함으로 바로 서는 사람들. 그런 아이들과 어른들이 희망이다. 갈 길은 멀지만, 이런 마음을 가진 교육감과 같이 걷기만 해도 행복하다. 희망, 그것은 바로 우리들이 몸소 걸어가며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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