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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감성을 입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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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에 감성을 입혔죠”
  • 최태영 기자
  • 승인 2014.03.10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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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조영주 국립세종도서관장

전 직원 코피 흘리며 개관일 석 달 앞당겨
"한번 외관에, 한번 시설에... 두 번 놀라"

"이용객들이 오면 두 번 놀란다. 한번은 화려한 외관에 놀라고, 한번은 내부의 수많은 이용객들과 함께 웅장한 시설에 놀란다."

지난 5일 오전 10시, 국립세종도서관장 집무실에서 만난 조영주(50) 관장은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이렇게 운을 뗐다. 세종도서관 주변은 여전히 허허벌판이다. 이런 곳에 누가 올까 궁금해 하다가 내부로 들어오면 이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다 최신 시설에 놀란단다.

세종도서관은 개관 초기 국내보다 세계인들이 먼저 알아줬다. 개관 이후 한 달여 만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글로벌 디자인전문 웹진 <디자인 붐>이 올해의 도서관 ‘톱 10’으로 선정했다. 미국 온라인 인테리어·건축 매거진 <홈에디트(homedit)>도 세계적인 현대 건축 도서관 ‘12곳’에 선정했다. 아름다운 외관과 함께 열람실과 서가의 자작나무 마감재, 뛰어난 기능 등 도서관 내·외부 구조가 세계의 호평을 받은 것.

조 관장은 이런 자부심과 함께 세종도서관을 한마디로 "문화에 감성을 입힌 곳"이라고 소개했다. 단순히 도서 열람과 대출 서비스 뿐 아니라 휴식처에다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문화에다 스토리텔링화한 감성을 입힌 것이다.

도서관 설계 공모 당선작도 이런 콘셉트를 적용한 ‘감성 도서관’(이모션 라이브러리)이다. 그래서 ‘문화’에 ‘감성’의 ‘옷’을 입은 도서관이 탄생했다고 했다.

조 관장은 단순히 공부방 개념에서 탈피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아부터 고령층까지 전 연령층 이용객들이 다 만족해한다. 책을 보고 빌리기도 하며, 놀이터에서 놀기도 한다"며 "열람실에 앉아 있으면 자연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도서관에 문화적 서비스를 접목했다는 얘기다.

세종도서관에 들어서면 자연과 문화를 함께 느낄 수 있는 시원한 개방감이 한눈에 들어온다. 조 관장은 "1층의 층고는 약 4m, 2층 층고는 8m에 가까워 시원한 개방감이 장점"이라고 했다.

책이 꽂혀 있는 열람실의 서가(書架) 역시 개방된 공간 개념을 적용했다. 1층 열람실의 서가 간격은 기존 도서관이 1.2m 안팎인 반면 1.5~1.8m에 달한다. 조 관장은 "장서 보유와 공부방 기능을 하는 기존 공공도서관과 달리 ‘사람’ 중심의 공간을 만들려고 무척 노력했다"고 했다.

조 관장은 이런 명품 도서관이 개관하기까지 준비 기간이 부족했던 고충도 토로했다. 그는 지난해 9월 12일 부임했다. 그런데 도서관의 책임운영 주체 문제를 놓고 세종시, 중앙부처 간에 혼선이 빚어졌다. 이런 논란은 작년 7월 말 정리됐고 곧바로 다음 달인 8월 직제협의가 이뤄져 9월 12일 직제공포와 함께 조 관장이 부임했다.

문제는 그 다음 수순인 예산 협의와 도서관 내·외부 시설 마무리 작업. 도서관 운영 예산은 10월 2일 정부로부터 받았고, 작년 12월 12일 개관했다. 밤샘작업을 해 가며 두 달여 만에 개관 작업을 벌인 것. 이 과정에서 총리실과 안전행정부 등이 8월, 10월 등 오락가락하며 개관 시기를 앞당기는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조 관장은 "내가 부임한 게 작년 9월인데, 부임 당시에는 건물만 완공됐을 뿐 내부 인테리어는 물론 집기나 가구 등 내부 시설물이 전무했다.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오더라"며 웃었다.

이어 "총리실에서 개관 시기를 물어와 ‘이듬해인 2014년 3월에나 가능하다’고 답변했더니, 부처 이전 2단계 작업과 세종시민의 문화 갈증 해소 등을 들어 ‘안 된다. 서둘러보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할 수 없이 작년 12월 12일을 개관일로 잡고 29명 전 직원이 코피를 흘려가며 석 달여간 총력 투쟁(?)했다"고 했다.

그는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뭔가 10%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면서도 이용객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며 위안을 삼는단다.

조 관장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크게 세 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정책정보 협력망 구축사업’ 이다. 정부기관, 정부출연연구소, 공공도서관 등 총 2000여 기관 및 개인들이 소장한 자료를 한데 모아 이용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최신 학술지 목차 메일링 서비스 사업(푸시 메일링 서비스)’. 도서관에서 구독 중인 1만7000여 국내외 학술(저널)지를 정부기능분류체계(BRM)를 적용해 분류한 뒤 정책고객인 공무원들의 관심 분야 학술지에 대해 최신 목차와 원문을 제공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직접적 서비스로 ‘정책정보 멘토링 서비스’다. 자발적 재능기부 형태로 분야별 현역 및 은퇴 전문가들로 멘토를 구성, 공무원과 이용객 등이 요청하는 전문 정보에 대해 자문 등 서비스할 계획이다. 조 관장은 "현재 14명의 멘토를 구성했고, 앞으로 40~50명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했다.

그는 서울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과의 차이점도 빼놓지 않았다. 중앙도서관은 소지품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고 이용증을 작성해야만 입관할 수 있다. 반면 세종도서관은 개인 소지품을 들고 입관할 수 있으며 대출증 밖에 없다. 그만큼 내부 자료의 외부 유출 방지 시스템을 잘 갖췄다는 설명이다.

또 중앙도서관은 대출을 하지 않는 반면 세종도서관은 대출 서비스를 한다. 특히 중앙도서관에서 소장한 책이나 자료를 세종도서관에서 신청하면 모두 받아 볼 수 있다. 상호 대차대출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중앙도서관에서 빌려 볼 수 없는 책이나 자료를 이곳에선 볼 수 있는 셈이다. 조 관장은 "1주일에 두 번씩 중앙도서관에 대차대출을 위한 운반차량이 운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거의 모든 중앙도서관 소장 자료의 내용을 이곳에서 받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식당 오픈과 관련해 재미난 일화 하나를 소개했다. 도서관 측은 개관을 앞두고 작년에 1층의 커피숍과 매점, 4층 식당 2곳 등 모두 4곳을 일괄입찰로 발주했다. 위탁 시설물 4곳을 분리해 입찰할 수 없는 시간상 문제에다 서로 다른 업체가 나눠 맡아 운영할 경우 경쟁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 점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두 번의 입찰 모두 유찰돼 결국 3차부터 법적으로 가능한 수의계약을 준비했지만 어느 업체도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

조 관장과 직원들은 직접 유통·외식업체를 찾아 나섰다. "당시 어떤 업체도 1주일 만에 식당을 개장할 여력이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분위기여서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이후 대전에 있는 A업체와 협의해 결국 도서관 개관 보다 2주일 이른 작년 11월 말 식당이 먼저 문을 열었다.

그런데 4층 식당과 1층 커피숍 등이 일(?)을 냈다. 개장과 동시에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것. 4층 식당의 경우 세종청사 주변 중앙호수공원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탁월한 조망권을 갖춘 탓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조 관장은 "당시 식당을 이용하던 부처 한 공무원이 ‘밥값은 4000원인데, 경관은 4만원이네. 4000원 내고 4만4000원짜리 먹고 갑니다"라는 우스갯소리도 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이곳 지역민들과 이전 공무원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기 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조 관장은 "조만간 1주일 중 평일 하루 저녁시간에 1층 중앙 로비에서 음악회나 문화제 등을 운영하는 것을 구상 중"이라며 "앞으로 명품도시에 맞게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을 더 많이 준비해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영주 국립세종도서관장 약력

-한신대학교 국제평화인권대학원(국제관계학) 졸업

-성균관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문화부 도서관박물관과(1995~1999)

-국립국어원(1999~2001),

-한국예술종합학교(2001~2006)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도서관건립추진단(2006~2009)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 전당운영협력과(2010~2012)

-국립중앙도서관 자료개발과장(2012. 8.~ 2012.11)

-국립중앙도서관 디지털기획과장(2012.11~2013.9)

-국립세종도서관장(2013.9~현재)

글 최태영 기자 ctywoo@sjpost.co.kr

사진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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