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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최고의 처방약은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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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병’ 최고의 처방약은 ‘존중’
  • 김기남(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승인 2014.07.2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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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터이야기 | 신인류의 선생님

몸은 어른인데 어른대접 안 해줘 문제

‘존중’해 주되 교권 엄정하게 확립해야

김기남
김기남

‘호모중딩쿠스’ 기존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들의 행동방식이나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인류로서,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를 같은 종족끼리 잘 구사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요즘 중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 중에서 최고는 중학교 2학년생으로 이들의 ‘안하무인 좌충우돌’을 가리켜 ‘중2병’이라 부른다고 하고, 심지어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이유도 모두 중학생들이 무서워서란다.

사춘기. 욕이 안 섞이면 말이 안 된다. 날씨도 그냥 좋은 게 아니다. ‘드럽게’ 좋고, 맨날 ‘쩐다 쩐다’하는데 뭔 말 인고 했더니 대단하다고 감탄하는 거란다. 한 학자는 사춘기의 뇌는 ‘공사 중’이라고 말한다. 판단력이 흐려질 수밖에 없는 시기이고,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가 걷잡을 수 없는 행동과 잦은 감정변화를 일으킨다는 의미이다.

몸은 어른인데 어른대접을 안 해줘서 생기는 게 사춘기의 문제라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요즘 우리 사춘기 아이들 정도일 것이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조금 더 존중했더라면 극단적인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진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몸은 어른인데 어른대접을 안 해줘서 생기는 게 사춘기의 문제라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요즘 우리 사춘기 아이들 정도일 것이다. 비록 허구의 이야기지만 부모가 아이들을 조금 더 존중했더라면 극단적인 선택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사진은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한 장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 집 하나 있는 아들은 영원한 ‘갑’님이다. 아직은 먹이사슬 아래쪽 중 1이라 그런지 몰라도 잔소리 좀 들을라치면 뾰로통해지기 일쑤다. 퉁퉁 불어 밥 먹는 내내 말 한 마디 않고 지 밥 다 먹더니 ‘잘 먹었습니다’ 한 마디 남기고 일어서버린다. 이 정도의 몇 가지 징후 이외엔 다른 특별한 증세들은 보이지 않고 있지만 어느 날 느닷없이 문 잠그고 들어가서 "아, 내가 알아서 한다고~"하면 걱정부터 앞선다.

이쯤 되니 내가 상대하고 있는 아이들이 중학생이 아니라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한 편으로는 중학교 선생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생각도 든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4년 동안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침해가 5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학생에 의한 교권 침해 중 61.1%가 폭언과 욕설이었고, 수업진행 방해가 21.6%였다. 심지어 학생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보고한 교사도 4배 이상 증가했다. 갈수록 학생과 학부모가 소비자가 되어가는 현실에서 ‘스승의 길’은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

배움터의 교권침해 사건들. 방뇨와 흡연하는 아이들을 훈계하다 폭행당해 입원했다는 선생님.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교권이라는 걸 제대로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부끄러워 어디다 하소연 하지도 못하는 선생님. 그저 ‘못 본 척’이 제일 속 편하다는 선생님들께 격려와 위로를 보내고 싶다.

학부모 총회 때 아이 담임선생님 말씀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저는 소리를 지르거나, 야단을 치거나 다른 사람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를 잘 못하는 성격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첫 날 ‘여러분들을 존중해주고 이해해 주고 싶다. 그런데도 문제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이 교사라는 힘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하지 않도록 해 달라. 또 제가 하듯이 여러분 자신과 학급 친구들을 존중해 주었으면 한다." 첫 날 "담임선생님 너무 좋으시다" "짱 멋지시다"고 기분 좋아 하던 아들의 말이 ‘백퍼’ 공감되는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자그마하고 여리여리한, 학부모 연배 보다 상당히 아래로 보이는 선생님이 한 없이 커 보였다. 아직까지는 아들네 반이 ‘제일 분위기 좋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고 한다. 조용한 카리스마. 역시 이게 바로 그 학교 최고의 인기 선생님의 비결이었나 보다. 다음 날 학교에 와서 수업시간에 바로 써먹었다.

존중의 사전적 의미는 ‘높이어 귀중하게 대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예문으로 인권존중, 인간존중, 개성 존중을 들고 있다. 존중의 반대말은 ‘무시’ 정도가 될까. 법륜스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생각난다. 요즘 사춘기 아이들의 문제는 몸은 어른이 되었는데, 어른대접을 해 주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고 했다. 옛날이면 시집 장가가서 막걸리도 같이 마시며 어른처럼 일했을 나이의 아이들이다. 어른 흉내도 내고 싶고 무엇인가 나름대로 시도도 해 보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을, 어른들은 어린애 취급을 하며 엉뚱한 생각을 한다고 ‘무시’를 하니 아이들이 엇나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긴 사랑 때문에 죽겠다 난리치며 부모 속 꽤나 썩였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나이도 그 쯤 되었을 테지. 그 아이들의 마음을 좀 더 존중해 주었더라면, 고민하는 척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금쪽같은 아이들이 그렇게 충동적인 행동을 하진 않았을 텐데 허구의 이야기라지만 남의 일 같지 않아 안타깝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큰다고 한다. 어쩌면 아이들이 엄마 앞에서 ‘슈퍼 갑질’을 하는 것도 다 믿는 구석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 죽으라고 품어보자. 이 시간에도 우리아이, ‘존중’이라는 어마어마한 키워드로 아이들을 껴안으신 담임선생님의 넓은 품속에서 마음껏 설치며 무럭무럭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하다. 이 세상 모든 엄마를 대신해, 신인류를 이끌고 정진하시는 이 세상 모든 선생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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