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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뒷전인 ‘엄친아’교육, 돌아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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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은 뒷전인 ‘엄친아’교육, 돌아봐야
  • 맹수석(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승인 2014.04.2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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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석의 시사산책 | 선악 가치 판단 흐려진 사회

하루 멀다하고 터지는 반인륜 사건 충격
조선, 윤리·도덕·역사 통합 인간학 가르쳐
가정·학교·사회 삼위일체 된 도덕교육 절실

맹수석
맹수석

요즘 우리 국민들은 마음 편하게 뉴스를 보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반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사건들 때문이다. 계모가 전처의 자식을 학대하여 사망에까지 이르게 한 사건에 이어, 친아버지가 2살 난 아이를 죽이고 시신을 버리기까지 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며칠 사이에 학교폭력으로 같은 학교의 고교생이 두 명이나 희생당하는 서글픈 사건이 일어났다.

자고 나면 이제 또 어떤 사건이 터져 충격을 주고 가슴을 먹먹하게 할지 두렵다.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인성마저 의심케 하는 사건들을 접하면서 전 사회적으로 선악의 가치판단조차 흐려진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고, 우리의 도덕교육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도덕교육의 핵심은 무엇인가? 넓게는 바람직한 생활태도를 교육하는 것을 의미하고, 좁게는 선악 또는 정사(正邪)에 대한 올바른 가치판단을 갖게 하여 그 판단에 의해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을 뜻한다.

우리 선조들은 자식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정체성 확립을 위한 기준과 요건을 체화시키기 위하여 무엇보다 도덕교육을 중시하였다. 오륜(五倫)과 역사(歷史)로 구성된 <동몽선습(童蒙先習)>은 영조의 어제문(御題文)을 비롯하여 송시열의 발문(跋文) 등이 붙여질 정도로 조선시대 아동교육의 필수 교재였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윤리·도덕과 역사를 통합하는 인간학을 가르쳤던 것이다.

원불교의 경산(耕山) 종법사는 최근 한 언론의 인터뷰에서 말한다. "세상은 옳은 데로만 가지 않는다. 그른 데로만 가지도 않는다. 이치대로 간다. 세상은 우리가 지은대로 간다." 그렇다! 작금의 현실은 우리 모두가 지은대로 가는 것이다.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에게는 현대산업사회가 안고 있는 ‘물질적 가치관의 우세’라는 부정적 현상에 덧붙여, 도덕적 가치관에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었다. 일제에 의한 식민통치를 겪으며 우리의 전통적 의식과 도덕관념은 일거에 무너져 버렸다. 6·25 직후에는 생존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그 후 서구문화의 급격한 유입과 1970년 이후 개발연대의 산업화과정에서 야기된 가치기준의 혼란과 소외감,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남북분단의 상황아래에서 우리는 종래의 도덕기준을 유지할 수 있는 안정감과 균형감각을 잃어 버렸다. 전인적(全人的) 인격 형성을 위한 도덕교육 보다는 오로지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근성과 지식의 전수만이 강조되었다. 그러나 더 이상 교육이 ‘참된 삶’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성공’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사람의 일상적 행동양식과 가치관의 기본적인 부분은 가정생활을 토대로 형성된다. 즉, 인성과 도덕관념의 기반은 먼저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학교와 사회를 통한 도덕 교육은 가정에서 받은 영향과 토대 위에 축적되는 것이다. 따라서 도덕교육이란 가정·학교·사회가 삼위일체가 되어 노력해야 할 과제이다.

첫째, 청소년의 도덕성 형성에 있어 중심과 토대가 되는 것은 가정이므로, 가정에서는 경쟁 보다는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른바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 인성은 뒷전으로 하고 오로지 1등만을 차지해야하는 ‘속물 인재’인 ‘엄친아’는 결코 진정한 의미의 인재가 아니다. 내 자식이 ‘엄친아’가 되기를 바라는 부모들의 의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도덕적 가치관은 의식의 축적이 적고 습관이 굳어지지 않은 어릴 때에 대부분 형성되는 것이다.

둘째, 공교육(公敎育)에서 도덕교육의 중요성과 가치를 높여야 한다. 우리는 현재 초등학교부터 중·고교에 이르기까지 교과과정의 바른생활과 도덕을 통하여 사회인으로서의 마음가짐과, 국민으로서의 애국심·준법정신, 가정인으로서의 효(孝)와 화애(和愛)의 기본정신 등을 교육하고 있다. 그러나 그와 같은 도덕교육이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보아야 한다. ‘올바른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 모토가 되어야 한다.

셋째, 사회에서는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영향과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어야 한다. 현재의 상업적이고 말초적인 매스컴의 기류는 도덕적 가치관의 정립에 많은 해를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반윤리적이고 비도덕적인 충격적 사건을 기다렸다는 듯이 선정적으로 대서특필하여 대중의 증오심만 불러일으킬 것이 아니라, 사회적 병리 현상이 일어난 배경까지도 심층 분석하여 대안을 모색하고 사회여론을 조정하며 선도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현실에 기반을 두면서도 역사와 전통을 면면히 계승한 우리만의 고유한 도덕적 가치관을 정립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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