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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샅이 폭로된 국가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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샅샅이 폭로된 국가의 ‘민낯’
  • 장수찬(교수, 목원대 행정학과)
  • 승인 2014.04.29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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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이야기 | 세월호 침몰과 정치적 학습

사악한 자본의 이윤행위 감시·규제 실패

사고수습 미숙·퇴직관료 해운산업 장악 등

정직·용기·책임과 거리 먼 국가시스템 실망

장수찬 교수
장수찬 교수

세월호 사건을 통해 우리 국가 시스템이 맨얼굴을 드러냈다. 전쟁이나 재난과 같은 위기를 통해서 시스템의 문제가 공중에게 극적으로 폭로된다. 대중의 관심이 광폭으로 일어날수록 미디어는 통제와 관습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정직하게 대중에게 다가선다. 미디어가 정직해지면 시스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안방까지 제대로 전달된다. 그래서 세월호는 우리들의 안방을 한국사회를 투명하게 관찰할 수 있는 어항으로 만들어 주었다. 세월호라는 투명한 어항을 통해서 우리는 몇 가지 주요한 정치적 학습을 했다.

우선 세월호 사건은 사악한 자본(資本)의 이윤행위를 드러냈다. 청해진 해운의 실소유주인 자본가는 수십억 원대의 국내외 부동산을 소유하면서도,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여객실을 임의적으로 증축하고, 배의 속도를 내기 위해 균형수를 줄이고, 수준 낮은 선장과 선원들을 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임금을 최소화하고, 그리고 낡은 선박을 폐기하지 않았다. 국가는 이러한 자본의 극단적 이윤행위를 감시하고 규제하는데 실패했다.

국가의 맨얼굴도 샅샅이 폭로되었다. 극단적 정부부처 이기주의와 할거주의, 부처 이기주의로 인한 비효율적이고 미숙한 사고수습, 해양수산부 퇴직관료의 해운산업 상층부 독식체제, 체계적인 정보통제와 배급의 실패, 나눠 먹기식 해운관제통제 시스템 등등 이다. 자연적 재앙, 재난, 전쟁, 그리고 사회적 비극은 인간들로 하여금 커뮤니티와 국가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개인들은 홀로 살아 갈수 없으며 거대한 재앙 앞에 무력하다는 경험을 공유한다. 따라서 국가가 정직하고 책임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가-개인의 신뢰는 확장되고 정치적 공동체는 강화된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일본 정부가 보여 준 것처럼, 정부가 정보은폐, 불필요한 정보통제, 방사능 누출에 대한 미온적이고 미숙한 사태 수습 등으로 일관하면 국가에 대한 불신은 확대되고 정치적 공동체는 후퇴한다.

2001년 9월 11일 테러리스트들이 뉴욕 세계무역센터(World Trade Center)를 공격했을 때, 뉴욕시와 연방정부는 수준 높은 리더십을 보여줬다. 풍부한 현장경험을 가진 뉴욕소방방재청이 통제지휘부가 되어 일관되고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해 나갔다. 뉴욕커들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는 확대되었으며 기꺼이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지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은 2시간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며 헌혈에 동참했다. 미국 갤럽조사에 따르면, 9·11 사태 이후 미국인들은 커뮤니티와 국가의 중요성을 깨닫고 새로이 사회적 개입을 확대하여 나갔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재난과 전쟁을 통해서 인간은 성숙되고 커뮤니티를 발전시킨다. 국가는 재난과 전쟁의 와중에서 국민들을 국가의 깃발아래 단결시키고 정치적 공동체를 강화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를 갖는다. 세월호 사건에는 정직하고 용기 있고 책임지는 국가를 찾기가 어렵다.

근대복지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안전개념이 확대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통해 이제 국가가 개인의 안전을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복지영역이 확대되고 있듯이 한국도 ‘개인들이 안전하게 생활하고 여행할 수 있는 권한’을 최소한 OECD 수준으로 확대해야 한다.

SGI(Sustainable Governance Indicator)가 2014년 발표한 한국의 안전생활지수(safe living)는 7.3으로 낮은 편이다. 예를 들면, 여객선이 영세 자본에 의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의 해양교통안전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해양대중교통을 국가가 직접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의 경우에서 드러났듯이, 절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교통수단인 여객선이 높은 수준의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근대복지국가의 임무를 방기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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