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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모두의 마음을 녹이다
  • 권대익 기자
  • 승인 2014.04.25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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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토니 블레어의 여정’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왼쪽)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2004년 11월 12일 백악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Wikipedia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왼쪽)와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2004년 11월 12일 백악관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Wikipedia

"정치에서 성공하려면 대중의 정서를 ‘느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감성지능이며, 여기에서 직관이 생겨난다. 나는 대체로 대중의 정서를 잘 감지하며, 대부분의 안건에서 대중의 생각을 이해한다."(476쪽)

토니 블레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4만5000원
토니 블레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 4만5000원

<토니 블레어의 여정>(원제 A Journey)을 읽다 보면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진보와 보수 모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았는지를 알 수 있다. 책은 1997년 5월 총선에서 압승, 44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가 돼 2007년까지 10년 간 재임한 블레어의 정치 회고록이다. 3년 간 공들여 쓴 회고록은 화려한 정치업적뿐 아니라 이라크 침공에 대한 입장, 정치인에 대한 가감 없는 평가 등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블레어는 1994년 41세에 영국 노동당 역사상 최연소 당수에 오른 뒤 ‘생산, 분배, 교환수단의 공동 소유(국유화)’를 규정한 당헌의 핵심 조항을 파기했다. 대신 분배와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추구하는 ‘신노동당 정책’을 밀어붙였다. 그의 철학은 "경제 발전 없이는 어떤 이데올로기도 무력하다"는 ‘제3의 길’로 요약된다. 이를 통해 ‘늙은’ 영국 이미지를 바꾸고 국가 경제에 새 바람을 불어 넣으려 했다. 데이비드 캐머론 영국 총리, 에드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대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등 블레어의 후계자들이 나타났고 김대중 정부의 생산적 복지, 노무현 정부의 경제와 복지의 동반 성장,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등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물론 그림자도 있다. 블레어가 시장과 기업의 힘을 지나치게 키워 권력과 재산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그의 가장 큰 멍에는 이라크 파병이다. 이라크에 대량 살상 무기가 있다고 추측한 근거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도와 영국군을 대거 파병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거리였다. 그는 이 일로 ‘부시의 하수인’이라는 조롱과 ‘블레어 집권 10년이 이라크 파병으로 빛을 바랬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직도 ‘전쟁 참전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시달린다는 블레어는 이라크 유혈사태가 장기간 지속될지 몰랐으며, 전쟁으로 숨진 군인과 민간인을 생각하며 좌절했다고 고백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라크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없었으므로 후세인을 제거한 전쟁은 정당했다"고 주장한다.

회고록은 블레어가 만난 지도자에 대한 평가로 넘쳐난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커뮤니케이션에 대단히 뛰어나며 자신과 정치적으로 잘 통하는 사람", 부시 전 대통령은 "‘우연히 대통령이 된 바보’라는 평가와 달리 대단히 영리한 리더"라고 했다. 반면 자신을 배신하고 총리가 된 고든 브라운은 "신노동당 노선을 따르지 않아 보수당에 패배했으며, 정치적 감각이 부족하고 감성적 지능은 제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치권력의 본질과 행사에 대한 성찰도 담고 있다. "총리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거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거나, 술집에 들러 편안히 농담을 즐기며 맥주 한 잔 마시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하지도 않고, 영위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서는 총리도 보통사람처럼 생활하는 척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최악을 비판을 초래한다."(453쪽)

1000쪽이 넘는 장편 회고록이지만 ‘역사상 가장 솔직한 정치 회고록’이라는 평가답게 블레어의 솔직한 심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어 읽기에 지루하지는 않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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