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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 클래식으로 만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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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 클래식으로 만끽
  • 한동운(음악칼럼니스트)
  • 승인 2014.03.10 0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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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노트 | 봄의 예찬

봄이다! 슈만(Robert Schumann 1810~1856), Symphony No. 1 in B-flat major Op. 38 ‘봄’(Spring) I. Andante un poco maestoso-Allegro molto vivace.

한 젊은이가 자연을 벗 삼아 아침 들판을 거닐고 있다. 그 젊은이는 어딘가 우울해 보인다. 사랑을 이루지 못해 상심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은 아름답기만 하다. 새들은 이렇게 노래한다. "안녕하세요? 아름다운 아침이죠? 아름다운 세상 아니에요? 짹, 짹, 아름답고 빛나지요!" 그리고 "들에 핀 초롱꽃도 내게 다정히 인사한다." 그래서 그는 더욱 절망한다. "이제 나의 행복은 다시 돌아올까? 아니! 아니! 내게는, 다시 행복이 꽃피지 않으리라!"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방황하는 젊은이의 노래>(Lieder eines fahrenden Gesellen) II. ‘아침의 들판을 거닐면’(Ging heut morgen ubers Feld).

젊은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즐겁게 종달새는 목청껏 노래한다.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 String Quartet Op.64, No.5, ‘종달새’(The Lark) Hob. Ⅲ:63 I. Allegro moderato.

실연의 상처가 컸던 그는 급기야 그녀의 환영을 보고 말을 한다. "밤새 안녕, 아름다운 아가씨여?" 그러나 외면하는 그녀의 모습에 "사랑은 마음속에서 괴로움과 슬픔을 부르고 있다"며 그는 더욱 절망한다. 슈베르트(Franz Schubert 1797~1828),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Die Schone Mullerin) D.795 제8곡 ‘아침인사’(Morgengruss).

절망이 더욱 깊어 질 때쯤, 젊은이의 마음을 위로 하듯이 멀리서 애잔한 봄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특히 교회 종소리는 더욱 그의 심신의 안정을 꾀하게 한다. 시벨리우스(Jean Sibelius 1865-1957), Symphonic Poem ‘봄의 노래’(Song of Spring) Op.16(1894).

10분 남짓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의 힘이었을까, 젊은이는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마음에 희망이 솟구친다. 그리고 다짐한다. "난 원망하지 않으리. 이 가슴이 터질지라도.영원히 떠나버린 사랑이여!" 슈만,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 48(1840) 제7곡 ‘난 원망하지 않으리’(Ich grolle nicht).

체념인지 용서인지 알 수 없는 심경이지만 세상이 달라 보이기 시작한다. 그녀의 환영은 사라지고 종달새와 들꽃들이 봄을 느껴보라고 말을 건넨다. 그 순간 봄이 왔음을 깨닫는다. 한순간에 찾아온 평온함, 그동안 실의에 빠져 있던 모습이 생각나 얼굴이 화끈거린다. 젊은이는 멘델스존(Felix Mendelssohn, 1809~1847)의 <6개의 노래>(6 Gesänge) Op.34(1834) 중 제3곡 ‘봄의 노래’(Frühlingslied)를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집으로 옮긴다.

집에 돌아온 그는 커피를 마시며 생각에 잠긴다. "아름다운 새소리와 봄바람,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같은 봄의 전령과 봄을 시샘하는 폭풍우"가 공존하듯이, 사랑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삶 역시 마찬가지라는 것을…. 비발디(Antonio Lucio Vivaldi, 1678-1741), <화성과 창작 간의 논쟁>(Il cimento dell'armonia e dell'inventione 1723~1725) 중 Violin Concerto No. 1 in E major, ‘봄’(La primavera RV 269).

젊은이는 의자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뱉기를 수차례 반복하며 완연한 봄을 느낀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한다. "봄이구나."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 Violin Sonata No. 5 in F major Op. 24 ‘봄’(Frühlingssonate 1801) I. Allegro.

이제 봄은 만물의 축제가 되었다. 대지는 생동한다. 그리고 사람들은 춤과 노래로 화답한다. 요한 슈트라우스(Johann Strauss Ⅱ 1825~1899) ‘봄의 소리’(Frühlingsstimme) Op. 410 (1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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