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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과 세계 예술계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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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과 세계 예술계 양분
  • 문옥배(음악평론가, 당진문예의전당 관장)
  • 승인 2014.03.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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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배의 문화읽기 | 현대예술계 지형도 바꾼 세계대전

자유추구 위한 예술가들의 망명 덕분
나치정권 유태인 음악인도 도미 러시
‘유럽 콤플렉스’ 벗어나는 계기 마련

1차 세계대전(World War)은 1914년에 발발하여 1918년 11월 독일의 항복으로 끝난 전쟁이다. 이 전쟁은 패배한 동맹국, 즉 독일, 러시아, 오스트리아, 헝가리·터키 4대 제국의 몰락을 가져왔다. 1차 대전 이후 유럽의 불안은 여전했고, 결국 20년 후 다시 독일 주축이 된 제국주의동맹국에 의해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제1·2차 세계대전 중간에 러시아는 볼셰비키혁명에 의해 제국이 해체되고 사회주의국가가 되었다. 1·2차 세계대전은 세계사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문화예술 역시 그 변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가장 큰 변화는 세계예술계의 지형도 변화다. 바로 서유럽과 러시아 중심의 세계예술계에 미국이 이들과 동등한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등장한 것이다. 미국은 하나의 나라임에도 여러 나라의 연합체인 유럽과 세계예술계를 양분하는 결과를 낳았다. 세계대전의 무엇이 미국을 세계예술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나라로 떠오르게 만들었을까?

요인은 예술의 자유추구와 이것의 실현을 위한 예술가들의 미국 망명이었다. 2차 대전 이전의 세계예술계의 중심은 서유럽과 러시아였다. 그런데 유럽에서 1차 대전이 발발하였다. 죽음과 폐허만이 남는 전쟁은 예술가들을 견디기 어려운 상황으로 내몰았다. 그들은 본질적으로 무한한 자유를 추구하지 않던가. 군인으로 참전한 예술가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펼칠 곳을 찾았고, 미국은 그 실현이 가능한 땅이었다. 미국은 제1·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였으나, 전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안전하였으며,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다. 따라서 미국은 예술가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망명지였다.

볼셰비키혁명 또한 많은 예술가들로 하여금 러시아를 떠나게 만들었다. 혁명이 발발하자 러시아를 떠나 서유럽으로 이주하였고, 다시 불안한 유럽에서 미국으로 망망한 것이다. 독일에서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자 유태인 음악인들은 더 이상 공식적인 연주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고, 빈에서는 1938년까지만 활동이 허가되었다. 1930년대부터 음악계에서 반유태주의가 노골화되자 유태계 음악인들은 미국으로 망명한 것이다.

음악의 경우, 러시아혁명과 세계대전으로 러시아와 서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 또는 망명한 세계적인 음악가로는 작곡가인 쇤베르크(A.Schonberg), 스트라빈스키(I.Stravinsky)와 라흐마니노프(S.Rachmaninoff), 바이올리니스트 하이페츠(J.Heifetz), 엘만(M.Elman), 베를린 필하모닉의 악장이었던 스피바코프스키(T.Spivakovsky)와 골드베르그(S.Goldberg), NBC교향악단 악장을 지낸 김펠(B.Gimpel), 베를린필하모닉의 수석첼리스트였던 피아티고르스키(G.Piatigorsky), 피아니스트 루빈스타인(A.Rubinstein), 바이올리니스트 시게티(J.Szigeti), 셰링(H.Szeryng) 등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세계적인 음악가들의 집합소가 되었다. 러시아와 서유럽에서 활동했던, 지금은 전설이 된 20세기의 음악가들이 미국에 다 모인 것이다. 이들로 인하여 미국의 음악시장은 거대하게 성장하였고, 교향악단은 이들이 지휘자와 악장으로 활동하면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대학에서 교수로 활동하면서 다음세대를 이끌 미국 출신의 연주자들을 배출시켰다.

유럽의 문화적 전통에 대해 콤플렉스가 있었던 미국은 유럽에서 망명한 음악가들을 통하여 미국문화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하였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유럽과 세계 음악시장을 양분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말이다. 결국 오늘날의 세계음악계에서의 미국의 탄생은 바로 제1·2차 세계대전과 러시아혁명, 나치즘 등의 세계사적 변화의 영향인 것이다.

러시아혁명과 세계대전으로 러시아와 서유럽에서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 또는 망명한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미국을 세계적인 문화대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러시아혁명과 세계대전으로 러시아와 서유럽에서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이주 또는 망명한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미국을 세계적인 문화대국으로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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