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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부터 다스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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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부터 다스려야
  • 김유혁(단국대 종신명예교수)
  • 승인 2014.08.06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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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이야기 | 치야자심야 안야자심야(治也者心也, 安也者心也)

선장 직업관 부재, 국민적 치부 노출

당위성 의무 해태한 결과가 빚은 재앙

‘죽음 알리지 말라’ 충무공 정신 훼손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까지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고 끝까지 분전하라’고 독려했다. 세월호 선장은 기울어져가는 배의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못했다. 이런 직업관의 부재는 세월호 선장뿐 아니라 국민적 치부를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순신 장군은 마지막까지 ‘내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고 끝까지 분전하라’고 독려했다. 세월호 선장은 기울어져가는 배의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기 못했다. 이런 직업관의 부재는 세월호 선장뿐 아니라 국민적 치부를 노출한 것이나 다름없다.

김유혁
김유혁

‘치야자(治也者)도 심야(心也)요, 안야자(安也者)도 심야(心也)라.’ 이 말은 옛 사람들의 정치논담에서 거의 예외 없이 자주 인용되는 말이다. 즉, 다스려야 할 것도 사람의 마음이오, 안정을 잃지 말아야할 것도 사람의 마음이라는 뜻이다. 사람의 마음을 다스려야 나라를 다스리고 사람의 마음이 안정을 잃지 말아야 나라가 평안해지기 때문이다(心治是國治也, 心安是國安也).

우리는 지금 세월호 침몰로 인해 국민적인 비통함을 이기지 못하고 있으며, 사고발생지 및 사망한 학생들의 모교 소재지를 재해특별지역으로 선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고는 한낱 여객선 침몰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사회 있는 곳에 범죄 있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의 진모는 최소한 다스려져 있어야할 사람의 마음이 불치상태(不治狀態)에 방치되어 있었다는 데 있다. 자기 직업관에 대한 최소한의 가치관마저 확립돼 있지 않은 국민적 치부(恥部)의 노출이었다.

선장과 승선 전문인이란 사람들이 아들 손자와 같은 어린 학생들을 침몰하는 여객선 안에 남겨두고 자신들만 비상구로 탈출한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큰 죄다.

군함의 함장을 제독이라 한다. 제독은 함정이라는 공간에서 절대적인 권한을 지니고 있지만 동시에 무한의 책임을 지닌다. 비록 한 나라의 군통수권을 지닌 분이라 해도, 그 분이 설령 국방장관이라 해도 함장의 자리에는 앉을 수 없다. 선장의 위상(位相)은 그만큼 엄청난 권위의 상징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번에 세월호가 운행하던 해로(海路)는 이미 이순신(李舜臣) 장군께서 골고루 누비면서 천시 지리 인화(天時 地利 人和)의 원리를 체득한 곳이다. 장군께서는 그 원리를 바다가 수시변전(隨時變轉)하는 상황에 적용하여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열세이면서도 23전 23승이라는 대해첩(大海捷)을 이루었다.

장군께서는 전사의 운명(殞命) 직전에 해전을 승리로 장식하기 위해 측근의 부하장졸에게 이르기를 ‘전쟁은 바야흐로 다급해져가고 있다. 내가 죽어간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고 끝까지 분전하라’ 독전하였다. 그 결과는 임진왜란의 종지부를 찍는 쾌거로 이어졌다. 왜 세월호에서는 기울어져가는 배의 상태를 알고 있으면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 번의 시도도 하지 안했던가?

바로 그 점이 우리 해전역사의 밝은 면을 어둠속으로 몰고 간 죄악이다. 선열들의 혼기(魂氣)를 말살하는 우행(愚行)이다. 세계인들 앞에 얼굴 들기가 부끄럽다.

선장은 세월호를 버리고 홀로 줄행랑을 놓았다하니 해신(海神)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 세월호의 소속사는 신라시대 청해진을 개척했던 장보고 장군의 활동무대 명칭을 그대로 따다 쓰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장보고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는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고 있다. 장보고에게는 사랑하는 아우 같은 정년(鄭年)이 있었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바다 밑을 헤엄쳐 50리를 간다고 되어 있다(能沒海底 行五十里不). 장보고에 의한 해상권 제패는 그런 능력을 지닌 인물들과 협동 노력한 결과로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세월호 관련자들의 내면상은 겉으로 표방하고 있는 바와는 달리 명실상부한 복마전(伏魔殿)일 뿐이었다.

거적으로 가려진 비리와 부패부정의 온상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그 몸통이 들어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단면이라니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다스려져야 할 마음이 다스려지지 아니하고 안정기조(安定基調)를 굳건히 지녀야 나라가 평안하다는 말은 정치지도자에게만 요구되는 덕목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할 마음의 자세다.

우리가 살아가는 종합사회, 즉 나라라는 것은 마치 시계의 내부와 같이 크고 작은 치차(齒車)가 서로 연결되어 동력(動力)을 전달하는 것처럼 체계화되어있다. 우리는 그것을 질서라고 한다. 반드시 지켜야 할 질서가 무너지면 시계가 시간이라는 가치를 생산할 수 없듯이 사회는 스스로 바로 서서 나갈 수 없다.

세월호 침몰사고는 반드시 지켜야할 당위성의 의무를 해태한 결과로 빚어진 재앙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한 사람이 지니는 아음의 상태가 어떤 유형으로 존재하고 있었느냐하는 것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후회막급(後悔莫及)이지만 ‘치야자 심야 안야자 심야(治也者心也, 安也者心也)’라는 그 한마디가 던져주는 의미를 다시금 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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