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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에 깃든 질곡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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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에 깃든 질곡의 역사
  • 라제기 기자
  • 승인 2014.07.22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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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아프리카의 운명’
유럽 열강의 땅따먹기 식 영토 분할이 아프리카의 피비린내 나는 종족갈등을 야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들의 권력 독점이 내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휴머니스트
유럽 열강의 땅따먹기 식 영토 분할이 아프리카의 피비린내 나는 종족갈등을 야기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도자들의 권력 독점이 내전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휴머니스트

유럽 열강 땅따먹기 식 영토 분할

피비린내 나는 종족 갈등 원인 돼

독립 불구 권력 독점이 내전으로…

마틴 매러디스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5만 4000원
마틴 매러디스 지음 | 휴머니스트 펴냄 | 5만 4000원

아프리카가 떠올리게 하는 단어들이 있다. 가난과 기아, 에이즈, 종족 갈등이 선입견을 형성하거나 현실을 반영한다. 질곡의 역사를 거쳤고 여전히 질병과 억압적 정치 체제의 고통을 받는 아프리카의 현실은 신간 <아프리카의 운명>의 서두를 장식한 지도 두 장만으로 가늠할 수 있다. 1955년과 2005년의 지도는 50년 동안 아프리카 대륙이 얼마나 격변의 세월을 보냈는지 짐작하게 한다.

북로디지아와 남로디지아는 잠비아와 짐바브웨로 이름을 바꿨고 탕가니카는 탄자니아로 변했다.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는 차드와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 가봉 네 나라로 쪼개졌다. 프랑스령 서아프리카는 모리타니와 말리, 니제르, 세네갈, 기니,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 토고, 베냉으로 분할됐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잦은 국호의 변동과 국경선의 이동은 이곳에 뿌리내린 민초들의 고단한 삶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의 운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의 지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겪은 갖은 부침을 깊이 들여다본다. 방대한 아프리카 땅덩어리 곳곳에 새겨진 역사들을 일별할 수 있다.

현대 아프리카의 비극적 운명은 19세기말 유럽 열강들의 영토 쟁탈전으로 잉태됐다. 유럽의 정치가들은 베를린이나 파리, 런던 등 유럽 여러 도시에서 만나 자신들의 이권을 조정했고 경계를 정했다. 아프리카인의 의사는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다. 탁자 위 지도를 놓고 땅따먹기 식으로 정해진 영토는 현실적인 공동체와는 무관했다. 바콩고족은 프랑스령 콩고와 벨기에령 콩고, 포르투갈령 앙골라 세 정치체제로 이산됐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정체성을 공유한 적 없던 250개 민족이 어느 날 갑자기 한 영토 안에 들어갔다. "나이지리아의 통일은 영국의 발명품일 뿐"(아부바카르 타파와 발레와 나이지리아 초대 총리)이라는 냉소적 평가가 나온 이유다. 아프리카의 억지스러운 분할과 통합은 종족과 지역의 피비린내 나는 갈등의 씨앗이 됐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어둠의 대륙에도 햇살이 비췄다. 빼어난 정치인들이 등장해 대륙의 무지렁이들에게 희망가를 부르게 했다. 식민지를 탈피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곳곳에서 성과를 봤다. 골드코스트(가나)가 선두에 섰다. 영국이 극단적인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은 크와메 은크루마가 선거를 통해 집권을 하면서 아프리카의 새 날을 열었다.

나일강변에서도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34세의 압델 나세르 대령이 1952년 쿠데타로 이집트 군주제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 나세르는 56년 영국 정부 등이 대주주로 있던 수에즈운하회사의 국영화를 선언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아프리카와 아랍 세계를 침탈했던 서구 제국주의를 향한 반격의 선언이었다. 세네갈의 상고르, 코트디부아르의 우푸에부아니, 케냐의 케냐타 등도 각각 독립을 주도하며 아프리카에 감격시대를 펼쳤다.

오욕의 시대는 곧 찾아왔다. 지도자들은 권력 독점에 빠졌다. 독재는 개인숭배로 이어졌고 부정 축재가 따랐다.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는 자신을 신격화했다가 내전을 불렀고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장베델 보카사는 황제로 즉위했다가 쫓겨났다. 정치의 불안정은 종족 갈등을 부추겼고 100일 동안 80만 명이 학살당한 르완다 내전처럼 곳곳에서 충돌이 이어졌다.

1024쪽에 아프리카의 과거와 현실을 꼼꼼히 채웠다. 아프리카의 고통이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그리고 아프리카가 어디로 향할지 추정한다. 저자는 영국 주간지 <옵저버>와 <선데이 타임스> 등의 특파원으로 1964년부터 15년 동안 아프리카에 머물며 아프리카를 파고들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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